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팀 “신관 등 서로 달라” “천마가 ‘크로탈(Crotale)-NG’의 복제품이라고요?”
육군기계화부대의 강력한 방패로 자리매김한 천마는 한때 프랑스의 지대공 미사일 크로탈-NG의 ‘짝퉁’ 무기로 불렸다. 크로탈-NG와 겉모양이 흡사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아직도 크로탈-NG 기술이 천마에 그대로 적용됐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심지어 무기체계 전체를 ‘모방하거나 돈 주고 베꼈다’는 식으로 깍아내리기도 한다.
이 대목에서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손사레를 치며 부인했다. 일부 분야 기술 도입이 있다고 해서 복제품이라고 헐뜯는 것은 무기 개발 체계를 몰라서 하는 얘기라는 것. 지금도 천마개발사업팀은 천마가 크로탈-NG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할 게 없다고 자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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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공중 침투에 대응하는 육군 기계화부대의 방패 ‘천마’ 미사일(사진 왼쪽)과 천마가 개발 모델로 삼은 프랑스의 ‘크로탈-NG’ 미사일. 장갑차에 실린 형태나 장착된 미사일 수와 레이더 모양이 흡사하다. 육군 제공 |
현재 천마를 생산 중인 LIG 넥스원의 임태환 팀장도 “천마가 크로탈-NG의 유도기술을 적용해 2001년 11월8일 양산 1호기를 선보였을 때 국산화율은 64%였다”면서 “하지만 이후 기술 개발 노력으로 현재는 90%를 웃도는 독자 설계 및 생산 능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당초 천마 개발에는 ADD 연구진 외에 13개 업체가 전체 29개 품목별 세부설계와 제작 업무를 담당했다. 해외업체로는 프랑스의 톰슨-CSF(현 탈레스 그룹)가 참여했다.
천마의 눈 역할을 하는 탐지·추적장치 분야는 표적의 거리·방위·형태·속도 등을 전달하는 ‘탐지레이더’와 표적 및 유도탄의 추적 및 유도 기능을 맡는 ‘추적레이더’, 그리고 ‘레이더 통제 콘솔’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분야는 당시로선 국내 기술기반이 취약해 해외 기술 도입이 불가피했다. 톰슨-CSF가 이 분야의 국내 개발을 담당한 삼성전자(현 삼성탈레스)와 함께 천마 개발에 참여한 이유다.
ADD는 기술 검토와 실사 끝에 톰슨-CSF와 스웨덴의 에릭손사 등 2개 업체를 물망에 올렸다가, 위탁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보다 많은 기술력을 가진 톰슨-CSF가 개발한 ‘크로탈-NG’를 선정하기에 이르렀다. 업체가 기술료를 내리고 70%에 이르는 파격적인 기술이전 조건을 제시한 데 힘입었다.
천마개발사업팀도 계약조건을 유리하게 이끌어 내기 위해 공들였다. 톰슨-CSF가 국영기업체라는 사실에 주목해 기술료 인상 때에는 양국 정부가 개입해 조정토록 하고 수출도 반대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넣는 등 최대한 유리한 입장에서 양해각서를 체결(1989년)했다. 또 훗날 가격 인상 요인이 있다면 그것은 ‘물가상승률’ 만큼만 적용키로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개발된 천마의 실전배치로 우리 군은 그동안 취약했던 5㎞ 미만의 중·저고도 공역의 방공력을 확보하고 중요 시설 보호 및 기동부대의 생존성을 크게 높이는 정밀타격 체계를 갖추게 됐다. 재밌는 사실은 북한도 크로탈 미사일을 복제·개량한 것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란에도 수출했다는 점이다.
박병진 기자, 공동기획 국방과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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