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이 관용 어구는 미국 서부 개척시대에 포커 게임을 할 때 딜러 앞에 손잡이가 사슴 뿔로 된 칼(buckhorn knife)을 놓아두었던 관습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 문구가 세계에서 유명해진 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처참하고 고독한 결정 가운데 하나인 일본에 대한 원자폭탄 투하를 결정했던 미국 33대 대통령 해리 트루먼이 백악관 집무실에 써놓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대통령은 국가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다. 그의 결단은 한 국가를 파멸로 이끌기도 하고, 번영으로 이끌기도 한다. 그의 결정은 한 국가뿐 아니라 세계를 파멸로 이끌 수도, 번영의 길로 인도할 수도 있다. 역사의 물줄기를 바로잡을 수도, 거꾸로 흐르게 할 수도 있다. 그의 결단에 국가와 세계의 운명이 걸려 있다. 그런 대통령이 만약 잘못된 판단과 결정을 내린다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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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J 크라우프웰·M 윌리엄 펠프스 지음/채은진 옮김/말글빛냄/2만9000원 |
‘대통령의 오판’은 미국 건국 이후 역대 대통령들의 잘못된 의사 결정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봄으로써, 처음에는 희망적으로 보였던 정책이나 방침이 결과적으로 어떻게 최악의 선택이 되었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저자인 칼럼니스트 토머스 J 크라우프웰과 언론인이자 역사학자인 M 윌리엄 펠프스는 미국 대통령 18명의 잘못된 정책이 어떻게 미국 역사를 바꾸어 놓았고, 나아가 세계 역사를 바꾸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분석대상 정책은 미 자유민주주주의 정신에 큰 오점을 남긴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일본계 미국인 강제 수용, 베트남전 발발의 전초가 된 린든 존슨의 통킹만 사건 오판, 리처드 닉슨의 캄보디아 폭격, 지미 카터의 이란인질 구출 작전 등 미국은 물론 세계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20개의 정책이다.
위대한 대통령으로 알려진 대통령들도 잘못된 정책으로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미국 독립영웅이자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도 예외는 아니다. 워싱턴은 독립전쟁이 끝난 후 막대한 지방 정부의 부채를 청산하기 위한 재원을 얻기 위해 위스키에 세금을 물게 했다. 위스키 과세는 3년에 걸친 서민 폭동을 초래했고, 결과는 워싱턴의 명예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고 연방주의자들을 몰락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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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클린 루스벨트 ◇조지 워싱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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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F. 케네디 ◇조지 W. 부시 |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침공도 도마 위에 올랐다.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제조를 명분으로 이라크를 침공했지만 이 정보는 잘못된 것으로 판명됐다. 이라크 침공은 수십만 명의 이라크인과 수천 명의 미군이 희생되는 비극을 초래했고, 이 비극은 아직 진행 중이다. 당시 미 국무장관이었던 콜린 파월은 “내가 입수했던 정보는 부정확한 것으로 판명됐으며, 이 사실은 나의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사과했다.
홍성일 기자 hongs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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