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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2-17 13:06:38 수정 : 2010-02-17 13: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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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아카데미에서 아나운서를 꿈꾸는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이 있다. 그 때, 즉흥 스피치를 해보도록 한 적이 있었는데, 결과는 극과 극이었다.

정말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으로 극명하게 갈리는 것 이었다. 그런데 잘 하는 사람들을 가만히 살펴보니,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었다.

첫째, 침착하다.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주제를 던져 주고, 초시계를 딸깍, 누르더니 “자, 이제부터 3분의 시간을 주겠습니다.”라고 한다면 누구나 당황할 것이다. 유난히도 크게 들리는 시계 초침 소리만 째깍 째깍 마음을 다급하게 만들고, 갑자기 이야기를 만들려니 생각은 안 나고…….

그런데 말을 잘하는 사람들은 위기 상황에서 어쩜 저럴 수 있을까 싶을 만큼 평소보다 더 침착해진다. 어느 유명한 연설가는 느닷없는 돌발 연설을 하게 될 경우, 단상 위에 올라 느긋하게 7가지 명상 수행법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만큼 당황하는 시간을 단축시키기 때문에 빨리 말할 내용을 생각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쉽게 여유를 찾을 수 있을까? 가만히 보면 그들은 즉흥 스피치가 주는 스릴을 마음껏 만끽한다. 언제 공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배팅 연습장에서 야구 방망이를 들고 있을 때는 가슴이 두근두근 떨리지만, 모든 공을 훌륭하게 쳐내고 나면 그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처럼,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즉각 받아쳐 내야 하는 즉흥 스피치는 익사이팅 스포츠 만큼이나 스릴 넘치는 일이다. 그들은 즉흥 스피치를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거나 게임을 하듯 즐기는 것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했다! 진정한 여유는 거기서 나오는 것이다.

둘째, 주제의 핵심을 캐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누군가가 당신에게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 말해 보라고 즉석에서 요구했다고 생각해보자.

그럼 당신은 ‘이승만 대통령의 생애’에 대해서 말할 것인가, 그의 ‘업적’에 대해서 말할 것인가? ‘업적’에 대해서 말한다면 또 긍정적인 의의를 말할 것인가, 반성해야 할 부분을 말할 것인가? 시간은 단 3분. 당신은 이승만 대통령이라는 주제의 어느 부분을 부각시킬 것인지 핵심을 빠르게 캐내야 한다. 그러지 않고 되는 대로 입을 열었다가는, 똑같은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지만 이 얘기 했다, 저 얘기 했다 마구 엉키는 것처럼 들릴 것이다.

즉흥 스피치를 잘하는 사람은 같은 생선을 받아도, 주어진 시간 동안 어느 부위를 요리해야 맛있을지를 빠르게 파악하는 눈을 가졌다. 그래서 그들의 말은 어김없이 3분이면 깔끔하게 마무리가 되며, 전체의 이야기에 동일성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특징은 즉흥 스피치를 잘하는 사람 뿐 아니라 정말 말 잘하는 고수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셋째, 박학다식하다.

아무리 감각이 뛰어나고, 화술이 능란해도 그 주제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으면 어찌할 도리가 없는 법이다. 조금이라도 주워들은 풍월이 있다면 어떻게 애라도 써보겠지만, 만약 당신에게 ‘P/2007 R5(SOHO)’에 대해 말해보라고 한다면 어찌하겠는가? 이 읽기도 어려운 미스테리한 기호가 혜성의 이름이라는 것조차 모르는데 말이다. 그 유명한 래리 킹 조차도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미국 해운업의 전망>에 대한 연설에서 엉뚱한 소리만 하다 돌아오는 참패를 겪지 않았는가?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했지만, 현대 스피치에서는 정보가 풍부할수록 멋진 말하기를 할 수 있다. 박학다식한 사람은 머릿속에 이미 수많은 정보들이 입력되어 있으므로, 어떠한 주제를 받게 되면 즉각, 정보를 꺼내 멋지게 요리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뛰어난 연설가나 스피치 전문가들은 스피치 분야 뿐 아니라 다양하고 폭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

누가 어떤 주제를 던져도 자유자재로 요리할 줄 아는 당신을 최고라고 인정하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훌륭한 연설을 가늠하는 바탕은 준비된 연설문이 기본이다. 연설문을 책을 읽듯 그대로 읽지는 않지만, 바탕이 되는 그것이 훌륭해야 연설도 탄탄하게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즉흥 스피치를 잘하는 기준 역시 마찬가지다. 단지, 주어진 시간 안에 당황하지 않고 이야기를 마쳤다고 해서 박수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연설문들은 아무리 짧을 지라도 기승전결의 방식에 따라 논리정연하게 쓰여져 있다. 그러므로 단 3분짜리 연설일지라도, 그것을 위한 연설문은 여러 번의 퇴고를 거쳐야 되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 된다.

그런데 즉흥 스피치를 할 때는 즉석에서 머릿속으로 연설문을 만들며, 동시에 입으로 내뱉어야 한다. 멀티 플레이도 그런 멀티 플레이가 없는 것이다. 말하기도 힘든데 머릿속에서 창작까지 해야 하다니, 이 난관을 대체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그래서 당신의 스타일에 맞는 정해진 구조를 항상 머릿속에 준비해 두고 있어야 한다. 어떤 재료도 거기에 가져다 대입하기만 하면 모양대로 나오는‘과자틀’처럼 말이다.

일반적으로 많이 하는 구조는 <과거, 현재, 미래> 형식이다. 이 ‘과자틀’에 ‘오렌지’라는 주제를 가져다 대고 누르면 다음과 같은 결과물이 나온다.

“오렌지는 감귤류의 과일로 원래는 인도에서 태어났습니다. (과거) 그러던 것이 점점 중국, 포르투갈, 브라질 등지로 퍼져나가며 현재는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과일이 되었습니다. (현재) 최근에는 기술의 발달로 유전자변형농작물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는 어마어마하게 큰 슈퍼 오렌지를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미래)”

즉, 말을 잘 한다는 것은 즉흥 스피치를 잘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어떤 주제가 주어지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조직화하고 핵심에 맞춰 주제를 한정시키는 능력이 바로 그것이다.


이서영 (아나운서) 미니홈피 www.cyworld.com/leemisunann 이메일 leemisunann@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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