
미국에서 먹어본 국수 중 우리나라 국수 말고는 월남 국수가 가장 맛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월남 국수 집이 있는데 난 자주 이곳을 들린다. 이 집 국수맛은 한국 국수 못지 않게 얼큰하고 시원해서 비가 오는 날이면 따뜻한 국물과 함께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좋은 메뉴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혼자 식당에 들어가 먹는 것은 어쩐지 내키지 않는다고 하지만 난 먹고 싶으면 지나다가 그냥 들어가서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사 먹는데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먹는 것을 절대로 소홀히 하지 않는 나의 습성 때문이다.

이 월남 국수는 특히 술을 많이 먹은 다음날 콩나물국처럼 숙취 음식으로도 인기가 있는데 한국사람들은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월남 국수의 특이한 냄새와 맛이 있다. 마치 우리나라 고유의 된장국을 다른 나라 사람들이 흉내 낼수 없듯이….
그래서 한국 사람이 월남 국수 집을 하고 싶어도 월남국수의 그 독특한 맛의 비법을 흉내 내기란 쉽지 않다고 한다. 월남 국수에 들어간 것을 보니 소고기, 생숙주나물, 양파, 핫소스, 민트,멕시칸 풋고추를 넣고 레몬을 곁들여 나오는데 한국 음식처럼 밑반찬을 곁들여 주지 않고 국수 한 그릇만 달랑 내오기 때문에 너무 간단해서 월남 국수집을 잘만 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한다.
그중 어떤 한국여자는 월남사람을 주방장을 두고 월남국수집을 열어서 잘되니까 다른곳에 지점을 9개나 낼수 있을 만큼 성공했다는데 뭐든 남들보다 월등히 맛있게만 하면 한가지 메뉴로도 성공할 수 있는게 월남국수인 것 같다.
월남 국수는 한번 그 맛을 들이면 중독돼서 자꾸 먹고 싶다. 내가 지금 그렇게 돼버렸다. 물론 한국 음식처럼 자주 먹지는 않지만 워싱턴에 오래 살다보니 비가 오면 생각나는 심수봉의 '그때 그사람' 이 아니라 바로 이 얼큰한 월남 국수다.
임국희 Kookhi7@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