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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view] 신민아, '구미호'로 'CF스타' 멍에 벗나?

입력 : 2010-09-04 17:49:33 수정 : 2010-09-04 17:4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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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한 얼굴에 오밀조밀 자리잡은 이목구비. 그저 예쁘기만 한 여배우라는 오명에 가리어져 있던 신민아가 이제야 '물'을 만났다. 

14살 중학생 나이에 잡지모델로 데뷔해 이제 27살. 데뷔 10년을 훌쩍 넘긴 신민아는 그간 많은 작품에 주연으로 출연했음에도 유독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럼에도 신민아가 지닌 신비한 매력은 대중의 뇌리에서 '신민아'의 존재를 기억하게 만들었다. 

몸매의 굴곡을 강조한 CF와 화보 컷 노출이 잦았기 때문일까. 신민아는 본래 얼굴이 지닌 귀여움과 더불어 섹시함이 공존하는, 보기 드문 매력을 지닌 여배우로 대중에 인식되어 왔다. 

신민아는 화장품, 청바지, 주류, 란제리, 음료 CF 등 톱스타만이 할 수 있다는 CF 광고모델로 연이어 발탁됐다. 그러나 이렇다할 흥행작 없이 잦은 CF 노출은 그녀에게 'CF스타'라는 멍에를 씌웠다. '배우' 신민아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 대중적 인기가 절실했다. 때 맞춰 찾아온 작품이 있었으니 바로 히트메이커 '홍자매(홍정은,홍미란)'가 대본을 쓴  '내여자친구는 구미호(여친구)'다. 신민아는 '여친구'를 통해 대중성 있는 배우로 도약하고 있다. 

◇ 연기 정체기, 그 긴 터널을 지나

신민아는 98년 잡지모델로 데뷔, 앳되고 풋풋한 마스크로 대중에 인사를 건냈다. 신민아의 본명은 양민아. 당시 '버거소녀'로 인기를 떨치던 양미라와의 혼선을 피하기 위해 '신민아'로 이름을 바꾸고 본격적으로 연기에 뛰어들었다. 이후 드라마 '아름다운 날들' '이 죽일 놈의 사랑' '마왕', 영화 '화산고' '마들렌' '달콤한 인생' '10억' 등 숱한 작품에서 주연 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대중의 가슴에 '신민아'라는 이름을 아로새길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특히 이병헌의 혼을 쏙 빼놓은 보스의 여자로 출연한 영화 '달콤한 인생', 정지훈(가수 비)과의 멜로로 주목받았던 드라마 '이죽일놈의사랑', 엄태웅·주지훈과 함께 했던 드라마 '마왕' 등은 함께 호흡을 맞춘 남자배우들의 면면 때문에 큰 화제를 모았지만 워낙 남성성이 두드러지는 작품이어서인지 신민아만의 매력을 보여줄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   

연거푸 이어진 실패에 '신민아가  나온 작품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징크스마저 생길 노릇이었다. 그러나 낮은 시청률, 흥행 참패라는 씁쓸한 결과물이 신민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청순, 발랄, 섹시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소화했다. 때론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이는 작품 수가 늘어가면서 차츰 잦아들었다. 그만큼 연기를 알아가고, 내공이 쌓여가고 있었던 것이다.

신민아는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항상 '잠재력 있는 배우'라는 평가가 따라붙는 배우였다. 신민아가 지닌 잠재력이 언젠가 폭발할 것이라는 기대치 때문인지 여러 작품에서 그녀는 주연으로 활약했다.  

◇ '구미호'를 만나 아홉 꼬리를 펼쳐놓다 

데뷔 12년차지만 이렇다할 대표작이 없는 신민아에게 대중성이 담보되는 작품이 요원했다. 그런던 차에 '여친구'를 만났다. 


'여친구'는 '쾌걸춘향'의 한채영, '마이걸'의 이다해, '환상의 커플' 한예슬, '미남이시네요' 박신혜 등 여배우의 캐릭터를 돋보이게 만드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홍자매의 작품인데다 '찬란한 유산'에 이어 안방 연타석 홈런을 노리는 이승기의 차기작이라는 점이 기대를 높인 드라마였다. 게다가 타이틀롤 '구미호'는 기존 인간을 해치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고 엉뚱하며 사랑스러운 존재로 그려진다는 점에서 구미가 당길만한 역할이었다.

