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발랄한 대사… 내내 웃음 끊이지 않아


형만은 어린 ‘여친’에게서 ‘오빠’라는 호칭을 독점하고 싶기에 “무슨 딸 키우는 것도 아니고”라고 투덜대면서도 평소 보기 민망했던 생일 이벤트를 준비하고 “미안해, 내가 더 잘할게”라고 매달려보기도 한다. 느지막이 찾아온 사랑에 쩔쩔매는 형만의 모습이 앙증맞을 정도로 귀엽다면 남은의 사랑법은 도발적이고 거침이 없다. “아저씨, 예뻐요”라는 말로 50대 노총각의 마음을 헤집어놓더니 “이제 그만 괴롭힐게요”라고 애간장을 녹일 줄도 안다. 여기에 사랑조차 지난 삶처럼 거기서 거기일 것 같아 불안한 형만과 미숙하지 않은 남자도 시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남은의 고민이 더해진다.

보는 내내 웃음이 멈추질 않는데 그 8할 정도는 두 주연 배우의 힘이다. “안성기의 귀여운 연기만으로도 모든 것을 보상한다”는 부산국제영화제 이상용 프로그래머의 말대로 안성기는 늦깎이 사랑에 한없이 유치해지고 애달는 50대 남자의 당혹스러운 떨림을 절묘하게 끄집어낸다. 사랑에 있어 한없이 맹랑한 남은은 이하나가 아니었다면 가능했을까 싶을 정도로 사랑스럽다. 위트, 재치가 넘치는 대사와 살가운 주변 인물들, 수동 카메라와 LP 음반이 즐비한 형만의 작업실 등은 두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데 가감이 없다.
별다른 사건과 자극적인 장면 없이 생기 넘치는 에피소드와 배우들의 차진 연기만으로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페어 러브’는 신연식 감독의 두 번째 장편이다. 신 감독은 한참 어린 아내와의 연애담을 토대로 만든 이번 영화를 통해 데뷔작 ‘좋은 배우’(2005)에 이어 두 번째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진출해 호평을 받았다. 그는 “사랑이 필요 없는 상태에서만 머물려고 했던 한 남자의 성장담”이라며 “삶의 공평함 혹은 구원이 어떻게 도래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12세 이상 관람가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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