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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인터뷰] 예능 PD편 ③ '롤코' 이승훈 PD "정가은씨 울린 PD가 저예요"

입력 : 2010-04-03 13:25:40 수정 : 2010-04-03 13: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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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의 인기 프로그램 ‘롤러코스터’(이하 롤코)는 애초에 ‘개그콘서트’(이하 개콘)를 표방한 작품이다. ‘1999년 개콘이 세상에 나왔다면 2009년에는 롤코가 대한민국 개그의 판도를 바꾼다’가 모토였다.

대표적인 인기코너 ‘남녀탐구생활’를 비롯 '막장극장', '여자가 화났다', '내 속을 태우는 구려'에 이어 최근 신설된 코너 '헐'까지 여러 개의  단막으로 이뤄진 코믹 극이다. 처음에는 개콘처럼 많은 코너가 있었다. 약 3분 내외의 짧은 극이 7개까지 방영됐으나 지금의 형태로 자리를 잡은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여러 번 코너가 바뀌고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스탠딩 공개 코미디인 대세인 시점에서 롤코는 비공개 코미디를 표방하며 드라마타이즈 형식을 도입하는 한편 남들은 ‘힘들어서 안하는’ 야외 촬영을 택했다. 올 ENG 촬영인 만큼 고되고 힘들며 몇 배의 시간이 소요된다.

최근 열린 ‘제4회 케이블TV방송대상’에서 버라이어티 부문 ‘올해의 작품상’을 수상하는 한편  ‘올해의 스타상’에는 롤코의 대표 배우 정가은과 정형돈이 낙점됐고 독특한 음색으로 인기를 모은 성우 서혜정까지 개인상을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 누구나 겪을 만한 생활 속의 공감 가는 소재를 재미있게 녹여내 안방 코미디계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다. 최근 tvN 사옥에서 '롤코'의 이승훈 PD를 만나 과거와 미래를 짚어봤다.

◇ 시작은 미약하였으나…롤코, ‘케이블 돌풍’을 일으키다

“사실 초반에는 큰 주목을 받진 못했어요. 지난해 7월 첫 방송이 됐는데 다들 주위 반응이 영 아니었죠. 저 또한 ‘롤코’ 팀에 합류하는게 만족스럽지 못했거든요.(웃음) 연기자 섭외도 안 되고 장소 섭외도 안 되고 초반 난항을 겪었죠.”

지난해 10월 즈음 인터넷을 하던 이PD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포털 검색 순위에서 예능 프로그램에 ‘롤코’가 1위를 기록하고 있던 것이었다. 자세히 알아보니 ‘롤코’의 영상이 UCC 사이트를 통해 돌기 시작했고 ‘재미있다’, ‘기발하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열풍을 일으킨 것이다. 그중 대표적인 작품은 ‘남녀탐구생활’의 ‘화장실 편’이다. 남녀가 각각 공중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스토리를 담아낸 내용이다.

"여자 화장실도 냄새가 나더라고요. 촬영하면서 처음 알았어요. 3시간 동안 있으니까 '정말 죽겠다'는 말이 절로 나오더군요.(웃음) 자유로에 있는 휴게소 화장실에서 촬영을 마치면서도 이 작품이 ‘대박’일 거라고 전혀 인지하지 못어요. 연말까지 검색어 순위 1위를 안 놓치는 것을 보고 신기했어요”.

또한 ‘군 입대 편’도 네티즌들의 큰 지지를 얻었다. ‘예비군’이라는 단어가 포털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어찌 보면 특별할 것 없는 일상적인 이야기이지만 독특한 구성과 배우들의 개성 넘치는 연기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시청자분들이 큰 규모의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수능이나 예비군, 새학기 등교 첫날, 소개팅 등등. 어찌보면 식상하고 뻔한 내용인데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라 그런지 인기가 많더라고요.”

