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것은 꼬깔콘 천막들 뿐
차라리 한국의 대표적 나무 소나무광장 만들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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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학고재갤러리 디렉터 |
한시도 쉬지 않고 정책적으로 시민이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광화문 기획 주체의 행보가 불편하다 못해 안쓰럽다. 교육에서 놀이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입을 벌려 밥숫가락을 떠먹여주지 않으면 불안한 그들의 배려심이 비효율적이어서 안타깝다. 노력 대비 칭찬을 못 받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시시때때로 광장에 올라오는 꼬깔콘 모양의 천막들은 도대체 어쩌자는 건지. 광장이 펼쳐놓는 시각이미지에 익숙해지다가는 미감을 상실할 것만 같아 두려울 지경이다. 광장의 가치는 다만 공간을 열어주는 것이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콘텐츠를 통제할 일은 아니다. 그것은 광장의 정신에 위배되는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아니 단 한 사람이라도 광장에 서서 시위를 일으킬까봐 두렵다면 차라리 광장을 포기하라고 하고 싶다. 광장 조성의 대안으로 미술계 한 어른이 내놓은 제안이 그 나름 일리가 있는 것 같아 적어보자면, 한국의 대표적인 나무인 소나무를 전국 각지에서 올려와 울창한 소나무 공원을 만드는 것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소나무광장을 거닐던 이들이 자연스럽게 광화문을 지나 경복궁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횡단보도의 위치도 좀더 세심하게 옮기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처음부터 말이 많았던 세종대왕의 위치도 광장이 아니라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위쪽으로 옮겨가는 편이 좋겠다는 말씀도 했다. 그랬을 때, 임금과 신하의 시선과 위치가 지금보다 더 자연스러워질 것이라는 것이다. 사람에게 내줄 수 없는 광장을 차라리 소나무에게 내주는 것이 낫게 생겼으니, 광장 기획자는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김지연 학고재갤러리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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