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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의 ‘술과 건강 이야기’] 여성 알코올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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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체질적으로 남성보다 알코올에 취약
남성이 여성을 업듯 남편의 협조가 치료 출발
아내는 남편이 ‘근의 공식’ 같다고 했다. 숫자만 넣으면 풀이과정 없이도 ‘툭’하고 답이 나오는 근의 공식처럼 남편은 언제나 결론만 원한다고 불평했다. “결론이 뭔데?” 남편은 항상 이렇게 말했다. 남편은 아내가 ‘피카소의 그림’ 같다고 말했다. 아무것도 아닌 일을 조목조목 비튼다고 하소연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를 끊임없이 반복한다며 혀를 찼다. 부부는 진료실에서 눈조차 마주치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대화가 사라졌다. 함께 있어도 홀로 있는 것과 다름없었다. 남편의 귀가 시간은 자꾸 늦어졌다. 그나마 온전한 정신으로 귀가하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아내는 일을 시작했다. 술자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술이 빠르게 늘었다. 얼마 안 되어 찬장 깊은 곳부터 냉장고까지 술병이 들어찼다(그래서 여성알코올중독을 ‘주방 알코올중독(Kitchen alcoholic)’이라 부른다). 남편은 술 취한 아내에게 화가 나서 술을 더 마셨다. 아내는 화내는 남편이 미워서 술을 더 마셨다. 마치 눈밭에 구르는 눈뭉치처럼 서로에 대한 실망과 분노는 커져만 갔다. 딱 그만큼 술도 늘었다. 마침내 부부는 이혼을 결심했다. 그리고 이혼에 앞서 마지막으로 상담을 받고자 병원을 찾았다.

2010년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맞벌이 선호 경향이 80%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이 늘면서 여성음주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자연스럽게 관대해졌다. 실제로 2007년 조사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의하면 여성음주율(최근 1년 동안 한 달에 1잔 이상 음주)은 41.5%로 2년 전보다 5%나 증가했다. 음주에서 남녀가 평등한 세상이 온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의학적으로는 음주에서 남녀가 평등하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준석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카프병원장
첫째, 여성은 남성보다 빠르게 술에 취한다. 여성의 몸은 수분이 적고, 지방이 많아서 혈중 알코올농도가 가파르게 상승하기 때문이다. 둘째, 여성은 남성보다 늦게 술이 깬다. 여성은 알코올분해효소의 활성도가 낮아서 해독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다. 셋째, 여성은 남성보다 빠르게 알코올중독이 된다. 여성은 늦은 나이에 음주를 시작해도 남성보다 2배 이상 빠르게 알코올중독으로 진행되는데, 이를 마치 망원경을 접었을 때 짧아지는 것과 같다고 해서 ‘텔레스코프 현상’이라 부른다. 마지막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쉽게 술로 인한 손상이 온다. 여성의 몸이 애초부터 알코올로 인한 간경변이나 골다골증에 취약한 탓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남자가 여자를 업은 모습이야. 남자와 여자는 같은 길을 갈 것이고, 남자는 여자의 모든 짐을 짊어질 것이고, 여자는 남자에게 모든 것을 맡길 테니까.”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알코올중독에 빠진 앨리스(멕라이언)는 남편에게 이렇게 말한다. 여성은 외로움을 이겨내려 술을 마시다가 알코올중독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그녀와 함께 바라보고, 그녀의 짐을 함께 짊어지고, 그녀와 함께 걸어갈 누군가.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함께 그려갈 버팀목이 여성 알코올중독치료의 진정한 출발점이다.

이준석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카프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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