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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사진을 소재로 시각매체의 허구성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는 사진작가 백승우. 그는 “예술은 보는 이의 눈높이를 부단히 높여주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
사진은 기본적으로 존재하는 것을 찍기에 어느 정도 현실성을 바탕에 깔고 있게 마련이다. 그는 ‘북한사진’을 계기로 그럴싸한 진실과 허구를 천착하게 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진실에 더 허구적인 요소가 내재될 수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그에게 북한은 이를 극단적으로 깨닫게 해주는 좋은 사례가 됐다.
“더 나아가 세계인이 남북한을 어떻게 바라볼까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들은 아마도 연극무대 위에 선 남북한을 관객의 시선에서 바라볼 겁니다.” 그에게 남과 북은 무대 위에 선 배우나 마찬가지다.
이 같은 생각은 남과 북에만 한정되지 않음을 그는 알게 된다. “어떤 상황에 따라 허구가 더 진실이 되고 진실이 더 허구가 되지요. 뉴스보도에서 100% 가치 중립이 불가능한 것처럼, 개인의 경험이나 사회적 영향이 스며들어 어쩌면 ‘객관’은 존재할 수 없지요.”
백승우의 사진작업은 눈에 보이는 것을 현실이라고 믿는 세상에 살면서 현실과 뒤엉켜 있는 비현실의 조각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가 믿고 있는 현실의 기반이 얼마나 취약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시각적 세계의 허구성을 시각매체를 통해서 일깨운다’는 면에서 의미있게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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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평양 도로 위의 교통경찰과 보도 위를 뛰어가는 여인의 모습에서 ‘사회적 허구’를 엿 볼 수 있는 작품 ‘BL-011’. |
그는 촬영한 사진들을 임의로 변형시키기도 한다. 북한사진들에서 건물들은 극적으로 높아지거나 웅장함이 강조되는 형태로 탈바꿈시켰다. 배경에는 다채로운 색이 입혀졌다. ‘이것이 허구다’라고 직설적으로 내미는 것이다.
그러기에 때론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 실재하는 것보다 진실할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안다. 유토피아란 본래 그런 것이다.
그는 서울과 도쿄를 주제로 도시작업에도 착수했다. 일본작가 다카시 혼마도 같은 주제로 작업을 한다.
그에게 예술은 보는 이의 눈높이를 높아지게 해주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찾아가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영국에서 공부하고 미국에서 작업하고 있는 그가 ‘예쁜 사진’에 몰두하지 않는 이유다. “예뻐봐야 그림처럼 될 수는 없지요. 어차피 사진은 존재하는 것을 찍는 것이니까요.”
그는 해외에서 활동하면서 나름대로 한국작가들의 특성도 간파했다. “외국작가들은 기본적으로 ‘사회’에서 출발해 ‘개인’으로 들어갑니다. 자연스럽게 이성적으로 납득시키려 노력하지요. 이에 비해 한국작가들은 반대로 개인에서 출발해 사회로 나아가려 합니다.” 그는 한국작가들은 이런 감성적 특성으로 인해 소통의 한계에 자주 봉착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뭔가 애매하고 이미지 위주의 작업에 편중된다는 것이다.
미국 휴스턴미술관을 비롯해 산타바바라 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는 백승우는 파리 퐁피두센터와 미국 산타바바라 미술관 등의 전시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엔 일우사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7월7일까지 일우 스페이스. (02)753-6502
편완식 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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