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1일 "새로운 느낌의 보이는 라디오를 표방하겠다"라고 선언한 '엠넷 라디오' (Mnet Radio)의 첫 방송은 사실 의아했다. 컨셉이 뭔지도 모르겠고, 뭔가 산만한 느낌이 들었다. 첫 방송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건 뭐지'라는 당혹스러움이 먼저 다가왔다. 결국 '첫 방송한 '엠넷 라디오'…컨셉이 뭐야?'라는 기사가 썼다.
내용은 간단하게 말해 컨셉이 뭔지도 모르고 '시청률만이 살 길이다'라고만 외쳐대는 모습에서 시청자 참여와 음악이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3월2일 두번째 방송이 시작하자마자 두 DJ인 김진표와 미쓰라진은 대놓고, 기자 이름을 거론하며 "이런 지적을 받았다. 잘하겠다"고 말했다. 너무 '대놓고' 말해 또한번의 당혹스러움을 맛봤다. 이후 1달이 지난 4월1일 '엠넷 라디오' 부스(?)인 서울 상암동 CJ E&M센터 스튜디오를 찾았다.
방송 1시간 전에 찾은 스튜디오는 조용했다. 일주일에 한번씩 방송되는 옆 스튜디오의 '엠카운트다운'과 굳이 비교하자면, 정말 '라디오'다웠다. 세트 역시 방송 초반 마치 토크쇼 프로그램같은 형태를 탈피해, 정말 라디오다운 모습으로 변했다. 연출을 맡은 안소연 PD는 "좀더 라디오답게 만들려 하고 있다"고 바뀐 분위기를 설명했다.
대기실에서는 DJ인 김진표가 노트북으로 이것저것 찾아보고 있었다. 5년이 넘게 라디오를 진행했고, '엠넷 라디오'를 맡기 전 tvN ENEWS를 3년간 진행해서 그런지 여유로워보였다. 게다가 이날은 공동DJ인 미쓰라 진이 에픽하이 활동으로 해외에 나가, 김진표 혼자 단독 진행을 해야 하는 날이었다.
"진짜 라디오와의 차이점은 은밀함"
김진표는 첫 방송에 대해 이야기하자 "첫 방송은 나름대로 실험적이었다고 생각을 했어요. 원래 (진짜) 라디오에서도 첫 방송 때는 격려차 친한 연예인들이 와서 떠들고 장난치면서 진행을 하죠.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라디오는 중간에 노래를 많이 틀어줘서 첫 방송이라고 해도 산만한 느낌이 없는데, '엠넷 라디오'는 그런 면이 없어서 산만해보였던 것 같아요. 노래의 차이가 존재했던 거죠"
'보이는 라디오'를 표방한 '엠넷 라디오'는 사실 '진짜' 라디오는 아니다. 라디오의 컨셉을 빌린 케이블방송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간혹 사람들은 오해를 해서 주파수가 뭐냐고 문의를 해온다. '진짜' 라디오와 '엠넷 라디오'와의 차이점은 뭐냐는 질문에 김진표는 "'진짜'라디오는 좀더 은밀한 울타리 안에 있는 사적인 공간인데, '엠넷 라디오'는 커다란 스튜디오에서 진행되어 사적인 분위기를 느끼지 못하겠어요. 방송 초반이라 내가 여유가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항상 쫓긴다는 생각도 들어요. 좀더 진행을 하다보면 우리들만의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겠죠"라고 설명했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날 게스트인 원투 멤버 오창훈과 송호범 그리고 데프콘 (유대준)이 대기실 쪽으로 왔다. 비슷한 나이대로 DJ 김진표와 평소에 알고 지내던 사이였던 이들이기에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눴고, 김진표와 송호범은 리허설에 들어갔다. 1시간 여의 짧은 방송이지만, 이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대본에 충실했다.

오창훈은 "가수이기에 음악프로그램 출연은 자연스럽지만, 방송에서 라디오 형식으로 진행하려니 신선하기는 하네요"라며 이날 출연 소감을 전했다.
9시5분. 방송이 시작되고 김진표는 매일 진행되는 코너인 '너 어디서 뭐해'를 진행한다. '너 어디서 뭐해'는 시청자들이 홈페이지 게시판에 사연을 남기면 DJ가 전화해 생방송으로 사연을 듣는 코너로 당첨된 이들에게는 피자 등 간식이 배달된다. 이날은 방송국에서 계약직으로 일한다는 한 여성 시청자가 연결이 됐다. 자신이 하는 일과 어려움에 대해 줄줄이 이야기하자, 김진표는 "제가 000씨 사장님은 아니거든요"이라고 답했고, 이에 스튜디오 뒤쪽에 있던 작가들의 웃음이 터졌다.
