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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의 '술과 건강 이야기'] 나도 혹시 알코올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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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6-13 20:48:18 수정 : 2010-06-13 20:4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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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증상은 갈망·통제력 상실·내성·금단
이중 하나라도 있다면 전문가 상담 받아야
가장 중요한건 사실 인정하고 치료하는 것
“알코올 중독자 김아무개입니다. 이 한마디 하는데 스무 해가 걸렸습니다.”

엊그제 외래에서 만났던 김 선생님은 평생을 교직에서 보낸 평교사였다. 아내는 그에게 알코올 중독을 치료받으라고 여러 차례 간청했었다. 그럴 때마다 그는 멀쩡한 사람을 정신병자로 내몬다면서 손찌검까지 했다. 그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술을 끊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실제로 몇 달씩 술을 끊고 지낸 적도 있었지만, 일단 한 잔이 시작되면 어김없이 몇 날 며칠 술만 마셔대는 장취에 빠졌다. 그때마다 아내가 학교에 부탁해 교직을 유지했다. 하지만 차츰 마시는 술의 양이 늘었고, 장취하는 날도 많아졌다. 지친 아내는 끝내 이혼을 요구했고, 실망한 동료 선생님들도 하나 둘 등을 돌렸다. 결국 이혼과 함께 교직에서도 쫓겨났다. 요즘은 술이 없으면 불안해 하루 저녁도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심지어 어디선가 자신을 욕하는 소리까지 들렸다. 그제야 그는 비로소 자신이 알코올 중독자임을 인정했다. 아내가 치료를 권유한지 꼭 스무 해 되는 때였다.

“혹시 알코올 중독이 아닐까?”

술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걱정하는 문제다. 하지만 대부분 자신만은 절대 중독자가 아니라며 손사래를 친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알코올 중독이라고 부를까? 일반적으로 알코올 중독을 진단하는 대표적인 증상은 갈망, 통제력 상실, 내성, 금단이다. 물론 단편적인 증상만으로 알코올 중독을 진단하지는 않지만 이런 네 가지 증상 가운데 하나라도 있다면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해야한다.

이준석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카프병원장
퇴근이 가까워지면 술자리를 만드는 습관을 갈망이라고 부른다. 갈망이 생기면 업무에 집중하기 힘들어진다. 한 잔의 술이 장취를 부르는 현상을 통제력 상실이라고 한다. 장취는 생활을 엉망으로 만든다. 술기운을 느끼기 위해 자꾸 음주량이 늘어나는 현상을 내성이라 부른다. 술이 세졌다는 것은 곧 뇌가 술에 둔해졌다는 말이다. 술기운이 떨어졌을 때 불안·초조·떨림이 나타나거나 심지어 환청·환시 등의 정신병적 증상까지 보이는 것이 금단이다. 뇌가 술에 완전히 절어있는 상태에 도달한 것이다.

이런 증상들은 모두 알코올이 뇌에 병적인 변화를 일으켰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렇듯 뇌에 생긴 병적인 변화가 곧 알코올 중독이다. 물론 여타 뇌질환처럼 알코올 중독에 대한 다양한 치료제와 치료법은 이미 개발돼 있다. 중요한 것은 알코올 중독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다.

“술 때문에 가족을 잃은 것인지, 아니면 가족을 잃었기 때문에 술을 마시는 것인지 잘 모르겠어!” 알코올 중독자의 최후를 그렸던 영화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에서 주인공 벤(니콜라스 케이지)은 이렇게 말한다. 그리고 잃어버린 가족의 빈자리를 채우려 술을 마시다가 끝내 죽음을 맞이한다. 여기서 벤은 가족을 잃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가족들 또한 벤을 잃어버린 것이다. 알코올 중독은 당사자뿐 아니라 그를 둘러싼 모든 이들에게 상처를 남긴다. 알코올 문제의 심각성이 바로 거기에 있다.

이준석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카프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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