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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뜨거운형제'에 소개팅녀로 출연한 조기쁨·길하라·김단비·한지우. (시계방향) |
중국에서 '리틀 송혜교'로 불렸던 한지우, '반올림' 아역배우 출신 주보비, 하프를 전공하는 이대 엄친딸 전우정, 조향기의 친동생 조기쁨 등 '뜨형'에 투입된 아바타녀는 연일 네티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있다. '뜨형'이 침체의 늪에 빠진 '일밤' 시청률을 서서히 끌어올리며 주말 예능의 새로운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는 요즘, '아바타녀'의 인기와 함께 일각에서는소개팅녀 홍보방송이냐는 비아냥도 쏟아지고 있다.
◇ 방송 초반 참신함은 어디로?
'뜨형'은 조종자와 지시하는 데로 조종을 당하는 아바타 설정을 이용한 설정으로 화제를 모았다. '예능프로그램에서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기획으로 종합선물세트같은 재미를 선사할 것'이라는 포부는 시간이 흐르면서 실망으로 변해갔다. 인기 포맷인 '아바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바타 소개팅'은 '뜨형'의 초반 인기를 견인하던 코너였다. 더불어 소개팅에 참여하는 소개녀에 대한 관심 또한 덩달아 높아졌다. 소개팅녀의 신상과 근황은 속속 기사거리로 다뤄졌다.
하지만 '아바타녀'의 출연이 매주 되풀이되면서 점차 식상하다는 평이 심심찮게 나오고있다. 소개팅 상대의 황당하고 엉뚱한 행동이 조종자의 명령에 의해 유도된 것임을 아는 상태에서 소개팅에 임하는 '아바타녀'의 행동이 시청자 반응을 의식하는 듯해 리얼리티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는 아바타녀가 대부분 연예인 지망생이거나 연예계 경력이 있는 신인급 연예인이라는 점에서 그 궤를 같이 한다. 훈련된 제스처, 즉 지나치게 '프로'다운 행동이 예상치 못한 소개팅녀의 행동을 기대하는 시청자의 기대를 무너뜨린다는 것이다.
방송 초반 소개팅녀가 선보일 예측불가의 반응에 호기심을 갖던 시청자들은 특정상황에 대처하는 소개팅녀의 행동이 '연기'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면서 방송 초반 재미는 반감됐다는 의견이 나오고있다. 아직 방송 이후 소개팅녀가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고 있지만 특출난 외모에 대한 일시적인 관심에 그칠 뿐이다.
◇ 소개팅녀는 왜 다 연예인 지망생?
'뜨형'에 출연하는 소개팅녀는 대부분 단역으로 방송 출연 경험이 있거나 연예계 지망생이다.
박수인은 영화 '몽정기'와 드라마 '며느리와 며느님'에 출연한 경력이 있다. 지난 15일 등장한 최지은은 2004년 KBS 1TV 'TV소설 그대는 별'에 출연한 바 있는 데뷔 7년차 배우로 현재 뮤지컬, 연극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정모레는 과거 잡지모델과 광고모델 전적이 있다. 피겨스케이트 선수 김연아를 닮은 외모로 눈길을 끈 길하라와 조향기 동생으로 알려진 조기쁨은 연기 지망생이다.
이들은 미니홈피에 다양한 프로필 사진을 걸어놓고 대중과 언론의 관심을 유도한다. 대중의 관심척도를 반영하는 공간이 인터넷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미리 연예인이 될 준비를 갖추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바타 소개팅'에 나온 소개팅녀는 지속적으로 외모와 말투 등이 브라운관에 노출되면서 시청자들의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이로 인해 만들어진 관심은 연예게 진출의 든든한 디딤돌 역할을 한다. 소개팅녀에게 '뜨형' 출연은 연예계 진출을 위해 가장 효과적으로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로 인식되고 있다.
이전 연예인 지망생의 등용문 역할을 했던 프로그램으로는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스친소)'가 있었다. '스친소'는 애프터스쿨의 유이, 이주연, 윤시윤 등 인기스타를 배출해냈다.
'뜨형'도 스친소와 비슷한 스타산실의 통로를 담당하는 듯보인다. 소개팅녀로 나온 한지우는 방송 2주만에 3건의 광고모델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은빈은 배우 이범수가 소속된 마스크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었다.
