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종로구는 일제시대인 1922년 건립된 초등학교 건물을 청사로 사용 중이어서 지자체들의 호화신청사 건립 열풍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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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2년 지어진 초등학교 건물을 사용하고 있는 종로구청 전경. 남제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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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2년 지어진 종로구 청사는 복도에 캐비닛 등 사무용품이 나와 있을 정도로 낡았지만 여전히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남제현 기자 |
이 청사는 1970년대까지 수송초등학교로 사용됐다. 당시 종로구청은 인사동과 종로2가, 명륜동 3개 지역에 분리돼 통합청사의 필요성이 제기되자 35년전인 1975년 현재의 청사로 이전했다. 4층 건물이지만 엘리베이터는 2005년 4월 설치됐다.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기 전에는 장애인이 방문하면 직원들이 1층 현관에 내려가 업고 올라갔다.
건물 곳곳에서 누수현상도 종종 있으나 그때마다 수리해서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기배선이 낡아 화재위험 때문에 손을 보기도 했다.
초등학교 건물을 청사로 사용하면서 종로구청 직원들은 뜻하지 않은 방문객을 맞이하곤 한다. 백발이 성성한 수송초등학교 졸업생들이 옛 학창시절을 회상하기 위해 구청 사무실을 찾아오기 때문이다.
종로구가 낡은 청사를 벗어나기 위해 대안마련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2000년부터 예산을 아껴 청사 신축비를 모았다. 전 직원이 소모성 예산을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700억여원을 모금했다. 신청사 건립 태스크포스(TF)팀도 만들어 운영했었다.
그러나 종로구는 낡은 청사를 신축하기보다는 당분간 더 고쳐가며 사용하기로 했다. 겉모습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아직은 쓸 만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같은 결정에는 성남시의 모라토리엄 선언도 한몫했다.
이 같은 종로구의 88년 된 청사와 ‘알뜰 구정살림’을 직접 와서 보고 신청사 짓기를 포기하거나 유예하는 지자체가 적지 않다고 한다. 종로구 관계자는 “건물 자체는 위험성이 없기 때문에 민원실 등 구민들이 자주 찾는 공간과 하자가 발생하는 부분만 수리를 하고, 옛것을 그대로 보존해 종로만의 자랑거리로 만들면 청사 신축보다 더 보람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연직 기자 repo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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