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는 이제 풍전등화 격이었다. 병사들은 전의를 잃었고,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는 것 같았다. 절망 속에 있는 트로이, 침울한 트로이를 돕기 위해 나서는 나라가 있었다. 비록 여인들로만 이루어진 나라였지만 용맹하기로는 남자들을 능가하는 아마존 족의 여왕이 트로이를 돕기 위해 달려왔다. 아마존의 여왕 펜테실레이아는 전쟁의 신 아레스를 아버지로, 아마존의 여왕이었던 오토레레의 딸이다. 그녀는 실수로 자신의 동생 히폴리테를 죽였는데, 이 때 그의 죄를 씻을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이 트로이 왕 프리아모스였다. 토로이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었던 아마존 여왕은 트로이의 위급한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아주 호전적이었던 그녀는 두려울 것이 없는 용사였다.
그녀는 부하들을 이끌고 그리스 군의 배후에 나타나서 사정없이 그리스 군사를 섬멸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쏘아대는 화살은 여지없이 그리스 병사들을 꿰뚫었고, 엄청난 교란에 휘말렸다. 이들의 기세에 놀라 제대로 반격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이들을 가로막는 장수가 있었다. 그리스 제일의 용장 아킬레우스였다. 아킬레우스가 아마존의 군대를 막아서자 그리스 병사들은 환호성을 올리며 반격을 시작했다. 겁을 모르는 아마존 여전사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하지만 아마존 전사들은 아킬레우스의 적수가 아니었다. 아킬레우스의 괴력과 용맹 앞에 아마존 족은 괴멸당하기 시작했다. 결국 아마존 제일의 용사 펜테실레이아도 결국 아킬레우스의 창을 맞고 쓰러졌다.
아킬레우스는 펜테실레이아에게 다가가 그녀의 갑옷을 벗겼다. 그러자 너무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미 숨을 거둔 뒤였지만 그 아름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킬레우스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연정을 품었다. 그녀가 죽은 시체일 뿐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녀에게 진한 애정을 품었다. 그는 그녀에게 엎드려 입을 맞추었으며, 그녀의 몸을 어루만졌다. 그러면서 그는 자기의 갑옷을 벗고 해괴하게도 그녀에게 몸을 밀착시켰다. 주변은 의식하지 않은 책 그는 그녀의 몸을 탐닉하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보고 있던 테르시테스가 아킬레우스를 향해 쓴 소리를 했다. 테르시테스, 그는 바른말 잘하기로 소문난 사람이었다. 그리스 장수들 중 유일하게 신분이 낮은 사람이었지만 그는 오이네우스의 형제인 아그리오스의 아들로 알려져 있었다. 그는 볼품이라곤 없는 사람이었다. 안짱다리여서 보행을 하는 것도 불편했고, 등은 고양이처럼 잔뜩 굽어 있어서 놀림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다가 계란 모양의 얼굴 전체가 완전히 털로 덮여있어서 사람이 아니라 짐승처럼 보이기도 했다. 자신의 외모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그는 누구에게나 거칠 것이 없었다. 무슨 말이든 하고 싶으면 거침없이 말했고, 지도자들을 비웃기를 즐겼다.
아가멤논이 전에 아킬레우스의 여자 브리세이스를 취하여 첩으로 삼았을 때에도 그는 바른 말하는 것을 잊지 않았었다.
"아가멤논, 저 자는 남자도 아니야. 그래 할 짓이 없어 남의 여자를 빼앗아. 그러니 뭐가 되겠어. 총사령관이라는 자가 저러고 있으니, 이참에 전쟁을 포기하고 우리 모두 그리스로 돌아갑시다."
그 말에 화가 난 오디세우스는 그를 가리켜 오만한 짓이라며 그를 채찍으로 때리며 그를 나무라기도 했었다. 그런 그가 해괴한 짓을 벌이고 있는 아킬레우스를 보고 그냥 넘어갈 리 없었다.
"저게 무슨 꼴이야. 아무리 여자가 좋기로 죽은 시체에게 사랑에 빠지다니, 저런 사람이 그리스군을 이끄는 족장이라니, 나 원 참."
