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람·김소정·김그림 탈락…아쉬움·위로 눈물 뒤범벅

매회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케이블의 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Mnet '슈퍼스타 K2' 본선이 드디어 시작됐다. 험난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톱11이 합숙기간 동안 발전된 기량을 시청자 앞에 꺼내보인 17일은 탈락자와 합격자의 명암이 처음으로 갈리는, 운명의 날이다. 밤 11시 생방송무대의 생동감을 느끼고자 '슈퍼스타 K2' 생방송이 진행되는 서울 상암동 CJ E&M센터를 찾았다.
한층 날렵하고 유연해진 몸매, 세련된 스타일링으로 몰라보게 말쑥해진 톱11인의 모습은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전국 134만여명의 참가자 가운데 선발된 톱11인은 날로 뜨거워지는 '슈퍼스타 K'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꽤 탄탄한 팬층을 거느리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본선무대가 시작되기 몇 시간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더 빨리, 더 가까운 자리에서 톱11을 보기 위해 기다림을 자처한 팬들이다.
생방송이 열리는 공간은 매우 협소했다. 톱11인의 가족과 사전에 선착순 신청으로 선정된 일반 방청객 300여명은 따닥따닥 붙어앉아야만 겨우 수용이 가능할 정도였다. 그만큼 무대와 심사위원석, 관중석의 거리는 가까웠다. 좁은 공간이 다소 답답했지만 거리상의 근접성 때문일까. 오히려 현장의 열기는 단시간 내에 달아올랐다. 무대에 선 톱11의 기대어린 눈빛, 불안하고 긴장되는 낯빛까지 다양한 표정도 관중석에 그대로 전달됐다.
드디어 톱11인의 첫 무대가 베일을 벗었다. 역시 지역예선과 슈퍼위크에서 쟁쟁한 실력자들을 물리치고 올라온 11인다웠다. 이들은 리허설보다 실전에서 강했다. 리허설에서 다소 어색하고 아쉬웠던 부분은 본선무대에서 보완, 개선된 모습이었다. 그들이 단순한 운으로 이 자리까지 올라온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은 응원 메시지를 플래카드에 적어 도전자들을 독려했다. 톱11인의 영상과 무대를 선보일 때마다 박수와 함성이 커지며 현장의 열기를 더했다. 관중석 한켠에는 도전자 가족들을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가족석에는 도전자 허각의 쌍둥이 형과 여자친구가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1960~2000년대 히트곡을 리메이크하는 미션에 맞춰 앤드류 넬슨이 첫 무대를 선보였다. 한동준의 '너를 사랑해'를 소년의 풋풋한 감성으로 해석한 앤드류는 어린 나이임에도 떨지않고 무난히 첫 미션을 소화해냈다. 그리고 이어진 김그림, 이보람의 무대. 합숙기간 동안 흘린 땀을 뒷받침하듯 눈에 띄는 실수 없이 곡을 끝마쳤다. 박보람, 강승윤, 김소정, 허각, 존박, 김은비, 김지수, 장재인까지 꽤 정성을 들인 듯한 톱11의 무대가 끝이 났다.
심사위원 이승철, 윤종신, 엄정화는 "노래보다 관중을 의식했다" "너무 안전을 추구했다" "시선을 피하는 모습이 아쉬웠다" 등 날카로운 심사평과 함께 점수를 매겼다. 이날 박진영은 미국 스케줄 때문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슈퍼스타 K2'는 시즌1에 비해 심사위원의 평가 비중이 커졌다. 일부 도전자를 향한 몰아주기식 투표를 방지하고자 ARS 투표는 50%로 낮추고 심사위원 점수는 40%로 높였다. 사전 온라인 투표는 10% 적용된다. 또 심사위원 합산 점수가 가장 높은 도전자에게는 시청자 투표와 상관없이 탈락을 면할 수 있는 '슈퍼세이브' 방식도 새로 채택됐다. 시즌 1에서 시청자 투표 비중이 확연히 높아 탈락자 예측이 가능해짐에 따라 재미가 반감된다는 지적을 감안한 대응책이다. 섣불리 예측하기 힘든 결과가 나올 수 있기에 심사위원 평가에 따라 도전자의 표정은 일희일비했다.