'알고보니 어디 나왔던 누구'라는 기사는 방송 직후 약속된 듯 등장한다. '뜨형'을 통해 시청자로부터 눈도장을 받고, 확실한 발판을 마련한 상태에서 연예계에 진출하려는 의도를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다.
'아바타소개팅'이 연예인 지망생 홍보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에 대해 '뜨형' 제작진은 한 매체를 통해 "소개팅녀는 대략 30~40명의 면접을 거쳐 2명을 선발한다. 제작진이 생각하는 기준에 어울리는 사람으로 선발할뿐 특정 소속사와 커넥션은 없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또 "면접 대상자 중에는 일반인 뿐 아니라 연예인 지망생, 소속사가 있는 신인배우등도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반인과 연예인 지망생이 똑같이 경쟁을 펼친다해도 일반인은 전략적으로 연예계 데뷔를 준비해 온 연예인 지망생과 겨뤄 소개팅녀로 선정되는 것이 상대적으로 힘들다. 때문에 일반인의 '아바타소개팅' 출연은 애초에 봉쇄된 것이나 다름없다. 다소 어설프고 빛나는 외모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색깔을 가진 일반인이 출연이 못내 아쉬운 이유다.
◇ 케이블에서 공중파까지, 지망생 기용 '왜?'
케이블 방송에서 연예인 지망생의 출연은 흔히 있어왔다. 지금은 스타가 된 연예인들도 데뷔 전 각종 TV 프로그램을 거쳤다. 걸그룹 '티아라' 큐리는 과거 케이블채널 올리브TV '연애불변의 법칙'에 작업녀로 출연한 바 있으며 '시크릿' 멤버 한선화도 Mnet '아찔한 소개팅'에 출연했었다.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의 유인나도 2007년 코미디TV '나는 펫'에 청미 동생 친구로 얼굴을 내밀었고, 최근 MC와 연기자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송중기 역시 Mnet '꽃미남 아롱사태'로 주목받았다.
'뜨형'에 출연한 정현주는 케이블에서 유명세를 탄 뒤 공중파로 발을 넓힌 경우다. 정현주는 지난해 케이블방송 코미디TV '얼짱시대'에서 '제2의 구혜선'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주로 케이블 방송에서 출연했던 연예인 지망생이 공중파 예능프로그램까지 영역을 넓힌 것은 그만큼 전보다 공중파 진출의 기회가 증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얼굴을 바라는 시청자의 요구도 있겠지만 스타가 될 자질을 갖췄지만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인물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가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다.
매회 소개팅녀로 재미를 봤던 '뜨형' 역시 이같은 화제성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을만한 스타성을 갖추고도 이름밖에 알려진 게 없는 소개팅녀에 대한 궁금증이 곧 '뜨형'의 시청률 상승이라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제작진이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예인 지망생이나 신인 연예인의 출연에 대해 유독 지상파 프로그램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라는 반론도 있다. 신인들이 공중파 TV 진출 기회를 잡기 어려운 상황에서 오히려 '뜨형'같은 예능프로그램이 가능성 있는 신인들을 발굴하는 통로로 기능하고 있다는 긍정적 반응도 있다. 일부 시청자는 기존 인기 연예인들의 겹치기 예능 출연보다 매회 그동안 보지 못했던 신선한 얼굴들을 만나는 것이 더 반갑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특출난 외모와 재능을 소유한 신인 연예인에게 시청자와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였다고는하나 그들이 가진 매력을 충분히 발산할 수 있는 기회를 '뜨형'을 통해 제공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예측 가능한 상황에 놓여진 소개팅녀들의 비슷비슷한 '연기'에 그저 외모만 부각될 뿐 소개팅녀를 통해 재미를 기대할 수 없는 요소가 없다는 한계에 부딪히게 되는 것이다.
소개팅녀들에겐 공통적으로 신인 연예인 특유의 자신을 돋보이고자 하는 마인드가 깔려있다. 그리고 그것은 점점 노골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소개팅녀의 자기 홍보에 시청자들도 조금씩 지쳐가고 있다.
/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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