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이 수사기록 공개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법원이 공소기각을 선고할 수 있어야 한다.”
올해 초 법원·검찰 충돌의 기폭제가 된 서울고법의 ‘용산참사’ 수사기록 완전공개 결정을 적극 지지하면서 제도적 보완책 마련을 주문하는 소장법관의 제안이 눈길을 끈다. 의정부지법 장승혁(37·사법시험 42회) 판사가 주인공이다.
27일 우리법연구회에 따르면 이 모임 회원인 장 판사는 최근 수사기록 열람·등사를 주제로 열린 월례 세미나에서 ‘수사기록 열람·등사와 관련한 법률상 쟁점’이란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검찰의 수사기록 공개 거부로 논란이 된 ‘용산참사’ 사건을 주요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장 판사는 미국 입법례 등을 들어 검찰이 법원의 수사기록 공개 명령을 거부할 경우 법원이 크게 3가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먼저 검사가 피고인 측의 수사기록 열람·등사를 허용할 때까지 공판 절차 진행을 중단하는 것이다. 장 판사는 “피고인이 구속된 사건의 경우 공판 지연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공판 절차 중단은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두번째는 법원이 직권으로 압수수색 절차를 거쳐 검찰 수사기록을 확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장 판사는 “검찰이나 경찰이 스스로 응하지 않는다면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게 미국 몇몇 주 법원처럼 검찰의 법률 위반을 이유로 공소기각을 선고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현행법상 검사의 수사기록 열람·등사 결정 불이행을 공소기각 판결 사유에 포함시키는 건 어렵다는 게 장 판사의 해석이다. 그는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법원이 공소기각 선고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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