그의 말에 화가 난 아킬레우스는 시체에서 몸을 일으켜 옷을 추스르며 그를 향해 발길질을 했다. 테르시테스는 변변히 힘을 쓰지 못하고 땅에 나뒹굴었다. 그는 넘어져서도 말을 멈추지 않았다.
"이런 못된 사람. 전쟁에 나선 장수가 그래 할 짓거리가 없어 죽은 시체에 연모를 품고 해괴한 짓을 벌이오. 부끄러운 줄 아시오.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자가 그리스 제일의 장수라니. 오하라 참 부끄럽도다."
이성을 잃은 아킬레우스는 그를 사정없이 걷어차고, 짓밟았다. 잔인하리만큼 철저하게 짓이겨진 테르시테스는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채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아킬레우스가 제정신을 찾았을 때는 일이 저질러진 후였다. 이를 본 신들은 분노하여 아킬레우스를 비난했다. 신들의 분노를 알아차린 아킬레우스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이를 속죄하기 위해 레토 및 그의 아들인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에게 제물을 바치고 제를 올렸다. 그리고 오디세우스에게 잘못을 빌어야 했다. 명예가 실추된 아킬레우스는 오디세우스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도록 그리스 군내에서 위치가 격하되었다.
쉽게 정복될 것 같았던 트로이는 잠시 숨을 돌렸고, 트로이를 살려내려는 움직임은 주변국들로 확산되었다. 그리스군이 헥토르를 제거하고, 아마존 족을 괴멸시키고 승리감에 도취해고 있을 때 다시 이들을 기습하여 많은 그리스 병사들을 죽이는 무리가 있었다.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의 조카 멤논이었다. 멤논은 새벽의 여신 에오스가 그의 어머니였고, 그의 아버지는 티토노스였다. 그의 형제 에마티온은 이집트의 왕이 되었고, 그는 에티오피아의 왕이되었다. 그는 트로이가 위급하다는 소식을 듣고 트로이를 구하려고 어머니의 도움을 받으며 빠른 시간에 트로이와 그리스가 전쟁을 벌이고 있는 곳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는 에티오피아 군사를 이끌고 완전 무장을 했다. 그의 어머니는 헤파이스토스에게 부탁하여 그에게 훌륭한 갑옷을 만들어 주었다. 그는 그 옷을 입고 내쳐 그리스군에게 뛰어들어 많은 그리스군을 죽였다. 그가 죽인 그리스군 중에는 아킬레우스의 친구이자 네스토르의 아들인 안틸로코스도 포함되어 있었다.
친구 안틸로코스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한 아킬레우스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다시 무기를 들고 일어섰다.
"내 잘못이야. 내가 해괴한 짓을 하는 사이에 내 소중한 친구를 또 잃다니…."
두 사람은 이제 1:1로 겨루게 되었다. 이들의 싸움을 지켜보며 마음을 졸이는 여신들이 있었으니, 아킬레우스의 어머니 테티스와 멤논의 어머니 에오스였다. 두 사람의 어머니들인 여신들은 자신의 아들이 이기기를 바라며 각각 자기 아들이 죽지 않게 해달라고 제우스에게 간청했다. 제우스의 입장은 난처했다. 어느 누구의 편을 들 수 없었던 제우스는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결국 이 싸움에서 멤논이 쓰러지고 말았다. 당연히 멤논은 죽음을 면치 못했고, 그의 어머니 에오스는 제우스에게 '자신의 아들에게 영에를 내려줄 것'을 간청했다. 아킬레우스는 멤논이 새벽의 여신의 아들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시체를 상하지 않도록 하고, 시체를 태워주기로 했다. 그의 시체는 불 위에 놓여져 지글지글 타 올라갔다. 그러자 그를 태우고 있는 불에서 올라가는 연기는 갑자기 양쪽으로 갈라지더니 새들이 되었다. 이 새들은 서로 갈려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그 중 죽는 새들이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렇게 한참을 싸웠다. 제법 여러 마리가 시체로 변했고, 그리스군은 그 새들을 거두어 그를 위한 제를 올려주었다. 이후 해마다 그날이 오면 이들 새들이 멤논의 묘지에 날아와 죽음의 의식을 행하고 분묘 위에 떨어져 죽곤 했는데, 그 새들의 이름을 멤노니스라 불렀다고 한다.
다음 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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