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한 여성의 참담한 심정 우회 항변
‘외도와 가정 파괴’.
겉으로 드러내놓고 거론하기도 껄끄러운, 그러나 이미 우리 사회에 공공연한 비밀이 돼버린 말이다. 미국 등 서구 사회는 외도로 인한 이혼이 이미 절반을 넘어섰고, 한국도 가정 파괴의 가장 큰 원인으로 등장하는 추세다. 불륜이란 소재는 TV드라마의 가장 흔한 주제가 됐고, 중·노년층 화제의 절반은 이른바 ‘바람기’에 관한 것이다.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요구하는 한국식 전통 유교사회에서 이런 사태를 안타깝게 바라볼 수밖에 없을까. 무슨 처방전이 없느냐는 얘기다.
겉으로 드러내놓고 거론하기도 껄끄러운, 그러나 이미 우리 사회에 공공연한 비밀이 돼버린 말이다. 미국 등 서구 사회는 외도로 인한 이혼이 이미 절반을 넘어섰고, 한국도 가정 파괴의 가장 큰 원인으로 등장하는 추세다. 불륜이란 소재는 TV드라마의 가장 흔한 주제가 됐고, 중·노년층 화제의 절반은 이른바 ‘바람기’에 관한 것이다.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요구하는 한국식 전통 유교사회에서 이런 사태를 안타깝게 바라볼 수밖에 없을까. 무슨 처방전이 없느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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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경 지음/지상사/1만1800원 |
남편의 외도를 결혼 25년 만에 알아차린 나머지 고통과 번민 속에 이혼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작가 정희경(63)씨가 자신을 모델로 한 자전적 소설을 썼다. 도서출판 지상사(대표 최봉규)를 통해 최근 펴낸 ‘한 남자 두 집’이 그것이다. 남편이 본처와 첩의 집을 오가면서 생기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와 본처인 저자가 겪었던 사연이 이 소설의 줄거리다. 불륜 소설이나 외도 이야기로 치면 별로 새로울 게 없는 통속적 내용이지만 저자의 담담하면서도 세심한 심리 묘사가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결코 드러내기 어려운, 개인의 치부일 수밖에 없는 남편 외도에 얽힌 얘기를 글로 써낸다는 용기와 마음가짐에 충분한 격려를 보낼 만하다.
저자의 가족 구성원 가운데는 ‘이 따위를 글이라고 썼나’ ‘부끄럽지도 않느냐’는 등 비난의 소리도 있었지만, 개인 블로그에는 “모든 남편들에게 이 책을 읽혀 경종을 울리고 행복의 근원인 가정을 지키도록 하라”는 목소리가 더 많다고 출판사 측은 전한다. 작가 정희경씨는 “처음에는 땅이 꺼지는 듯한 실망감과 분노가 치밀곤 했지만 이제는 첩이든 첩의 자식이든 모두가 행복해지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모든 것을 체념했지만 체념에 그치지 않고 미래의 행복을 희구하는 작가의 바람이 묻어난다.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와 만난 정 작가는 소설을 쓰게 된 동기에 대해 색다르게 접근했다. “우리 사회는 남성 우월주의 의식이 강하다. 이혼한 여자도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왜 혼자 사느냐는 질문에 당당히 이혼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할 텐데 아직 그렇지 못하다. 이혼을 당한 게 아니라 이혼한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남편에 대한 복수라든가 사회에 경종을 울리려는 차원이라는 통상적 답변이 아니었다. 남편의 외도를 목격하고 이혼할 수밖에 없었던 참담한 여성의 심정을 사회가 ‘왜 인정하지 않느냐’는 우회 항변인 셈이다.
그러면서 “여자(아내)가 스스로 자신을 낮추면 남자(남편)는 여자를 무시하는 게 다반사다. 가족의 생계를 담당하는 우리네 남자들은 툭하면 밥 벌어 먹이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그 아우성을 들으면서 돈을 벌어오지 못하는 여성들은 죄인처럼 듣고만 있어야 하는가? 여자들도 소리를 내고 살아야 한다. 존재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남자의 외도는 아내를 무시하는 데서 시작한다. 바람은 사기다. 끊임없이 아내를 속이는 사기”라고 질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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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외도를 뒤늦게 알고 분하기도 하고 당황했지만 이내 본연의 자신으로 돌아와 책을 쓰기로 맘 먹었다고 말하는 정희경 작가. |
정 작가는 여관비가 대리운전비보다 싸기 때문에 외박했다는 남편 얘기를 곧이곧대로 믿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좋은 부부관계란 섹스도 중요하지만 스킨십이 더 효과적이라고 권한다.
“부부관계에서 섹스보다는 스킨십이 더 중요하다. 상대방을 만질 수 있다는 의미는 사랑을 뜻하기 때문이다. 여자에게 사랑이 없으면 그 남자의 살 닿는 것도 싫다.”
정 작가는 결혼을 앞두거나 계획 중인 젊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이나 사고방식이 비슷한 배우자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몇 가지 조언을 챙겨준다.
“너무 자상한 남자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자상한 남자는 어느 여자에게나 자상하다. 설거지 잘 해주던 내 남편은 시앗집에서 누룽지를 긁어 시앗을 먹이곤 했다. 자상의 극치다. 언변이 지나치게 좋은 남자는 멀리 하는 게 좋다. 말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남자는 어느 곳에서나 그리할 수 있다. 깜짝 선물하는 이벤트 타입도 피하는 게 상책이다. (어느 여자에게나) 선수이기 때문이다. 사물을 바라보는 가슴이 넓은 사람을 골라야 한다. 긍정적인 시선을 가진 사람은 함께 살아가는 데 웃음을 선사할 것이다.”
정 작가는 반대의 경우, 즉 부인이 바람나고 남편이 피해자가 되는 상황도 유의해야 하지만 여자는 나이 들면 집에 들어앉기 때문에 외도로 빠질 확률은 훨씬 적다고 했다. 몇 년 전 남편의 시앗을 소재로 삼아 ‘시앗’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씨는 오는 12일 강남 교보문고에서 팬 사인회를 갖고 독자와 만남의 시간도 갖는다.
정승욱 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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