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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 유전의 힘인가 학습의 결과인가

입력 : 2010-03-24 11:17:56 수정 : 2010-03-24 11: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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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블룸버그 '본능' 출간 날아오는 공을 보고 몸을 피하거나 연어가 산란을 위해 강을 거슬러 오르는 일은 본능적인 행동이다. 연인이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보일 때 일어나는 질투심이나 화가와 디자이너가 어디에 어떤 색을 쓸지 아는 것도 본능적인 인식이다.

본능은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과학자들은 본능이 어디에서 오는지 파악하려 애썼다. 본능이 인간과 동물이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 학습한 결과라는 주장도 있지만, DNA 비밀의 상당 부분을 해독한 요즘에는 본능이 유전자에 내재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높인다.

미국 행동신경과학자로서 웬델 밀러대 교수인 마크 블룸버그는 인간 행동과 인식의 기원을 살펴보는 책 '본능'(루덴스 펴냄)을 통해 천성만으로 인간 본능을 설명하는 이론을 가장 먼저 경계한다.

리처드 도킨스 등의 학자가 "인간은 유전자의 꼭두각시"라는 주장으로 학계뿐 아니라 대중에게도 유명세를 떨치지만, 인간 발달 과정은 유전자가 통제, 계획, 조정한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다원적이며 복잡한 경로를 거친다는 것.

심지어 행동이 거꾸로 유전자 활동에 간접적 영향을 준다는 시각도 가능하다. 매일 매일의 경험이 감각적 자극을 변화시키고 신경조직의 활동도 바꿀 수 있으며, 이 신경조직의 변화가 유전자 활동의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저자가 후성설(後成說)에 완전히 기울어 본능과 선천성의 개념에 연관이 아예 없다고 못박지는 않는다.

다만, 행동신경과학자인 저자가 본능이 형성될 때의 근원으로 보는 것은 '발달'이다. 현재 사람들이 어떤 행동이나 인식을 하는 것은 발달의 결과물인데, 그런 발달이란 원인을 딱 집어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하고 불분명한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저자는 "유전성의 재정립된 개념과 발달의 확장된 의미로 중무장하고 나면 본능적 행동의 진정한 실체가 드러난다"며 본능이 천성이나 환경 한쪽의 결과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난 균형 잡힌 탐구 자세를 주문한다.

신순호 옮김. 344쪽. 1만8천원.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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