그렇게 택한 '여친구'의 구미호 역은 신민아 본연이 지닌 러블리한 매력과 더해져  '신민아표 구미호'를 탄생시켰다. 가장 어울리는 옷을 걸친 신민아는 '여친구'의 구미호를 통해 그동안 묵혀놓았던 매력을 마음껏 펼쳐 놓았다. 마치 구미호가 기분 좋을 때 내놓는 아홉 꼬리처럼. 

500년간 족자에 갇혀있던 구미호가 세상에 나와 차대웅(이승기)과 러브 라인을 그려가면서 쏟아내는 말투와 행동은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이른바 '구미호 어록'은 인터넷상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꼬리털이 바짝 서는 것 같애" "꼬리털 나고 처음이야" "나 앞으로 꼬리 펴고 당당하게 살거야" 등 구미호의 꼬리를 이용한 대사가 신선함을 더했다. 사람들이 사랑을 나누는 행동을 '짝짓기'로 표현한다거나 사이다를 '뽀글이 물', 맥주 거품을 '구름'에 비유한 것도 눈길을 끈다.

"동주선생이 그냥 고기라면 너는 소고기야. 제일 좋은 한우고기", "네가 그냥 소라면 동주선생은 야생소야" 등 유명 커피광고 카피를 패러디한 대사도 구미호의 발랄함을 돋보이게 하고있다. 특히 해당 광고는  신민아가 원빈과 호흡을 맞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는 데서 색다른 재미를 안겼다.
 
'여친구'는 동시간대, 시청률 40%를 넘나드는 인기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와 맞붙어 두자릿 수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선전하고 있다. 홍자매의 재치있는 대사와 이승기의 스타파워가 '구미호' 신민아의 매력과 어우러지며 매회 화제를 양산하고 있다. 

◇ CF스타 이미지 벗나?

신민아는 명실공히 'CF퀸'이다. S라인 청순글래머의 위력을 광고시장에서 유감없이 발휘하여 왔던 것. 하지만 대표작 없이 신민아가 모델로 나선 광고만 노출되다보니 CF에만 치중하는 'CF스타' 이미지로 굳어갔다. CF를 통해 15초 동안 보여준 강렬함이 너무 셌던 탓이다. 돈 되는 CF로만 연예인 생명을 유지하면서 영화나 드라마 출연을 기피하는 CF스타로 비춰졌던 것은 작품을 통해 대중에 다가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작품활동을 하여왔던, 나름 다작배우임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작품이 없었던 탓에 CF에만 몰두하는 배우로 이미지가 굳어갔던 것. 

신민아는 '여친구'를 통해 신비주의라는 미명 하에 대중과의 소통에 간극을 두는 여느 CF스타와의 차별화를 꾀했다. 특히 신민아는 몸매를 부각한 CF 때문에 주로 남성팬의 지지를 많이 받았지만 '여친구'는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대의 팬층을 흡수하는 계기가 됐다. 

신민아에게 씌워진 CF스타 이미지가 히트작의 부재 때문임을 감안한다면 이번 '여친구'의 인기는 그간 신민아를 둘러싼 오해의 시선을 걷어낼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신민아는 그러한 자신의 한계를 직시하고 있다. 신민아는 '여친구' 제작발표회장에서 "작품을 계속 해왔지만 작품에 비해 광고 출연이 많았던 것 같다.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역할을 잘 살려내 CF에만 주력한다는 인상을 지우고 싶다"고 각오를 밝힌 바 있다. 

'여친구'가 신민아의 대표작이 된다면 작품에 들어가기 전 대중성 확보을 염두에 뒀던 신민아로서는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이다. 단, '여친구'의 구미호가 캐릭터 위주로 극을 끌어간다는 점에서 연기파 배우로서 인정받기 힘들다는 한계는 남는다.  구미호의 이미지는 여러모로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과 닮아있다. '엽기적인 그녀'에서 전지현이 맡은 '그녀' 가 연기력을 필요로 하는 역할은 아니었지만 고유 캐릭터의 매력만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캐릭터 이미지를 통해 단기간 쌓은 인기는 수년간 연마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얻은 인기에 비할 때 소모되는 시간 역시 빠르다는 약점을 지녔다.
 
'여친구'가 신민아의 대표작이 되더라도 이후 꾸준한 작품활동으로 대중으로부터 연기력을 검증받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친구'의 인기에 안주한다면 그녀가 숙제라고 여겼던 'CF스타' 이미지 탈피는 영영 풀지 못할 공산이 크다. 

일단 눈 앞에 놓인 '구미호'의 성공을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 '구미호'의 성공은 CF스타 이미지를 걷어내고, '배우'로서 터닝포인트의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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