‘남자, 여자 몰라요. 여자도 남자 몰라요’라는 무미건조한 성우의 설명으로 시작되는 ‘남녀탐구생활’은 ‘롤코’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너다. '이런 우라질레이션', '아 쓰바, 별로예요'라는 성우의 나레이션 장단과 ‘완벽한 블라우스에 어울리는 완벽한 스커트를 찾을 때까지 돌아봐요. 백화점은 원래 백 바퀴를 돌아서 백화점이니까요’라든지 ‘언니는 적반하장 식 대응으로 나와요. 오래 살아서 그런지 말도 드럽게 잘해요'라는 등의 멘트들은 가히 파격적이었다. 언론에서는 ’공중파를 뛰어 넘은 인기’라고 극찬했다.

“올 ENG를 하기 때문에 단편 드라마를 여러 개 찍는 격이에요. 한 코너를 위해 일주일에 사나흘을 촬영하고 있죠. 드라마 한 회 촬영하는 분량을 소화하기 때문에 작가들 또한 대본 쓰는 것 또한 일반 시트콤 1회 분량이 필요해요. 공중파에서 못해서 안하는 게 아니라 힘든 것을 아니까 안하는 것 아닐까 싶어요.(웃음)”

다들 ‘롤코’ 팀의 스케쥴을 보고서 ‘이걸 어떻게 찍어’ 한마디씩 했단다. 그는 “고생할 것을 알면서도 무조건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래 한번 해보자’ 하면서 부딪치는 것이야 말로 롤코의 정신이 아닐까 한다”며 “롤코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땀 냄새가 나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 “정가은 눈물 흘리게 한 사연”

‘롤코’의 인기는 연기자들의 몫도 크다. 개그맨 정형돈은 연기 본능을 가감 없이 발휘했고 무명에 가까웠던 정가은은 이 코너로 인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정형돈은 가장 먼저 프로그램 출연을 약속했고, 정가은은 다른 연예인이 출연이 취소되고 촬영 하루 전에 급히 합류한 케이스다.

프로그램 특성상 짧은 상황을 길게 늘여서 보여주는 데에 필요한 것은 배우의 표정과 행동이다. 정가은은 예쁘장한 얼굴에 모델 뺨치는 외모의 소유자이면서도 남들이 꺼릴 만한 연기를 척척해냈다. 내숭 떠는 여자의 전형적인 눈웃음과 새침떼기 같은 표정 등 짧은 극 안에서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과시했다.

정가은은 현장에서도 매우 적극적이다. 촬영하면서 화장실도 가고 목욕탕도 가봐서 이제는 두려울 것이 없다는 자세다. 얼마 전 촬영한 ‘관광버스 타고 가다 복통이 찾아왔을 때’ 편에서는 버스 뒷자리에서 몰래 볼일을 보는 상상 신까지 스스로 알아서 척척 연기해내 스태프의 찬사를 받았다. 리얼한 표정한 상황에 대한 표정 연기는 독보적이고 누구보다 프로페셔널하다.

정형돈은 연기가 아닌 실제 상황인 것처럼 보일 정도로 연기를 잘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애드립은 물론 극중 필요한 품도 직접 챙겨와 활용하기도 한다. 스태프들과의 친분은 물론 단역으로 출연하는 연기자들과도 스스럼없이 가깝게 지낸다.

“정형돈 씨의 친구들로 출연하시는 단역 배우가 몇 분 계세요. 그런데 촬영하는데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몇 십년 된 친구들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알고 보니 정형돈 씨를 비롯한 친구로 출연하는 분들이 따로 술 먹는 모임을 만드셨더라고요. 정형돈 씨의 능력인거죠. 현장을 리드하는 것은 타고 나신 것 같아요.”

‘2009년을 빛낸 스타’로 손꼽히며 지난 한 해 승승장구한 정가은은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매니저 없이 다닌 지난해 겪었던 서러운 일을 털어놨다. 혼자서 의상과 메이크업까지 준비하며 바쁘게 활동을 했지만, 스케쥴이 겹쳐 이를 놓고 방송국PD와 얘기를 하던 중 서러움의 눈물을 흘렸다는 내용이었다.

