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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중 대륙 미 유학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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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11-21 21:33:12 수정 : 2010-11-21 21:3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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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층 자녀 필수… 중산층도 “암기식 공부 대신 창의성 배우자”
시진핑 딸 하버드 입학 등 줄줄이 미국행
유학 보낼 여력 되는 중산층 두터워져
2009~10년 12만8000명… 印 제치고 1위
중국 대륙에 미국 유학 열풍이 불고 있다. 미국 유학길에 떠나는 중국 학생이 고위층과 중산층 가릴 것 없이 급속히 불어나고 있다. 올 들어 중국은 인도를 제치고 처음으로 미국 유학생이 가장 많은 나라로 떠올랐다. 중국경제가 고속성장 가도를 달리면서 중산층이 두꺼워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유학 풍속도도 확 달라졌다. 과거에는 많은 유학생들이 미국에서 학위를 딴 뒤 현지에서 정착하면서 중국은 인재 유출을 걱정해야만 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이 미국에 버금가는 G2(주요 2개국)의 지위와 위상을 지닌 강대국으로 부상하면서 유학 인재들이 고국으로 속속 귀국하고 있다.

◆고위층 자녀에게는 필수코스


얼마 전 사실상 중국의 차기 최고지도자로 낙점된 시진핑(習近平) 국가 부주석의 딸이 미국에 유학 중인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홍콩 명보(明報)는 시 부주석의 외동딸 시밍쩌(習明澤·18)가 올 9월 하버드 대학에 입학했다고 보도했다. 시밍쩌는 지난해 8월 중국의 명문대학인 항저우(杭州)시 저장대(浙江大) 외국어학원에 입학해 공부하다가 올 5월 미국 유학을 위해 자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약점을 안고 있는 시 부주석이 자녀교육에 공들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 부주석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1975년 추천 형식으로 칭화대(淸華大)에 진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밍쩌는 16살이던 2008년 5월 쓰촨(四川)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유명가수인 어머니 펑리위안(彭麗媛)과 함께 일주일간 현지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해 주목을 받았다.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인 리커창(李克强) 부총리의 외동딸도 미국 유학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리 부총리의 딸은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베이징대학을 졸업했으며 이름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리 부총리는 장관급 이상 최고위 관료로는 드물게 베이징대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학구파다.

2012년 출범하는 제5세대 지도부의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이 유력시되는 리위안차오(李源潮) 공산당 중앙조직부장의 아들 리하이진(李海進)도 상하이 푸단(復旦)대를 졸업한 후 다국적 제약회사 노바티스의 미국 사무소에 근무하며 하버드대 MBA(경영학 석사) 과정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보시라이(薄熙來) 충칭(重慶)시 당서기의 아들 보과과(薄瓜瓜·23) 역시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수학하고 있다.

리자오싱(李肇星) 전 외교부장의 아들 리허허(李禾禾)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를 졸업한 후 미국의 한 컴퓨터 회사에 근무하고 있다.

이 밖에 완리(萬里) 전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국회의장격)의 손녀인 완바오바오(萬寶寶)는 미국·프랑스에서 공부한 뒤 보석 설계사로 일하고 있다.

◆중국, 미국 유학생 세계 1위로 부상

그러나 이제 중국에서 미국 유학을 고위층 자녀만 독식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미국국제교육협회(IIE)는 최근 연차보고서를 통해 2009∼10학년도 미국 대학에 유학한 중국 학생 수가 처음으로 인도를 초월해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중국 학생 수는 12만8000명으로 전체 외국인 유학생 69만923명의 18.3%를 차지했고 인도(10만4897명)보다 2만명 이상 많았다.

중국 유학생은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2008년 이후 매년 20∼30% 이상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시기 인도와 한국 등 대부분의 나라들은 유학생이 감소하거나 제자리걸음했다. 

인민대학 인사학원의 장리화(張麗華) 교수는 “역사적으로 볼 때 유학생과 경제사회 발전은 밀접한 관계를 보여왔다”며 “중국의 고성장과 세계화 추세, 그리고 새로운 교육이념 등에 힘입어 유학생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페기 블루멘털 국제교육기관 부사장도 “중국경제가 고도성장을 거듭하면서 자녀를 해외에 유학보낼 수 있는 중산층이 늘어났다”며 “대부분의 가정이 한 자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의 부모들은 암기 위주의 중국 교육과는 달리 능동적인 참여와 창의성, 혁신을 중시하는 미국 교육체계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게 IIE의 설명이다. 아직까지 대학원이 주류이기는 하지만 대학 유학도 최근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지난해 학부 유학생은 3만9921명으로 전년에 비해 50% 늘었다. 5년 전에 비해서는 4배 증가했다. 블루멘털 부사장은 “중국의 미래와 자녀의 장래를 생각하는 중국 부모들은 미국의 학부 교육과정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중국 유학생들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달러 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의 비자 문턱이 차츰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중국 유학생들은 매년 학비와 생활비로 약 25만위안(4269만원)이 필요하다. 현재의 달러약세 흐름에 비춰볼 때 약 10∼20%%가량 비용이 절감될 것이라는 게 베이징 유학 관련 전문가들의 추산이다. 

◇베이징에서 중국 교육 엑스포가 열린 10월 17일 학생과 학부모가 엑스포 장에 마련된 미국 유학업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차이나데일리 제공
◆달라진 유학 풍속도


1978년 중국의 개혁개방정책 이후 중국학생들은 미국 유학을 선망해왔다. 미국 내 상당수 중국 유학생들은 학위를 마치고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아메리칸드림’을 추구해왔던 게 사실이다.

1978년부터 2009년 말까지 중국의 해외 유학생은 모두 162만700명에 이르며 이 가운데 62.3%가 학위 취득 후 귀국을 선택했다고 신화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특히 미국의 경우 학위를 받은 후 귀국하는 학생이 4명 가운데 1명꼴에 불과했다고 관영영자지 차이나데일리가 보도했다.

특히 과학 및 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학생의 경우 90%가량이 최소 5년간 미국에 머물면서 귀국을 기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해외로 나갔던 기술이민자뿐 아니라 해외유학생들 사이에서도 학위를 받은 후 귀국하는 게 주류로 자리잡았다. 중국에서 고임금 일자리를 잡을 기회가 많은 데다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고 생활의 질도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도 2008년부터 ‘천인계획(千人計劃)’을 시행하며 중국계 해외 석학들 유치에 본격 나서고 있다. 이 계획은 향후 5∼6년간 2000명의 해외 고급인재를 파격적인 대우로 중국의 혁신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등에 유치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들은 귀국 때 1인당 100만위안(1억7046만원)의 격려금 및 고액 연봉과 함께 거주주택 및 세금, 보험, 자녀 교육 및 배우자 취업 등 각종 혜택도 받게 된다.

중국은 이미 올 5월 현재까지 662명의 해외 고급인재를 불러들였고, 이들은 ‘국가특별전문가’라는 지위로 해당 전문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미국 학생들도 중국에 부쩍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2009년 말 현재 중국에서 유학 중인 미국 학생은 1만8650명으로 한국(6만4232명)에 이어 두 번째다. 이는 10년 전에 비해 6배 이상 높은 수준으로 특히 2004년 이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향후 4년 동안 중국에 유학생 10만명을 파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베이징=주춘렬 특파원  clj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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