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 아침 소젖을 짜러 나온 슈키치(사루와카 세이자부로)는 축사에서 벌거벗은 여자를 하나코라고 부르며 젖을 짠다. 허나 그녀는 노망난 시아버지 슈키치의 며느리 노리코(아사기 료코)인 것. 남편이 죽은 후에도 슈키치의 곁을 지키며, 시아버지에게 연민 이상의 감정을 느끼는데 … (중략)
자극적인 제목만큼이나 다소 엽기적인 장면으로 시작되는 <젖소 며느리의 전원 로망> (夜明けの牛, 2003). 오스틴 판타스틱영화제(2008)와 파리 섹시국제영화제(2010) 공식 초청작이자, 올해로 4회째 열리는 핑크영화제에 상영되는 이 작품은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금단의 사랑을 그린다는 엽기적이고 자극적인 설정이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분명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행위이지만, 극적 분위기는 사뭇 진지하면서도 순애보적 감성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배경에는 슈키치가 의지할 데라곤 며느리 밖에 없다는 점과 함께 노리코도 시아버지를 극진히 모시는 착한 심성을 지녔다는데 있다. 아들이 자신이 아끼는 젖소 하나코를 팔러 나갔다가 소와 함께 교통사고로 사망한데 충격을 받고 치매에 걸린 슈키치나 재혼도 하지 않고 시아버지를 모시지만 한 밤중에는 성욕에 몸부림치는 노리코, 두 사람 모두 안타깝기는 마찬가지 상황. 그러한 점에서 그녀가 시아버지를 향해 연민 이상의 감성을 갖게 되는 것은 섣부른 비난보다는 안타까움을, 충격보다는 일말의 설득력을 얻게 한다.
어쨌든 이 작품은 ‘젖소’라는 제목에서 풍기는 여성비하적인 상상과는 대조적으로 여성의 심리를 아주 감성적으로 잘 묘사했을 뿐만 아니라, 핑크영화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상상력을 가미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영화가 올해 핑크영화제의 여러 섹션 중, ‘웰 메이드 핑크(well made pink) 부문에 들어간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끝으로 한 가지 아쉬운 혹은 우려할 점이 있는데, 이 영화제의 집행위원장과 프로그래머 두 사람이 개막식 행사 때 한 멘트 때문이다. “여러 사정으로 인해 내년에도 열릴지 모르겠다는 …”
여느 영화제와는 달리, 적나라하면서도 진지하게 성(sex)을 주제로 하고 여성 관객을 주 대상으로 열리는 유일무이한 영화축제인 핑크영화제. 내년에도 열리는 것은 물론이고, 더욱 성황을 이루고 인기몰이를 하는 영화제가 되기를 한껏 기대해 본다.
영화평론가 / 延 영상문화연구소장 yeon04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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