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선수 같지 않은 언행 주목 4년마다 돌아오는 월드컵은 매회 새로운 스타들을 낳는다. 이번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첫 원정 16강에 진출한 일본 축구대표팀도 혼다 게이스케(本田圭佑·24)라는 젊은 별을 배출했다. 혼다는 이번 대회에서 일본대표팀의 최전방 공격수를 맡아 2골 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조별예선 통과를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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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도쿄 특파원 |
광고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월드컵 개막 수주 전부터 여러 대표선수들이 각종 CF에 등장했지만 혼다는 조별예선 1차전 카메룬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뒤에야 예전에 찍었던 음료수 CF 한 편이 빛을 봤을 뿐이다.
이렇게 주목받지 못했던 혼다가 단숨에 일본 축구의 아이콘으로 떠올랐으니 큰 사건이다. 일본 언론들이 ‘혼다를 통해 일본의 혼을 봤다’면서 그를 일본 축구가 낳은 최고 스타라고 칭송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혼다 등장의 정확한 의미를 알기 위해선 그가 그간 일본뿐 아니라 해외 언론으로부터 플레이 스타일이나 생활방식, 언행 등에서 “전혀 일본선수 같지 않은 선수”로 평가받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혼다는 미드필드에서 안전한 패스로 볼점유율을 높이다가 골 기회를 엿보는 일본식 축구에선 쉽게 찾아보기 힘들 만큼 공격성향이 강하다. 실패를 겁내지 않고 과감한 돌파와 전진 패스를 시도하며 쉴 새 없이 상대 진영을 파고든다. 키 182㎝, 몸무게 74㎏의 체격으로 몸싸움에서도 쉽게 밀리지 않으며 회전·무회전 프리킥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그의 이런 능력은 J리그에선 빛을 보지 못하다가 2008년 해외에 진출한 후 꽃을 활짝 피웠다. 네덜란드 2부리그팀 ‘벤로’에서 2008∼2009 시즌 팀내 최다인 16골을 넣으며 팀을 1부리그로 승격시켰다. 올 초 러시아의 CSKA모스크바로 이적해서도 단기간에 3골 2어시스트를 기록, 유럽 빅리그의 주목을 받았다.
해외에 진출한 일본 선수들이 대부분 현지 언어와 음식에 적응하지 못해 애를 먹는 데 반해 혼다는 현지화에 적극적이다. 그는 네덜란드와 러시아 리그에서 일부러 통역 없이 생활하며 영어나 러시아어를 배워 동료나 코치진과 소통하고 있다. 네덜란드 리그에서는 해외 진출 일본인 선수 중 처음으로 소속팀 주장까지 맡아 리더십까지 검증받았다.
솔직하고 거침없는 언행도 일본에선 보기 드물다. 혼다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예선리그에서 탈락했을 때 동료들과 함께 감독의 지시를 일부러 어겼다고 고백해 파문을 일으켰다. 골을 넣지 못하며 수비에 집착하는 일본 축구 흐름에 대해서도 불만을 끊임없이 표출했다. 지난달 29일 16강 파라과이전에서 패한 직후 동료선수들은 인터뷰에서 “이길 수 있었는데 분하다”거나 “세계 수준과 어깨를 겨룰 수 있게 됐다”고 말했지만 혼다는 “당연한 결과다. 각각의 힘에선 (일본은) 아직 부족하다”고 실력 부족을 인정해 일본 취재진을 당황케 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일본 축구계는 월드컵 전까지만 해도 그가 공격에 치중해 수비 가담이 적고, 패스 실패로 흐름을 자주 끊어먹는다고 비판했다. 유럽 선수 같은 성격이나 언행도 팀 화합을 중시하는 일본 축구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됐다. 그가 일본 축구의 모범생인 나카무라 순스케에게 늘 포지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하지만 오카다 일본대표팀 감독은 월드컵 직전 열린 5차례 평가전에서 1무4패를 기록하자 나카무라를 버리고 혼다를 택하는 극약처방을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일본팀은 쉴 새 없이 상대를 압박하면서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적극적인 돌파와 정교한 프리킥으로 무장한 새로운 팀으로 태어났다. 이런 맥락에서 혼다의 성공이 ‘일본적인 것’에 집착하다가 정체에 빠진 일본의 정치·경제·사회에 던지는 의미도 적지 않아 보인다.
김동진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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