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모두가 속은 국새… ‘제2의 황우석 사태’

입력 : 2010-09-03 10:11:18 수정 : 2010-09-03 10:11:18

인쇄 메일 url 공유 - +

‘가짜 장인’ 민홍규씨 남은 금 1.2㎏도 횡령
“초대국새 제작자도 石佛 아닌 것으로 판명”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2일 오후 3시쯤 서울경찰청에 다시 나타난 전 4대 국새 제작단장 민홍규(56)씨는 기자들이 심경을 묻자 이렇게만 답하고 경찰 조사실로 향했다. 전날 “전통방식이 잘 보존되고 있다”며 전통방식의 국새 제작기법 보유를 자신하던 태도와는 딴판이었다.

대한민국 제4대 국새를 둘러싼 논란이 ‘제2의 황우석 사태’로 귀결되는 순간이었다. 2005년 줄기세포 논문조작 파문으로 온 나라를 뒤흔든 황우석 박사는 결국 논문조작과 거액의 연구비 횡령(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심 법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민씨 경찰 출두 경찰 조사 결과 전통 방식의 국새 제작기술이 없는 것으로 드러난 민홍규 전 4대 국새제작단장(가운데)이 2일 오후 전날에 이어 다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지방경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민씨는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경찰 수사를 통해 민씨도 결국 국민을 상대로 ‘국새 사기’를 벌인 사실이 드러났다. 있지도 않은 전통방식의 기술로 국새를 제작했다며 국새 장인 행세를 한 것이다.

경찰은 민씨가 국새 제작 스승으로 모셨다고 주장한 석불(石佛) 정기호(1899∼1989) 선생한테서 실제 주물 기술을 배운 적도 없고, 석불에게 물려받았다는 ‘영세부’ 등도 위조된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 한 관계자는 “애초 알려진 것과 달리 민씨는 ‘미아리 뒷산에서 굴을 파놓고 (주물 연습을) 했다’고 진술하는 등 주물 기술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국가기록원에서 국새 관련 문서 30만장을 분석해 초대 국새 제작자가 석불이 아닌 다른 사람임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기록원은 2006년 말 발간된 ‘대한민국 제1호 국새복원 추진방안’이란 보고서에서 국가가 1호 국새 제작을 서울 충무로에서 ‘천상당’이란 도장 집을 하던 박균달씨에게 맡겼고, 박씨는 보문(글자 쓰기)과 제작을 각각 김태석씨와 석불에게 나눠 맡긴 것으로 결론내렸다.

당시에도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관계자가 “모든 자료와 부합되도록 세 사람 관계를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낼 정도로 세 사람 관계가 논란이 됐다.

‘민씨가 국새를 만들고 남은 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도 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경찰 관계자는 “민씨가 2007년 12월 국새 제작과 관련해 금 1.2㎏(320돈)을 개인적으로 썼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민씨는 국새를 만들고 남은 금 600g을 빼돌린 데 이어 주물 제작 당시 거푸집에 금물을 넣을 때 쓰는 도구로, 금 성분이 들어 있는 ‘물대’도 반납하지 않았다. 주물의 밀도를 일정하게 맞추려고 합금 재료와 같은 재료를 써서 만든 국새 제작용 물대에는 약 600g의 금이 포함돼 민씨가 가로챈 전체 금이 1.2㎏에 달한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민씨가 국새 제작 후 남은 금을 바(bar) 형태로 갖고 있으면서 도장 등을 만드는 데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재소환한 민씨를 상대로 횡령한 금의 사용처를 집중 추궁했다. 경찰은 민주당 정동영 의원한테 간 금도장 등 2007년 12월 이후 만든 4개 도장에는 일부 국새용 금이 사용됐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경찰은 또 지난해 초 서울시내 유명 백화점에서 전시한 ‘40억원 국새’가 당시 소개된 것처럼 백금과 다이아몬드를 사용한 게 아니라 황동, 니켈, 인조다이아몬드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민씨에게 사기 미수 혐의를 적용해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 전통방식으로 국새를 제작할 수 있는 기술자가 없다”며 “아무도 검증할 수 없었기 때문에 행정안전부도 민씨 말만 듣고 국새 제작을 맡길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민씨에 대한 추가 조사를 마치는 대로 사기, 횡령 혐의 등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있지 유나 '반가운 손인사'
  • 있지 유나 '반가운 손인사'
  • 에스파 카리나 '민낮도 아름다워'
  • 한소희 '완벽한 비율'
  • 최예나 '눈부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