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경기 부진으로 대출 총액 늘지는 않아”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등으로 금융 위기를 겪은 미국의 대형 은행들이 그동안 대출을 극도로 꺼려왔으나 2006년 말 이래 처음으로 최근 대출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가 16일 밝혔다. 연준은 지난 4월부터 7월까지의 대출 내용에 관한 조사를 실시했다.
연준은 대형 은행들이 중소기업 등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 조치를 취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됐다. 대형 은행들은 금융 위기 발생 이후 엄격한 대출 규제 조치를 취했다가 최근에 금융 위기 발생 이전의 대출 조건을 적용하는 쪽으로 점진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경기 부진으로 전반적으로 대출이 늘어나지 않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7일 보도했다. 또한 중소 규모 은행들은 여전히 대출 문제에 매우 조심스럽게 대처하고 있다.
연준은 최근 57개 미국 국내 은행과 23개 해외 은행 미국 지점의 대출 상황을 점검했다. 대형 은행들은 소비자 대출, 프라임모기지(우량주택담보대출), 상업용 대출 등의 조건을 완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지만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 대한 규제는 더욱 심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대형 은행의 대출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대출이 늘어나지 않는 것은 미국 경제가 그만큼 활력을 잃은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사실상의 제로 금리 정책으로 금리도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경제가 확실하게 되살아나지 않고 있다. 신용 경색보다 대출 수요 감소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경제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대기업들은 대형 은행 간 경쟁으로 인해 대출 조건이 경쟁적으로 완화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연간 매출 규모 5000만달러 이하의 회사들은 여전히 사업 확장을 위한 대출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대형 은행들이 대출 조건을 완화했어도 금융 위기 이전 당시의 조건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저널은 지적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보면 여전히 은행의 문턱이 높은 상태이다. 연준 조사에서 중소 기업 대출 요건을 완화했다고 응답한 은행의 비율은 14.5%였다. 또한 오히려 대출 조건을 더욱 까다롭게 했다는 은행도 5.5%에 이르렀다. 약 80%의 은행들은 특별한 변화가 없었다고 응답했다. 중소기업과 마찬가지로 대기업들도 경제 진로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신규 투자를 꺼리고 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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