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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공정한 사회가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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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11-15 21:19:16 수정 : 2010-11-15 21: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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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의 주체 따지다 보면 막연
기회는 주는 게 아니라 잡는 것
우리나라가 근대사에서 세계에 알려진 것은 아이로니컬하게도 6·25전쟁과 88서울올림픽 때문이었다. 그 이전까지는 그야말로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요’라는 가사처럼 지리적으로 어느 곳에 위치하는지, 어떤 나라인지조차 모르는 ‘조용한 나라’였다. 그런데 자그마한 나라, 그것도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된 대한민국이 서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성공리에 치렀다. G20 정상회의는 세계 만방에 우리나라를 알리고 위상을 한껏 드높인 것이다.

◇라종억 통일문화연구원 이사장·순천향대 명예교수
이명박(MB)정부는 지금 공정사회 구현을 강조하고 있다. 공정한 사회는 출발과 과정에서 공평한 기회를 주고 결과에 책임지는 사회라고 했다. 좋은 얘기다. 그렇다면 누가 기회를 주는 것이고 누가 책임지는 것인가. 그 주체를 따지다 보면 매우 막연한 느낌이 든다. 공정과 대칭되는 불공정의 정의를 내리는 것도 철학적·도덕적 가치기준이 필요한 대목이다. 그리고 공정한 사회의 책임문제까지 들어가다 보면 헷갈리고 주관적 논리에 빠져 사회적 갈등의 소지마저 있다. 그래서 MB정부가 추구하는 ‘공정’ 의미를 더욱 명백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공정과 불공정이란 용감과 무모, 의리와 배신, 사랑과 불륜과 같은 단어에 내포된 의미처럼 매우 복잡하다. 도둑이 들어왔을 때 맞서 싸워야 할까, 아니면 모른 체 도둑질을 하도록 참았다가 도둑이 나간 후 신고해야 할까. 과연 어떤 것이 용감하고 어떤 것이 무모한 것인가. 또 자식이 사업 때문에 요구하는 보증을 부모가 서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일까, 부모 자식 간에 서먹해지고 가족관계가 멀어짐을 감수하더라도 거절해야 할까. 심지어 동성결혼과 이성결혼 어떤 것이 공정한 결혼일까.

대부분 출세한 사람들은 자신의 어린 시절이 유난히 어려웠다고 말한다. 그것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성공했다고 강조하는 의미도 있겠지만 힘든 삶을 살아온 사람이 사회의 지도자가 되고 갑부도 되는 사회로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미 우리나라는 균등한 기회의 나라, 즉 공정 사회라고 말할 수 있다. MB가 가난한 환경에서 대통령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대한민국이 그만큼 노력과 헌신의 보상이 주어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기회는 그냥 균등하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탈북자 문제에서 그 답을 찾을 수가 있다. 이제 2만명 시대를 맞은 탈북자들이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은 입국과 동시에 기회가 무조건 균등하게 주어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남한은 자기 분야에서 실력을 쌓고, 다른 사람과 경쟁하고, 부지런해야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공정한 사회란 기회의 보장보다 기회를 갖는 자들이 그 과정에서 높은 투명성과 도덕성을 갖추어야 하는 사회라고 해야 옳을 것 같다.

대형마트가 동네에 들어서면 영세상인은 삶의 기회를 잃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양질의 상품을 저렴하게 선택할 수 있다. 이처럼 균등한 기회라는 것은 상대적으로 균형감각을 지니지 않으면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크다. 그리고 국세청장이 공정사회를 이야기하는 것과 시민운동가의 공정사회 의미는 느끼는 것부터가 다르다. 권력자의 발언은 정치적으로 오해를 야기할 수 있다.

투자의 귀재이며 기부 문화의 상징인 워런 버핏이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않는 이유를 묻자 “1933년 베를린 올림픽 100m 우승자인 제시 오웬이 100m 경주의 출발을 그의 아들에게만 50m 앞에서 시킨다면 공정한 것인가”라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공정한 사회가 되려면 기득권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지도층의 도의상 의무) 정신이 절실하며, 서민계층의 끊임없는 노력과 기회를 찾는 용기가 기반이라고 생각한다. ‘정의란 공정해야 할 뿐 아니라 공정하게 보여야 한다. 누구에게나 우리의 영혼들조차 공정하다는 심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므로’라는 격언처럼.

라종억 통일문화연구원 이사장·순천향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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