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신문에 따르면 최근 덴마크 코펜하겐대학 에스케 빌레르슬레우 교수 연구팀은 그린란드 영구동토층에서 발견된 에스키모 모발의 DNA 게놈을 토대로 이 지역에서 살았던 고대 에스키모의 모습(그림)을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 결과는 네이처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누크’(Inuk·이누이트어로 ‘사람’)라고 명명된 이 에스키모는 짙은 갈색 피부와 갈색 눈, 숱이 많은 검은 머리카락, 그리고 아시아·아메리카 원주민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삽 모양의 앞니를 지녔다고 연구팀은 소개했다. 연구팀은 이누크가 한때 그린란드에 거주했다가 지금은 사라진 ‘사카크’ 부족의 모습을 잘 드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사카크족이 현재 그린란드에 살고 있는 에스키모 이누이트족보다는 시베리아 에스키모인 코랴크족이나 축치족과 더 가깝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로 그동안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던 사카크족의 기원과 멸종 원인이 설명된다고 제시했다.
약 1만년 전 이누이트족이 시베리아에서 북미로 이동했지만 사카크족은 이와는 별도로 약 4000∼5000년전 쯤 베링해협을 건넜다는 것이다. 이누트의 귀지가 말라 있는 점으로 볼 때 이들 종족이 전염병에 취약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왜 이들이 따뜻한 남쪽이 아닌 북극(그린란드) 방향으로 이동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만 당시 북극은 지금보다 바다표범이나 조류 등 식량이 많았기 때문에 식량을 찾아 북극으로 이동한 것 같다는 추측만 제기했다.
연구팀은 “모발의 DNA로 현대인도 아닌 고대인의 게놈 구조를 밝혀낸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라며 “모발이 영구동토층에 보존돼 DNA 샘플이 거의 오염되지 않아 연구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조풍연 기자 jay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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