이날 공개된 이효리의 '그네' 뮤직비디오가 나가는 동안 작가들은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을 방송을 통해 내보냈다. 게시판의 글을 일일이 쳐, 다시 다른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어 원투 송호범의 3초 논평이 이어졌다. 원더걸스의 노바디가 대만 차트를 휩쓴다는 내용과 브라운아이드걸스 가인이 아이라인을 지우고 미니홈피에 몽골 패션을 선보였다는 등의 내용을 김진표가 읽으면 이에 대해 송호범이 짧은 말로 논평(?)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원더걸스 '노바디' 기사를 김진표가 읽으면 송호범은 짧게 "난 노머니"라고 말하는 식이다.
송호범의 3초 논평이 이어지자, 대기실에 있던 오창훈과 데프콘이 모니터하며 웃었다. 오창훈이 "민망해서 뭔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방송 소감(?)을 전하자, 옆에 앉아있던 데프콘은 바로 "민망함 때문에 난 대본이나 보련다"라고 맞받아친다.
"미쓰라진과는 호흡을 맞춰가는 중"
이어 게스트들이 모두 자리에 앉은 후 자신들의 최근 동향 등에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대기실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실제 스튜디오에서도 이들이 앉은 모습은 꽤 인상적이었다. 75년생, 76년생, 77년생 2명이 앉아서 진행하는 '엠넷 라디오'가 20대 여성을 주로 대상으로 하는 채널인 엠넷에서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1983년생인 미쓰라진의 다소 젊은(?) 모습이 아쉬운 순간이기도 했다.
사실 아직 김진표와 미쓰라진의 호흡은 잘 맞는다고 보기 어렵다. 김진표에 이에 대해서 "아직은 잘 안 맞아요. 시행착오를 겪는 시기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미쓰라진과는 개인적으로 친해 처음에는 잘 맞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예를 들어 방송의 방향이 직진으로 가다가 제가 30도 정도 틀어서 가는데, 미쓰라진은 그대로 직진을 하는 경우죠. 물론 이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마 형제라고 해도 방송에서 이런 호흡을 맞추기는 어려울 꺼에요. 이제 한달 지났는데 (실제 방송은 일주일 쉬는 바람에 3주분만 방송) 점차 맞춰나가야죠"라고 말했다.

방송이 마무리할 즈음 '라디오'치고는 시간이 조금 짧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서도 리허설-생방송으로 이어지는 시간동안 진행자인 김진표 뿐만 아니라 PD, 작가 등이 정신없이 움직이는 사이 이미 스튜디오 앞쪽 시계가 9시50분을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방송이 끝나자마자 김진표와 게스트들은 기념 촬영을 마쳤고, 인천에서 라디오 생방송이 있는 데프콘이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방송 후 만난 안 PD는 한달이 지난 현재 '엠넷 라디오'에 대해 이야기해달라고 하자 "처음 해보려는 컨셉대로 진행이 어느 정도 되고 있고 현재 많이 좋아졌죠"라며 점차 정착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 남자 DJ만 두 명 내세우는 것보다는 여자 DJ도 포함시키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말에 "저희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요" (참고로 '엠넷 라디오'는 PD와 작가 모두 여성이며, 이를 홍보하는 담당자 역시 여성이다)라며 "현재 '엠넷 라디오' 타깃이 9시 뉴스를 보지 않는 20대 여성으로 잡았어요. 그러다보니 남자 DJ가 진행해도 무방한 셈이죠"라고 설명했다.
매일 밤 9시에 케이블방송 엠넷에서 방송되는 '엠넷 라디오'는 '진짜' 라디오에 카메라를 달아 보여주는 여타 '보이는 라디오'와는 분명 다르다. TV이면서 TV가 아니어야 하고, 라디오이면서 라디오가 아니어야하기 때문이다. 김진표가 "라디오가 실제로 무엇인가를 하면서도 들을 수 있어야 하는데, '엠넷 라디오'는 모든 일을 차단한 채 봐야하잖아요. 너무 라디오적인 것도 이상하고, 너무 TV적인 것도 이상하죠. 그 중간지점을 찾기 힘들 것 같아요"라고 말한 것처럼 '엠넷 라디오'가 보여줘야 하는 새로운 케이블 방송 포멧의 '무엇'인가는 녹록치 않을 것이다.
/ 유명준 기자 neocross@segye.com 사진=허정민 기자 ok_hj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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