톱11이 공들여 준비한 무대가 끝나고, 탈락한 자의 눈물과 살아남은 자의 안도가 교차하는 순간이다. 합숙기간 동안 경쟁관계 속에서도 우정을 피웠던 도전자들이지만 이들 중 세명은 짐을 싸야 한다. 냉혹한 서바이벌의 현실 앞에 선 도전자들의 표정은 사뭇 비장하기까지 했다.
이날 '슈퍼스타K 2'의 초미의 관심은 슈퍼위크에서 이기적인 말과 행동으로 '밉상' 캐릭터로 낙인 찍힌 김그림의 탈락 여부였다. 사전 온라인 투표에서 1위 장재인과 20배 이상의 표 차이로 꼴찌를 차지했지만 높아진 심사위원 평가 비중과 이번에 신설된 '슈퍼세이브 제도'로 결과는 쉽사리 예측할 수 없었다. 사실상 시청자 투표 꼴찌가 예견됐던 김그림으로서는 '슈퍼 세이브'의 신설로 극적 회생이라는 일말의 기대를 품을 수 있던 상황이었다. 김그림은 자신을 포함해 다른 도전자들의 심사위원 점수가 발표될 때마다 복잡한 심경이 언뜻언뜻 얼굴에 내비쳤다.
김그림의 탈락여부에 쏟아지는 시청자 반응을 염두에 둔 것일까. 가장 마지막 탈락자 후보로 거론된 김그림은 그간의 논란에 대해 연신 "죄송하다"며 사과의 말을 전했다. 그러나 김그림은 결국 마지막 탈락자가 됐다. 무대를 마치고 떠나는 마지막 소감을 말하면서도 아버지와 슈퍼위크 참가자, 그리고 시청자에게 거듭 사과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탈락 직후 "훌륭한 친구들과 함께 한 내 생애 최고의 영광이었다"며 "제 욕심으로 인해 상처 받은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싶다. 지금 이무대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다"라고 소감을 밝히며 눈시울 붉혔다. 그동안 김그림이 겪었을 맘고생을 짐작케 하는 모습이었다.
예쁜 외모와 카이스트 재학생이라는 스펙으로 화제를 모았던 김소정의 탈락에 관중석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김소정이 탈락자로 발표되자 가벼운 탄식도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톱11 중 댄스 가수를 표방하는 김소정과 이보람의 탈락에 일부 팬들은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김그림, 김소정, 이보람 이렇게 세사람이 첫 관문에서 고배를 마셨다. "무대에 대한 후회보다 친구들과 헤어지게 돼 감정이 북받친다"는 김소정, "한 달 동안 함께 있던 언니들과 헤어져 속상하지만 배울 점이 많아 즐길 수 있었다"는 이보람도 무대를 떠나는 순간 눈물을 펑펑 쏟았다. 비록 경쟁관계지만 한달 간 합숙으로 경쟁자 이상의 친밀함을 쌓은 도전자들은 헤어진다는 아쉬움에 서로를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떠나는 자와 남는 자가 결정되는 순간 톱11의 명함은 극명히 엇갈렸다. 하지만 합숙기간 동안 쌓아온 톱11의 우정은 탈락과 생존이라는 결과보다 더 진하게, 애잔하게 파고 들었다.
한편 이날 '슈퍼스타 K2' 본선 첫 생방송 시청률은 평균 시청률 13.77%(AGB닐슨 리서치 결과), 순간 최고시청률 15.58%을 기록하며 슈퍼스타에 쏟아지는 관심을 엿보게 했다. 첫 본선무대에서 살아남은 장재인, 김지수, 존 박, 앤드류 넬슨, 허각, 강승윤, 김은비, 박보람 8명은 오는 24일 생방송 무대에서 두번째 본선 경쟁을 치를 예정이다.
일주일 뒤에는 과연 어떤 무대로 팬들을 놀라게 만들까. 여운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지 새벽 1시, 장장 120분에 걸친 생방송이 끝난 밤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일부 팬들은 로비와 건물 밖에서 자리를 지켰다. 내심 도전자들의 등장을 기다리는 눈치였다.
/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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