“그 PD가 바로 저예요.(웃음) 가은 씨가 TV에서 무명의 서러움을 얘기하시면서 매니저가 없어 PD에게 혼난 얘기를 하시는데 주위에서 선배들이 ‘야 너 얘기한다’ 놀리더라구요. 가은 씨가 처음에는 매니저가 없어서 현장에 차를 끌고 오시면 제가 매니저 아닌 매니저 역할을 하게 되는 거예요. 차도 대신 주차하고 스케쥴 문제 생기면 중간에서 조율하고 보고하고. 그래서 사람들은 가은 씨에 대한 얘기는 다 저에게 물어보곤 했었죠. 어느 날 다른 촬영과 우리 촬영 날짜가 겹쳐 티격하게 됐는데 저도 모르게 언성을 높였나 봐요. 갑자기 눈물을 흘리시는 겁니다. 너무 당황했죠. 그 후 팀 회식을 하며 술 마시면서 속에 있는 얘기를 하게 됐고 그렇게 서로 풀었어요. 근데 한이 맺히셨는지 방송에서 많이 얘기하시더라고요. 하하.”

◇ 다양한 코너와 변화…‘롤코’는 진화한다

최근 새로 신설된 코너 ‘헐’(her)은 남자들을 대변하는 코너다. 황당할 때 쓰이는 의성어 ‘헐’과 여성을 뜻하는 ‘her’을 나타내는 말로, 남자들이 여자친구와 싸우는 양상을 그려낸다.

‘남녀탐구생활’에서는 여성들이 비교적 깔끔하고 새침되게 표현된 반면 남자들은 단순하고 1차원적인 모습으로 그려지는 경향이 있었다. ‘헐’에서는 상황을 바꿔버렸다. 매해 에피소드에서 여성은 이런 저런 이유를 붙이며 ‘헤어지자’고 말하고 남자는 너무 황당해 ‘헐’하고 끝이 난다. 여성들을 여과 없이 적나라하게 표현해 특히 군대에서 반응이 좋단다. 

1%의 시청률도 ‘대박’인 케이블방송에서 무려 4.2%의 시청률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던 ‘롤코’는 최근에도 계속된 변화를 꿈꾼다. 프로그램 차제가 언제까지 ‘남녀탐구생활’ 한 코너에만 기댈 수는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다시 남녀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것은 왜 일까.

"서로 좋아하면서 싸우는 것은 참 특이한 상황이죠. 싫어하면서 싸우면 험한 말만 오고 가지만 애정이 있는 상태에서의 싸움은 묘한 재미가 있어요. '헐'의 기본 컨셉은 길거리에서 남녀가 싸우고 있는데 누가 지나가면서 이들을 보는 느낌, 거기에 만화 기법을 넣은 거죠. 배우들이 싸우다가 카메라 밖으로도 나가고 다시 들어와서 싸우기도 하고 컷이 길어요. 한 네티즌이 '연애를 진지하게 제대로 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라고 평했는데 인상 깊은 소감이었어요."

총 6명의 작가가 대본을 담당하지만 아이디어 회의 때는 PD들도 큰 몫을 한다. 특히 이PD는 같이 일하는 작가가 자신의 여자친구와 통화하는 장면도 목격했단다. 실제 싸웠던 이야기나 남자친구가 이해가 안될 때 등의 정보를 듣기 위함이다. 우리 주위 연인들의 이야기, 어디서나 혹은 누구나 겪을 만한 이야기가 이 코너의 매력이다. 이PD는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한 여자친구에게 이 자리를 빌어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는 19일에는 프로그램 제목처럼 '롤러코스터'를 즐기기 위해 시청자들과 놀이공원에서 봄 소풍이벤트를 마련했다. 신청자들을 선정해 함께 놀이기구도 타고 정형돈과 정가은이 진행하는 공연도 즐길 예정이다. 이PD는 올 가을 즈음에는 깜짝 놀랄 만한 개편도 있다고 귀뜸한다.

마지막으로 '제2의 정가은'은 누가될 것 같느냐고 물었다.

"출연하고 있는 신인 배우들이 두명 있는데 가능성이 커요. 이해인 씨는 검색에도 몇번 오를 만큼 관심도가 높고 '굴렁쇠 소년'으로 유명한 윤태웅 씨도 연기가 좋아요. 모두 기대되는 배우들입니다."

/ 두정아 기자 violin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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