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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의 ‘술과 건강이야기’] 필름 끊김 없애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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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8-08 17:16:04 수정 : 2010-08-08 17: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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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끊김 현상 대부분 잘못된 음주습관서 비롯
음주전 식사 충분히 하고 비타민 많은 안주 좋아
어젯밤 회식이 있었다. 그건 분명했다. 회식을 마치고 택시를 탔다. 흐릿하지만 거기까지는 떠올랐다. 하지만 택시에 오른 이후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도통 기억나질 않았다. 필름이 끊어진 것이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른다. 새내기 직장인이었던 A씨는 술만 마시면 필름이 끊어진다며 병원을 찾았다(이런 현상을 정신과에서는 ‘블랙아웃’이라 부른다).

필름 끊김은 알코올 때문에 해마가 마비되어 나타나는 일시적 기억상실증이다. 해마는 대뇌 깊숙한 곳에 위치한 지름 1㎝, 길이 5㎝ 정도의 신경뭉치이다. 새끼손가락만한 신경뭉치가 바닷속 해마를 닮았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다. 해마는 눈앞에 벌어진 사건들 가운데 무엇을 장기적 기억으로 남길 것인가를 선택한다. 또한 선택한 사건을 장기적 기억으로 저장하는 작업을 한다. 따라서 해마가 작용을 멈추면 아무것도 장기 기억으로 남지 않는다.

이미 학습된 방식에 따라 일을 처리할 수는 있지만, 새로운 학습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마치 컴퓨터를 통해 음악을 들을 수는 있지만 저장할 수는 없는 스트리밍 서비스와 비슷한 상태이다. 따라서 필름 끊김 상태에서도 대화를 나누고, 택시를 타고, 심지어 운전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다음날 기억은 나지 않는다. 대체로 음주하는 남성의 절반 정도, 여성의 40% 가까이가 평생에 한 번 정도는 필름 끊김을 경험한다. 어찌 보면 필름 끊김은 흔한 현상이다.

“저는 알코올중독자 앨리스입니다. 저는 하루하루가 수치스럽고, 두렵고, 창피했습니다. 어느 토요일, 어린 딸과 쇼핑을 갔다가 돌아왔는데 딸아이가 없었습니다. 어딘가에 두고 왔던 거죠. 그런데 어디에 버려둔 것인지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들렀던 가게마다 전화를 걸어댔습니다.”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의 마지막 장면이다. 익명의 알코올중독자 모임에서 앨리스(맥라이언)는 울먹이면서 이렇게 말했다. 필름 끊김이 반복되면서 기억력 감퇴가 생겼던 것이다. 그렇다. 문제는 반복적인 필름 끊김이다. 흔히 필름 끊김을 알코올성 치매로 가는 특급열차라고 부른다. 해마의 손상이 반복되면 일시적 기억상실이 아닌 영구적 기억력 감퇴가 생기고, 끝내는 알코올성 치매로 치닫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필름 끊김을 겪은 사람은 기억이 나지 않는 시간에 무슨 일을 벌였는지 몰라서 전전긍긍한다. 실제로 필름 끊김 상태에서는 뜻하지 않은 사고가 빈번히 발생한다. 그래서 대개는 필름 끊김을 경험한 이후에는 과음을 삼간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필름 끊김을 경험하는 비율도 음주하는 남성의 20%, 여성의 10%로 결코 적지 않다. 이처럼 해마를 망가뜨리는 필름 끊김은 잘못된 음주습관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그러므로 이미 필름 끊김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반드시 해마를 위한 음주법을 지켜야 한다. 첫째, 음주 전에 식사를 충분히 해야 한다. 둘째, 음주 중에는 비타민이 풍부한 안주를 함께 섭취해야 한다. 특히 두부나 버섯과 같이 티아민이나 나이아신이 풍부한 안주를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음주 후에 해장술을 금해야 한다. 말년을 치매 요양원에서 보내고 싶은가? 그렇다면 빈 속에 폭음하고 해장술까지 마셔라. 당신은 알코올성 치매로 가는 특급열차를 탈 수 있을 것이다.

이준석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카프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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