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독일 시사잡지 슈피겔 인터넷판에 따르면 가자지구에 억류된 길라드 살리트 이스라엘 병사와 팔레스타인 포로 1000명 교환 협상은 사실상 깨졌다. 독일 연방정보국(BND) 중재로 협상에 참여했던 하마스 측 마흐무드 자하르는 “더 이상 협상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자하르 등의 노력으로 양측 간 협상은 지난해 12월 타결 직전까지 갔었다. 양측 지도부가 서명만 하면 끝나는 상황이었지만 막판에 결렬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 측 포로교환 대상자 가운데 중범죄자 수십명은 국외로 추방하겠다는 조건을 내건 때문으로 전해졌다. 하마스 측은 네타냐후 총리 개입으로 협상이 모두 중단됐다고 밝혔다.
이후 하마스 내부 분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이 봉쇄한 가자지구 내에서 힘겹게 투쟁해온 온건파는 추후 협상을 보다 실용적으로 접근할 것을 촉구했다. 반면 시리아의 다마스쿠스에서 은둔 중인 하마스 최고지도자 칼리드 마샤알 등 강경파는 이참에 이스라엘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태도를 견지했다.
결과적으로 협상이 파국을 맞으면서 강경파가 힘을 얻었다. 하마스의 무력조직도 강경노선으로 돌아섰다. 협상파였던 하마스 군사 지도자 아흐메드 자바리는 최근 마샤알 측으로 지지를 선회했다.
협상 결렬과 뒤이은 강경파 득세로 독일 등 중재에 나선 국가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더욱이 1월 말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하마스 간부인 마흐무드 알아부가 이스라엘 요원들에게 암살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양측 관계는 더욱 꼬이고 있다.
안석호 기자 sok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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