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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광장] ‘사랑의 매’와 폭력 체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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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8-12 19:36:01 수정 : 2010-08-12 19:3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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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서 금지해도 학원선 체벌 여전
교육 위한 ‘회초리’까지 막는 건 무리
1980년대 서울의 모 중학교 기술시간. 선생님은 조용한 목소리로 교과서 내용을 설명하다 떠드는 몇몇 아이들에게 주의를 줬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 아이들이 다시 떠들자 선생님은 불같이 화를 내면서 “모두 책상 위에 올라가 무릎 꿇고 눈을 감으라”고 지시했다.

적막도 잠시, 교실 안은 갑자기 ‘공포감’에 휩싸였다. 선생님은 30㎝ 플라스틱 자로 학생들의 얼굴을 힘껏 때리기 시작했다. 자가 피부에 닿는 순간 울려 퍼지는 ‘짝’ 하는 소리에 소름이 돋았다. 

◇신진호 사회부 차장
선생님은 70여명의 학생을 모두 때리고서야 매를 멈췄다. 플라스틱 자가 3개나 부러졌다.

학생들의 얼굴은 금방 부풀어 올라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교사들 사이에서조차 논란이 됐지만 학부모들의 항의가 없자 흐지부지됐다.

‘폭력적 체벌’은 가슴에 상처로 남지만 ‘사랑의 매’는 평생 기억된다.

중학교 1학년 때다. 교장 선생님은 오전 순시를 하다 우리반 학생들이 너무 떠든다며 “담임이 올 때까지 모두 책상에 올라가 무릎을 꿇고 있으라”며 벌을 세웠다.

조회를 하기 위해 교실 문을 연 담임 선생님은 너무 놀라셨다. 담임 선생님은 모든 학생의 엉덩이를 때린 뒤 “내가 너희를 잘못 가르쳤다”며 자신의 종아리를 치셨다. 우리는 담임 선생님을 차마 볼 수가 없어 모두 눈을 교실 바닥으로 떨궜고, 일부 학생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우리가 잘못해서 맞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선생님이 자기 자신을 때리는 모습은 충격과 동시에 큰 울림으로 남아 있다.

학생 체벌이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올 2학기부터 유·초·중·고교에서 체벌 전면 금지를 선언하며 정부 등과 대립각을 날카롭게 세우고 있다. 각종 토론이나 인터넷 등지에서도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 아이들을 심하게 매질한 ‘오장풍 교사’ 동영상이 퍼지면서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상금을 내걸고 ‘체벌 대안 아이디어’를 모집하는 한편 영어단어 암기나 반성문 쓰기 등을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일부 학부모 단체는 학교폭력 예방과 대안으로 상담교사 배치나 폐쇄회로(CC)TV 설치, 배움터 지킴이 활용 등을 놓고 인터넷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교사의 90% 이상이 체벌 금지를 반대하고 있고, 시교육청의 대안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인권의식이 향상되고, 학부모 항의 등으로 학생들을 체벌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며 “그러나 상징적으로 체벌을 금지했을 때 일부 아이들은 이를 교묘히 이용해 학습 분위기를 망치는 등 교사들이 통제할 수 없는 일도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체벌 금지는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한 때에는 법령 및 학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징계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지도할 수 있다’는 초중등교육법 제18조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며 법정 소송을 예고하고 있다.

학교에서 체벌을 금지하면 아이들은 맞지 않고 제대로 인성교육을 받을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많은 학원에서도 체벌이 이뤄지고 있지만 학부모들은 침묵하고 있다. 방학을 이용해 수백만원을 주고 ‘스파르타 교육’을 시키는 학원에 자녀를 보내면서 ‘체벌해도 문제 삼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긴다.

심지어 일부 학부모는 자녀가 매 맞고 집에 돌아오면 학원 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제대로 교육시켜 주셔서 감사하다”며 “아이가 말을 안 들으면 더 때려달라”고 요구까지 한다.

공교육에서는 체벌을 금지해야 하고, 사교육에서는 괜찮다는 학부모들의 이중적인 태도는 문제다.

폭력적 체벌은 마땅히 사라져야 한다. 그러나 교육적 효과가 있는 ‘회초리’까지 전면 금지하는 것은 무리다.

아이들은 안다. 선생님이 사랑의 매를 들었는지, 자신의 감정을 담아 ‘폭력’을 행사했는지를. 교육 현장에서의 체벌은 사회적 합의에 따른 폭행 수준만 금지하고, ‘오장풍 교사’처럼 자질이 안 되는 교사는 퇴출하면 된다.

신진호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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