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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저트 플라워' 아프리카 출신 모델의 거짓말 같은 인생 역전

입력 : 2010-04-16 00:07:12 수정 : 2010-04-16 00: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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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을 바꾼 날은 그날이 아니에요.”

아프리카 소말리아 출신으로 신디 크로퍼드, 클라우디아 시퍼 등과 함께 1990년대를 대표하는 톱모델이 된 와리스 디리(45). 영국 런던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바닥을 닦는 불법이민자에 불과했던 그녀는 우연히 그곳을 들른 유명 사진작가의 눈에 띄어 모델로서의 성공가도를 달려왔다. 디리는 유목민의 딸에서 톱모델로 거듭나게 된 운명의 그날을 이야기해 달라는 패션지 기자의 요청에 “내 인생을 바꾼 날은 3살 때였다”고 고백한다.

‘데저트 플라워’는 디리가 이같이 대답하게 된 사연을 좇는 영화다. 소말리아 사막의 가난한 유목민 딸로 태어나 13살 때 영국으로 불법입국한 뒤 가정부, 청소부 일을 전전하다가 사진작가 테리 도널드슨에게 발굴돼 톱모델로 성장해 가는 디리(리야 케베데)의 실제 삶을 담았다. 늙은 양치기의 네 번째 부인으로 팔려가지 않기 위해 집을 나와 사막을 건너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런던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위장남편의 폭력에 시달려야 했던 그의 거짓말 같은 인생 역정이 숨가쁘게 펼쳐진다.

하지만 영화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데저트 플라워’는 중반부터 디리의 신데렐라 성공기와 함께 아프리카 여성 잔혹사를 교차해 보여준다. 우연히 성기가 잘려나간 채 엉성하게 꿰매진 디리의 성기를 본 친구 메릴린(샐리 호킨스)의 참담한 눈빛과 할례로 인한 고통을 줄이려고 수술을 받으려는 디리에게 “전통에 대한 배신행위”라는 소말리아 출신 남자 간호사의 적의, 아버지가 정한 결혼을 거부하는 것은 “가문의 수치”라는 외사촌들의 비난 등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아프리카 여성들이 처한 처참한 현실도 모습을 드러낸다.

디리의 인생을 바꾼 그날의 의미는 마지막 부분에서 밝혀진다. 충격과 고통, 공포에 휩싸였던 세살배기 아이는 분노와 의지, 용기로 가득찬 유엔 특별인권대사로 성장했다. 디리가 유엔본부 연단에서 일갈한다. “아프리카 여성들도 우리와 똑같은 여성입니다. 이 야만적인 의식이 없어지면 아프리카는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를 위해서 여성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바꾸도록 노력합시다.”

와리스 역을 맡은 리야 케베데도 유명 모델이자 산모와 신생아, 어린이를 위한 재단을 세운 사회활동가다. 메릴린 역의 샐리 호킨스는 ‘해피 고 럭키’로 지난해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받은 연기파 배우. 아프리카 사막의 유목민 딸에서 패션계의 신데렐라로, 악습에 당당히 맞서는 활동가로 다시 태어난 디리의 아름다운 꿈과 불굴의 의지를 그린 이 영화는 지난해 산세바스티안영화제 관객상을 받았다. 22일 개봉.

송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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