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의 디자이너였던 故앙드레김이 지난 12일 75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이 추억과 일화를 나누며 고인을 기리고 있다. TV 프로그램에서는 그를 추모하는 특집 방송이 편성됐고, 그의 일생과 디자이너로서의 삶을 집중 조명한 프로그램 또한 뒤를 이었다. 많은 감동과 웃음 그리고 즐거움을 선사한 고인은 세상을 떴지만 그의 이름과 가치는 여전히 남아 있다.
남겨지는 유형의 재산보다 그의 이름을 내건 무형의 브랜드 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도 당연한 일이다. 앙드레김의 고귀한 디자인 정신과 철학 등이 앞으로 변함없이 계승될 수 있을지 우려와 응원의 목소리가 크다. 브랜드 가치가 높은 만큼 디자인 산업 운영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고인은 생전에 작성한 유언장에서 아들 김중도 씨(30)에게 대부분 재산과 경영권을 상속한다는 뜻을 밝혔다. 앙드레 김의 재산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앙드레김 아뜰리에'와 압구정동의 아파트, 지난해 완공된 경기 용인시 기흥의 '앙드레김 디자인연구소' 등 약 300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가장 귀추가 주목되는 것은 앙드레김이라는 패션 브랜드를 이끌어갈 디자이너 후계에 대한 부분이다. 앙드레김은 생전에 자신의 디자인 후계자로 딱히 특정 인물을 정하지 않았다. 앙드레 김은 작년 3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10년은 더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뒤에 후계자를 생각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당분간은 앙드레김 의상실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하다 아들 중도 씨와 2004년 결혼한 며느리 유은숙 씨가 경영 및 디자인의 브레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앙드레김와 각별한 사이였던 도신우 모델센터 인터내셔널 대표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들 김중도 씨와 임세우 아뜰리에 실장이 함께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후계 디자이너 선정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코 샤넬이 죽은 지 39년이 됐는데 지금 샤넬은 당시보다 더 톱 브랜드가 됐다"며 "선생님의 콘셉트가 무너지지 않고 그러면서도 트렌드를 이끌면서 잘 적응해 나갈 수 있느냐가 앞으로의 숙제가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샤넬’ 브랜드 창시자인 가브리엘 샤넬은 후계자를 남기지 않았다. 그러나 칼 라거펠트는 '샤넬'의 현재를 만든 디자이너로 현재 큰 명성을 얻고 있다. 그는 샤넬 고유의 아름다움과 자신의 감성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디자인으로 전통적인 샤넬에 미래 지향적인 요소를 더해 완벽한 균형을 이루며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명품 브랜드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앙드레김 역시 후계자를 남기진 않아 그의 이름을 사후에 더 빛나게 할 후계자가 누가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앙드레김은 몇년 전부터 속옷과 인테리어, 골프웨어, 주얼리, 가전제품까지 다양한 분야의 제품에 자신의 디자인을 걸었다. 앙드레김이 직접 제작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업체들에 디자인을 제휴 개념이다. 때문에 앙드레김의 사후에도 계약 기간이 남아 있다면 제품 출시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계약 만기시에도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업계에서는 소장가치와 희소성 때문에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앙드레김을 기억하는 많은 이들은 그를 두고 ‘진정한 애국자’라고 말한다. 배우 최불암은 “진정한 애국자였다. 외국 대사들에게 나라를 알리고 항상 나라 일에 발 벗고 나섰다”고 소회를 밝혔고 연극인 손숙은 “앙드레 김은 패션쇼에서 재료를 외국 것을 안 쓰고 국산을 만들어 쓰는 것으로 유명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999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앙드레김은 “가장 한국적인 것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에 옷감도 국산만 썼다”며 “시중에 나도는 외산 옷감들은 모두 밀수품이라 말해도 지나치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특성상 외국인보다는 한국인이 후계자로 적합하다는 것이 패션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국내의 한 디자이너 관계자는 “개인의 이름을 내건 앙드레김의 브랜드 가치는 국내에서 전무후무하다”며 “외국의 유명한 ‘명품 브랜드’를 탄생시킨 많은 디자이너들이 있듯 고인의 브랜드 가치를 잘 활용해 사후에 더욱 큰 명성을 얻는 세계적인 한국 디자이너로 이름을 알리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 두정아 기자 violin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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