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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들의 강' 따라 방콕 유람선 관광 매력적

입력 : 2010-07-22 17:56:37 수정 : 2010-07-22 17:5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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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짜오프라야 강
시위는 진정됐지만 소요의 여진은 태국 방콕 시내 일부 지역에서 확인됐다. 시위대의 방화로 건물 일부가 화재에 불탄 곳도 보였다. 태국 정부가 생각하기에도 기대만큼 많은 관광객이 찾지 않나 보다. 태국 정부가 이달 중순 세계 여러 나라의 언론인과 여행사 관계자를 대거 초청했다. 1000명 가까운 이들이 방콕 시내 대형 호텔 연회장을 찾았다. 환영 만찬을 주재한 춤뽄 실라파아차(69) 관광스포츠장관은 “태국은 안전하다”며 “관광객 맞이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태국으로 오라”고 부탁했다. 애초에 총리가 하기로 되어 있던 환영사를 대신한 관광장관의 표정은 밝았다. 그러면서 “올해 목표인 외국인 관광객 1450만명 유치를 위해 타이항공과 관광청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국 왕조의 역사가 흘러온 짜오프라야. 국경을 건너 흐르는 국제 하천인 짜오프라야는 태국인에게는 자부심의 근원이면서 ‘왕들의 강’으로 흘러왔다.
태국처럼 관광환경이 잘 구축된 나라도 없다. ‘배낭 여행객의 천국’으로 불리기도 한다. 동남아시아를 거치는 외국인 여행자는 방콕에 점을 찍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태국에는 아시아 여행의 장점인 ‘사람’도 있다. 이들이 보이는 미소에는 곧잘 반응하게 된다. 태국은 동남아에서 서구 세력의 식민지배를 받지 않은 유일한 나라다. 태국인들이 자부심을 갖는 이유다. 동남아 다른 나라에 비해 영어 구사 능력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여전히 인기 여행지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방콕 시내는 평온했다. 예년의 풍경이었다. 버스와 택시, 뚝뚝(삼륜차), 수상보트, 지상철에는 외국인이 곧잘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예전처럼 많지는 않았다. 반정부 시위의 기억이 온전한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더구나 25일 방콕의 한 선거구에서 보궐선거가 예정돼 있어,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도 방콕 시민들은 일상으로 돌아가 외국인을 맞고 있었다. 방콕은 세계에서 음절이 가장 긴 단어를 가진 수도다. 태국인이 수도인 방콕을 소리 내어 표현하는 것을 들어보면 숨이 찰 정도다. ‘끄룽 텝 마하나콘 아몬…’. 도시 이름 하나가 70음절 가까이 된다. 태국인들은 이 말을 ‘끄룽텝(Krungthep)’이라고 줄여서 사용한다. ‘천사들의 도시’라는 의미다. 방콕은 외국인이 지칭하는 지명일 뿐이다.

◇짜오프라야에는 많은 선착장이 있다. 방콕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여객선과 관광 전용 보트 승선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방콕의 상징은 역시 짜오프라야강과 왕궁, 많은 사원이다. 짜오프라야강은 방콕의 젖줄이다. 한국인은 짜오프라야강에서 한강을 연상하고, 프랑스 사람은 이곳에서 센강을 떠올린다고 한다. 짜오프라야강은 라오스 내륙에서 시작되는 국제 하천이다. 그러나 그 의미는 태국인들에게 각별하다.

오늘의 태국을 만들어온 수코타이와 아유타야, 톤부리, 짜끄리 왕조가 모두 짜오프라야강 유역에서 기반을 다지거나 유지했다. 선착장에 도착해 짜오프라야강을 바라보니 황톳빛과 갈색을 합쳐놓은 듯한 흙탕물이다. 장맛비나 홍수 끝무렵에 나타나는 빛깔이다. 그래서 이곳에 처음 오는 이들은 실망할지 모른다. 물속이 보이지 않는 탁한 강물이라고. 그러나 이건 오해다. 방콕 시민들은 짜오프라야강의 색깔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동남아 대륙부의 내륙 각지를 어루만지면서 흘러 들어온 강이기에 풍부한 무기질을 가진 색깔을 띨 뿐이라고 강조한다. 맞는 말 같다. 강을 따라 군데군데 자리한 수많은 사원 주변에서 고기밥을 던지자 물속에서 많은 물고기가 퉁퉁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만 봐도 그렇다.

짜오프라야강 유람선 탐험은 방콕의 매력을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각기 다른 모습과 빛깔을 내는 왓 프라케오와 왓 포 등 방콕의 여러 왕궁과 사원들을 바라볼 수 있다. 조그마한 사원의 강가로 나온 계단에서 강물의 물고기를 바라보는 승려들도 더러 눈에 띈다. 물고기를 잡지 않을 테니, 생명의 강이나 방콕의 젖줄이라는 표현이 적확하게 들어맞는다. 흙빛 강물은 야간 조명이 조연으로 등장하는 밤에는 전혀 다른 풍경을 만들어 낸다. 사원의 황금빛과 호텔의 붉은 네온사인의 색깔이 결합하면 짜오프라야강은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와 호주의 시드니가 부럽지 않게 된다. 변하지 않는 것은 강가에서 묵묵히 자식을 키워온 방콕 시민일 것이다. 낭만이 찾아와도 생명의 젖줄이 넘쳐나도 짜오프라야강 주변에서 태국 사람들은 느긋하면서도 치열한 삶을 이어왔을 것이다. 이들은 고급 호텔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외국인 여행자를 질투하지 않는다. 방콕을 찾아주는 게 고마울 뿐이다.

◇왓 아룬에서 바라본 짜오프라야의 모습. 짜오프라야 강변의 수많은 사원과 궁궐은 독립국가로 명맥을 이어온 태국의 역사를 지켜봤다.
유람선에서 내려 위만멕 궁전에 들어섰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되는 위만멕 궁전은 1901년 완공됐다. 다른 곳에서 하지 않는 복장 검사를 하며 여행객에게도 예를 갖출 것을 요구한다. 위만멕 궁전에 대한 태국인들의 마음을 알 수 있다. 태국 근대사에 최고 통치자였던 라마 5세(쭐랄롱꼰·1868∼1910)의 치세에 대한 자부심이기도 할 것이다. 유럽에서 유학했던 라마 5세가 태국 전통 양식에 유럽풍을 더해 만들게 한 궁전이다. 내부에 81개의 방이 있다. 한국인 관광객의 필수 코스이기도 하다. 마침 160여명의 친구와 함께 이곳을 찾은 서울의 한 국제중학교 학생이 더위에 지친 몸을 그늘에 기대면서도 “불교의 나라답다”고 감상평을 남긴다.

태국의 빛깔은 왕조의 상징인 황금빛이다. 궁전과 함께 외국인이 자주 찾는 곳은 에메랄드 불상을 보관하고 있는 사원인 왓 프라깨우(Wat Phra Kaew)와 태국 동전 10밧에 그려진 사원인 왓 아룬(Wat Arun)이다. 왕궁과 사원 주변에 특별한 음식점이 없는 점은 아쉽다. 사원 탐방을 이어가다 보면 금세 지치기 쉬워 무리는 말아야겠다. 저절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하고, 전통보다도 아름다운 사람이 있는 방콕은 오늘도 ‘방콕 마니아’를 길러낸다.

방콕=글·사진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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