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왕국’ 일본에서 신문사들이 격변의 시대를 맞고 있다. 최근 수년간 20∼30대 젊은 독자층이 인터넷 매체로 빠르게 이탈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침체 장기화로 신문 광고시장마저 매년 1000억엔(1조2000억원) 이상씩 급감하면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성인 1인당 일간지 발행부수가 연간 624.9부(일본신문협회 2007년 발표)로 세계 최대를 자랑하던 일본 신문시장이 이대로 가다간 향후 20년 내 자취를 감출 것이라는 위기감이 터져나오고 있다.
![]() |
◇일본 독자들이 도쿄에서 신문 호외를 읽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이는 일본의 일간신문 발행부수 추이에서도 확인된다. 버블경기가 정점을 이뤘던 1990년 일본 전체 일간지 발행부수는 7252만부를 기록한 뒤 계속 하락하고 있다.
2005년 6968만부였던 전체 발행부수는 급기야 매년 100만부식 줄어들어 지난해에는 6508만부에 머물렀다.
신문 광고시장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신문광고 시장이 인터넷 광고시장에 추월당했다.
일본 최대 광고회사 ‘덴츠(電通)’가 지난 2월 발표한 ‘2009년 일본의 광고비 통계’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 광고 시장규모는 7069억엔을 기록해 6739억엔인 신문광고를 제치고 TV에 이어 2위의 광고매체로 부상했다.
신문광고 시장의 연도별 추세를 보면 하락세는 더욱 명확하다. 신문광고는 2007년 9462억엔과 2008년 8276억엔에 이어 지난해 6739억엔을 기록함으로써 불과 3년 만에 2723억엔(3조2450억원)이나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인터넷 광고는 2007년 6003억엔과 2008년 6983억엔에 이어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최악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2009년 7069억엔으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802만부를 자랑하는 아사히신문은 요미우리신문(1001만부)과 함께 일본 신문시장의 양대 산맥을 이뤄 왔지만 최근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흔들리고 있다. 아사히의 광고수익은 2008년부터 매년 100억엔(1200억원) 단위로 줄어들고 있다. 광고주들이 불황 때문에 줄어든 광고비를 아예 1등 매체(요미우리)에게만 몰아주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타격을 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아사히는 자사 소유의 도쿄도 유라쿠초(有樂町) 대형빌딩에서 매년 수십억엔의 임대수익을 얻어왔는데, 최대 입주업체인 세이부 백화점이 지난 1월 퇴점하면서 이를 대체할 새 입주자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아사히는 5300명에 달하는 전체 인력을 2012년까지 4500명으로 줄이기로 하는 한편 부수 800만부 유지를 위해 출혈을 감수하면서 각 판매지점에 지급했던 보조금을 대폭 축소했다.
370만부로 3위업체인 마이니치신문도 경영난에 빠졌다. 마이니치는 지난 1일부터 교도통신에 재가맹했다. 지방과 해외에 직접 지국을 설치해 취재하던 방식에서 통신사에 의존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을 통해 경비를 줄이려는 몸부림이다.
회사 측은 정부나 기업 등의 발표 기사는 교도통신에 의존하고 자체 역량은 심층 취재와 분석, 해설 기사 작성에 집중하기 때문에 인력조정은 없다고 사원들을 설득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조만간 대형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제지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니혼게자이신문도 광고 수입이 2008년 720억엔(약 8600억원)에서 2009년 490억엔으로 축소되면서 2차대전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요미우리는 시장 1위의 효과를 힘입어 타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지만 경상이익이 2005년 이후 매년 줄어들고 있어 결코 손놓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도쿄=김동진 특파원 bluewins@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