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근관증후근·목 디스크 등 발병 원인 다양해
잘못된 자가진단으로 방치하면 증상 악화 주부 박모(53)씨는 최근 손이 자주 저려 괴롭다. 처음에는 겨울철 추워진 날씨 탓으로 여겨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저린 감이 심해지고 붓기까지 했다. 왜 이러나 싶어 침도 맞고 찜질도 해봤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결국 병원을 찾아 몇 가지 검사를 받았다. 검진결과 그녀의 손이 저린 원인은 수근관증후군이었다. 추운 겨울철에는 말초혈관이 수축하면서 피가 잘 통하지 않아 손이나 발이 저린 증상이 흔히 나타날 수 있다. 이때 많은 이가 쌀쌀해진 날씨 탓이겠거니 여기게 마련이다. 그러나 저림의 정확한 원인을 모른 채 장기간 방치하면 자칫 증상을 더 악화시킬 수 있는 만큼 다양한 저림의 원인을 찾아 알맞게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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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손 저림 증상이 생기면 혈액순환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혈액순환제를 복용하며 방치하는 일이 많다. 그러나 손 저림의 증상은 수근관증후관이나 목디스크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만큼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
손 저림을 유발하는 가장 흔한 질환은 수근관증후군이다. 손목터널증후군으로도 불리는 이 질환은 손목을 오래 반복 사용해 팔에서 손으로 가는 신경이 눌려 생긴다. 집안 일을 많이 하는 주부가 주로 걸린다. 또 손목을 많이 사용하는 운동선수나 한 자세로만 오래 컴퓨터 작업을 하는 직장인에게서도 많이 나타난다.
질환 초기에는 손가락이 저리거나 감각이 무뎌진다. 증상이 더 심해지면 통증이 생기며 물건을 잡거나 주먹을 쥐기조차 힘들다. 이때는 손목에 부목을 대고 소염제를 복용하거나 신경이 눌린 부위에 강력한 소염제 주사를 놓으면 호전될 수 있다. 하지만 재발이 잦거나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수근관 인대를 잘라서 눌린 신경을 풀어주는 수술이 필요하다.
◆흉곽출구증후군도 손 저림 유발
생소한 이름의 흉곽출구는 몸의 윗부분과 목이 만나는 부위를 일컫는다. 목에서 팔로 가는 신경이 목 아래 흉곽(가슴뼈)을 지나다가 비정상적으로 압박되어 나타나는 질환을 흉곽출구증후군이라 한다. 흉곽출구증후군은 목 속 깊숙이 위치하는 사각근에 의해 신경이 압박을 받는 경우가 흔한데 이때 어깨, 팔과 손에 저림 증상이 나타난다. 만약 팔이 전체적으로 무겁고 저린 증상이 나타나며 특히 새끼손가락의 손 저림이 심하다면 흉곽출구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이 질환을 감별할 수 있는 간단한 검사는 군인 자세다. 똑바로 선 자세에서 가슴을 펴고 턱을 바짝 당겼을 때 곧바로 팔이 저린 증상이 생긴다면 단순 손 저림으로 방치할 것이 아니라 병원을 찾아 검진받아야 한다.
흉곽출구증후군은 나쁜 자세가 주원인이다. 상체와 허리를 굽힌 채 한자리에 오래 앉아 있게 되면 목과 어깨에 부담을 주게 되고, 흉부 근육이나 목 근육, 복부 근육의 신경과 혈관을 동시에 압박하기에 극심한 통증과 함께 손 저림 증세가 나타난다. 따라서 가슴을 모으는 구부정한 자세는 흉부근육과 복부근육에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므로 반드시 피해야 하며, 일상 생활 중 목과 어깨 근육을 풀어주는 간단한 스트레칭을 해 주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목디스크도 의심해야 한다
흔히 목 디스크가 생기면 목이 아플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목 디스크의 주요 증상은 바로 손 저림이다. 목에서 팔로 내려오는 신경이 추간판에 눌려 팔과 손이 저리게 된다. 따라서 목에는 전혀 통증이 없고 손 저림 증상만 나타난다고 해서 섣불리 손 또는 손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물론 대체로 목 디스크 환자의 초기 증상은 목이 통증과 함께 뻣뻣해지고 팔이 저린 현상이 동반되기도 하지만 손 저림 현상이 대표적이다.
특히 교통사고 같은 외상을 입거나 목·어깨 부분에 충격을 받아 그 부위에 지속적인 힘이 가해져 신경이 눌린 경우 당시에는 별다른 통증이 없어도 시간이 지나면 손 저림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목 디스크일 경우 조기에 발견되고 퇴행성 변화가 심하지 않으면 레이저나 저온 고주파 같은 비수술적 방법으로 쉽게 치료된다. 통증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80∼90% 운동요법이나 물리치료만으로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으면 수술을 고려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당뇨나 뇌졸중이 원인일 수 있다, 중·노년층은 당뇨병이 있으면 손 저림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당뇨병으로 인한 대표적인 신경계 합병증인 다발성 말초신경증이 원인이다. 다발성 말초신경증은 양쪽 다리의 찌르는 듯한 통증과 화끈거림, 손발의 저림, 마비감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이 있는 환자도 말초혈관이 막혀 손발이 저릴 수 있다. 바른세상병원 이상원 원장은 “다양한 원인으로 생길 수 있는 손 저림 증상을 단순히 혈액순환장애로만 여겨 혈액순환제만 복용하며 방치하는 사람이 많다”며 “잘못된 자가진단을 할 경우 병을 악화시킬 수 있는 만큼 증상이 있으면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손 저림 예방 운동법
●손가락에 힘을 주어 폈다가 다시 주먹을 꼭 쥐면서 긴장을 풀고 가볍게 손을 흔들어 준다.
●손목으로 큰 원을 그리며 바깥 쪽으로 천천히 돌려주고 다시 반대로 돌려준다.
●양쪽 등을 바로 편 상태에서 손을 등 뒤에 받치고 천천히 뒤로 젖힌다. 이 동작을 여러 번 반복한다.
●손가락에 힘을 주어 폈다가 다시 주먹을 꼭 쥐면서 긴장을 풀고 가볍게 손을 흔들어 준다.
●손목으로 큰 원을 그리며 바깥 쪽으로 천천히 돌려주고 다시 반대로 돌려준다.
●양쪽 등을 바로 편 상태에서 손을 등 뒤에 받치고 천천히 뒤로 젖힌다. 이 동작을 여러 번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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