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생활이 어렵거나 희귀난치성질환에 걸린 국민을 위해 국가가 치료비를 전액 또는 일부 지원해 주는 의료급여제도를 운영한다. 인간문화재는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권자(근로무능력세대), 이재민, 의사상자, 국가유공자, 북한이탈주민, 광주민주화보상자, 입양아동(18세 미만) 등과 함께 입원시 본인부담금을 전액 면제받는 1종 수급권자로 분류되어 있다.
그러나 문화재청에 따르면 인간문화재 182명 중 55%인 100명만이 현재 의료급여 지원을 받고 있다. 이는 문화재청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권자 대상을 ‘65세 이상 세대원만으로 구성된 자’로 제한한 의료급여법 시행령 제3조1항을 인용, 자의적으로 인간문화재의 의료급여 수급대상 연령을 65세로 설정해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원칙적으로 의료급여 대상이어야 할 65세 미만 인간문화재들은 의료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인간문화재들은 기본적으로 보유자 전원에게 의료급여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작품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사회적, 제도적 뒷받침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문화재 박모(61)씨는 “기관지염, 관절염 등으로 한 달 약값이 적잖게 나가 가뜩이나 가난한 살림에 부담이 크다”며 “정부는 ‘공항 VIP라운지 이용’ 등 생색내기 사업에 치중하지 말고 인간문화재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인간문화재 김모(55)씨도 “인간문화재에 대한 국가의 의료복지 지원 수준이 기초생활수급자 지원 수준을 넘어서지 않을 정도로 형편없다”면서 “지정만 해놓고 사실상 나 몰라라 하는 정부가 어떻게 문화강국을 만들어 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정부는 그러나 이들을 구제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인간문화재들에게 입원 50만원, 장례보조금 100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할 일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문화재청 무형문화재과 관계자는 “재산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의료급여 혜택을 줄 수 없고 65세 이상 고령자에게는 지원을 하고 있다”며 “의료급여 수급 혜택을 받지 못하는 82명을 구제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특별기획취재팀=염호상 팀장, 안용성·엄형준·조민중 기자 tams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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