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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중국의 ‘임금 빅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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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6-21 01:02:39 수정 : 2010-06-21 01: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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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시장 변신 거대한 ‘경제 실험’
우리 기업들 ‘위험과 기회’ 대비해야
요사이 중국이 아슬아슬하다.

자고나면 중국 곳곳에서 파업이 터지고 사방에서 임금을 올린다는 소식이 쏟아진다. 중국에 진출했던 외국기업들이 해외로 공장을 옮기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의 위상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주춘렬 베이징 특파원
파업과 임금인상 물결에도 정작 중국 정부는 꿈쩍도 않는다. 중국 지도자들은 한 술 더 떠 앞장서 마치 임금인상을 부추기는 듯한 인상마저 준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최근 베이징에서 신세대 농민공을 만나 “사회가 농민공을 친자식처럼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어느 나라 정부가 노동자 파업이나 임금인상을 반길까. 참 기이한 일이다.

지금으로부터 60여 년 전 미국의 ‘자동차 왕’이라 불리는 포드사 창업자 헨리 포드는 자본주의 풍요의 비밀을 예리하게 통찰했다. 그는 근로자들이 스스로 생산한 제품을 자신의 소득으로 소비하고 여가로 즐길 수 있어야 미국의 풍요가 가능하다고 보았고 실제 미국 자동차의 대중화시대를 열었다. 그 이후 미국은 강력한 구매력과 세계최대규모의 내수시장을 앞세워 초강대국의 지위를 구가해왔다. 미국은 내수시장의 접근을 쥐락펴락하며 주요 국가의 흥망을 갈랐다. 미국의 세계패권에는 거대한 내수시장이 한 축을 맡고 있음을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다.

중국도 자본주의 풍요의 비밀을 모를 리 없다. 더 이상 값싼 노동력에 기대는 수출과 투자중심의 경제체제로는 지속 성장할 수 있지 않으며 세계 패권경쟁에서도 미국에 밀릴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는 작년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소득분배제도를 개혁해 내년부터 노동자의 평균임금을 매년 15% 이상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변신하는 ‘거대한 실험’에 나선 셈이다.

중국경제의 변신에는 유일무이한 최대노동자 조직 ‘중화 총공회’의 개혁이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성싶다. 총공회는 공산당산하조직으로 정부와 사용자를 대변하면서도 노동자 복지를 지원하는 모순적 존재다. 가입회원이 2억6000만명에 이르는 이 거대 조직은 과거 파업발생 때 생산질서를 회복하는 역할을 맡아 막강한 영향력과 조정력을 발휘해왔던게 사실이다. 천더밍(陳德銘) 중국 상무부장이 “전국규모의 파업사태는 없을 것이며 노동분쟁이 중국 경제에 주는 충격을 피할 수 있도록 적절하게 다뤄질 것”이라고 장담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최근 들어 총공회는 두 얼굴의 성격 탓에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물론 KFC의 단체협약체결사례처럼 총공회는 정부의 정책방향에 부응, 사업체의 임금인상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달 발생했던 혼다자동차의 중국공장파업 때에는 총공회가 파업을 막으려다 현지 근로자와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파링허우(80後)’와 ‘주링허우(90後)’라 불리는 신세대 농민공이 뉴파워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19세의 어린 나이에도 혼다자동차의 포산(佛山) 부품공장파업을 주도했던 리샤오쥐안(李曉娟)양은 중국의 저명한 노사문제 전문가인 인민대 노동관계연구소장 창카이(常凱)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그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회사 측에 정교하고도 치밀한 논리로 협상해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 중국에서 당과 정부, 총회의 통제를 벗어난 독자적인 노동운동이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중국발 임금 빅뱅에 적극 대비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우선 중국의 소비시장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여겨진다면 우리 기업들은 중국 속으로 더욱 들어가야 하는 게 자명하다. 물론 우리 기업들은 오르는 임금상승부담을 상쇄할 만큼 생산성을 높이고 경쟁력도 높여야 한다. 또한 중국 노동제도의 변화도 꼼꼼히 따져봐야 하고 예상치 못한 사회·정치적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중국시장의 기회뿐 아니라 갈수록 커지고 있는 위험에도 면밀히 대비하는 ‘시나리오 경영’이 절실히 필요할 듯하다.

주춘렬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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