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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장사꾼 20명 상술의 지혜

입력 : 2010-04-10 01:57:44 수정 : 2010-04-10 01:5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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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열전/이수광 지음/㈜진명출판사/1만3900원

이수광 지음/㈜진명출판사/1만3900원
양가집 규수였던 만덕은 집안이 망하는 바람에 기적에 올라 기생 일을 해야 했다. 18세기 중반 조선에서 기생은 15세가 되면 머리를 올리고 첫 남자를 받아들인다. 만덕은 그런 와중에 의술을 배운다. 기생 일을 하는 틈틈이 남장을 하고 제주도 일대 산을 누비면서 약초를 캐고 공부에 열중한다. 만덕은 제주 판관 한유추에게 눈물로 하소연해 기적에서 빠져나온 직후 장사에 눈을 뜨게 된다. 친척이 먹을 것이 없어 굶고 있어도 보태주지 않고 악착같이 돈을 벌었던 김만덕. 그러나 조선에 큰 기근이 들자 수만 가마의 쌀을 바리바리 배에 싣고 한양에 올라가 임금에게 진상한다. 싼 값에 쌀을 사서 비싼 값에 팔아 큰 이익을 남긴 전형적인 상법이 김만덕 상법이다.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쓴다’는 속설에 충실하듯이 말이다.

조선의 거상 임상옥은 인삼독점권을 획득하여 많은 돈을 벌었다. 그가 돈을 번 이유 중 하나는 태산이 무너져도 꿈쩍도 하지 않았던 뚝심이다. 청나라 상인들이 담합하여 조선 인삼 불매운동을 벌일 때 그는 인삼을 태우는 수단까지 동원하여 청인들에 맞서 이겼다. 무역왕 최봉준은 러일전쟁이 한창일 때 포화 속을 누비면서 러시아 군대에 소를 납품하여 돈을 벌었다.

상인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집념, 기회 포착 능력, 시세 파악 능력 등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은 사람을 보는 상인(相人), 재산을 보는 상택(相宅), 사람을 부리는 용인(用人), 뜻을 세우는 입지(立志) 등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먼저 뜻을 세워야 한다.

‘상인열전’은 한반도 상인 20명의 픽션을 소개한 저자 이수광의 발군의 실력과 노력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20명의 천재 장사꾼의 삶을 따라가 보는 것만도 흥미로운 작업이다. 고난의 시대에 개인과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는 상인들의 삶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돈 버는 방법을 전수해 주고 있다.

정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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