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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교육정책 충분한 대화로 균형 유지"

입력 : 2010-07-20 02:52:47 수정 : 2010-07-20 02:5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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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시교육청 교육감실에서 만난 곽노현 교육감의 목소리는 약간 쉰 듯했다. 인터뷰를 앞두고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는 짧은 순간에도 손에서 전화를 놓지 못했다. 얼굴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면도라도 좀 하고 사진 찍으려고 했는데 그럴 시간도 없다”며 멋쩍게 웃어 보이는 그에게서 서울의 교육 수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졌다. 인터뷰 내내 그에게선 ‘개인의 소신’과 ‘교육감으로서 의무’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곽 교육감은 일제고사, 교원평가 등 정부 주관으로 이뤄지는 사업에 대해선 “기본적으로는 따라야 한다”는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문제가 있는 제도인 만큼 시도교육감협의회를 통해 개선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정책적 편향성에 대해 곽 교육감은 “충분한 대화를 통해 정책적 균형을 유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19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교육 정책과 소신 등을 얘기하고 있다. 그는 진보성향이라는 세간의 평을 의식한듯 “충분한 대화를 통해 정책적 균형을 유지해 나가겠다”고 말하는 등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남제현 기자
―취임 전에 비해 상당히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진 느낌이다. 교육감 취임 후 크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서울교육의 위상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 연일 언론의 관심을 많이 받는데 이 정도로 관심과 집중을 받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물론 나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서울교육이 지니는 대표성과 상징성 때문일 것이다. 다양한 교육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교육문제에 대해 교육 주체와 이해 관계자들이 예상보다 깊은 관심과 강렬한 의견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들의 입장을 계속적으로 헤아려야 정책의 균형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교육감을 지지하지 않는 계층의 목소리에 더욱 신경쓰게 됐다고 봐도 되나.

“권력은 사람들에게 의도하지 않은 상처를 줄 수 있으므로 책임과 파장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한다. 권력으로 인해 피해를 보거나 가슴앓이를 하는 사람이 없도록 혹은 최소화하도록 하는 것이 공직자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교육 문제는 전 국민적 관심사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지난주 논란 속에 학업성취도 평가가 치러졌다. 일제고사 폐해에 대해 강원, 전북교육감과 생각을 같이하는 걸로 아는데, 다소 조심스러운 결정을 한 배경이 궁금하다.

“이번 학업성취도 평가는 교육감 권한이 아니라 교과부 권한에 따라 시행된 것이다. 교육감으로서 마땅히 행정이행 의무를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만, 학생과 학부모 양심과 신념에 따른 선택은 존중해야 한다고 봤다. 그래서 시험 당일 등교하지 않았더라도 이것이 학부모의 교육철학과 양심에 따라 명확한 의사를 표시한 경우라면 무단결석(태만, 가출, 고의적 출석거부 등에 따른 결석)으로 처리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앞으로 교원평가제 등 정부와 이견을 보이는 현안이 이어질 텐데 어떻게 대처할 생각인가.

“교육감 권한 안에 있는 권한은 책임 있고 신중하게 행사해야 한다. 그러나 권한을 행사하기 전에 가급적 많은 교육 주체, 이해 관계자와 협의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학업성취도 평가 등은 교육감 권한 밖에 있지만 교육 정상화나 공공성 제고를 위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급적 시도교육감협의회라는 공식 창구를 통해 공통된 목소리를 바탕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시도교육감별로 성향이 다른데 의견 수렴에 어려움이 있지 않겠나.

“16명의 시도교육감은 주민 직선으로 선출된 유·초·중등 교육의 민주적 대변인이다. 지금까지 정부 정책을 하달하는 창구에 불과했던 시도교육감협의회를 강화해 우리의 공식창구로 활용해야 한다. 의견이 다소 다르더라도 충분히 토론해 모아진 의견을 기초로 교과부, 정치권, 대학 총장단 등과 협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업성취도 평가 등 기존 법령과 제도에 대한 개선 요구는 시도교육감이 공통으로 제시할 때 힘이 생기지 않겠나.”

―전교조 교사 징계는 교육감의 권한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떻게 진행할 계획인가.

“교원 징계문제는 원칙과 상식에 따라 처리하면 되는 문제다. 죄가 확인되기 전에는 무죄추정 원칙이 지켜져야 하고, 죄가 확인된 이후 공정한 절차에 따라 징계가 내려져야 한다. 전교조 교원 징계도 마찬가지로, 판결이 나오기 전에는 징계를 논할 수 없고 판결에 반하는 징계도 이뤄져선 안 된다. 2008년 일제고사 거부로 해임처분된 교사 징계는 지나쳤다고 본다.”

―징계위원회의 외부인사 비율을 늘렸고 교육청에도 이범씨 등 외부인사를 데려왔다. 외부 개방직을 얼마나 더 늘릴 것인가.

“위원회 구성 원칙은 가급적 문호를 대폭 개방해서 외부 전문가와 명망 있는 시민단체 관계자 등을 최대한 많이 모셔 민관 거버넌스 형태로 구성하고자 한다. 내부 위원회뿐만 아니라 조만간 교육감 직속으로 ‘(가칭)서울교육혁신 시민자문위원회’를 구성해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여 관료주의적 속성을 극복하고 협치(協治)를 이루려고 한다. 인사위원회도 명망과 신뢰가 높은 분을 모시고 있다. 교육청에도 꼭 필요한 부분에 한해 외부 전문인사에게 직위를 개방할 예정이다.”

―최근 동영상 공개로 물의를 빚은 교사의 과잉체벌에 대한 해결책은.

“최근 교사들의 폭력 문제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시급한 이유이기도 하다.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기 이전에 교사 폭력을 근본적으로 금지하는 지침을 만들 것이다. 또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현재 학교생활지도 전반의 현황을 분석하고 새로운 학생생활지도 매뉴얼을 작성하여 새학기 시작 전에 각 학교에 보낼 예정이다. 교사의 권위는 있어야 하지만 권위주의적인 교실문화는 없어져야 한다.”

대담=김기동 사회부 차장, 정리=이경희 기자 sorimo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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