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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노총각, 친구의 딸과 사랑에 빠졌다

입력 : 2010-01-15 00:04:05 수정 : 2010-01-15 00: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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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첫사랑의 떨림 절묘하게 끄집어내
재기발랄한 대사… 내내 웃음 끊이지 않아
첫사랑은 누구에게나 설레고 힘겹고 아프다. 14일 개봉한 ‘페어 러브’(감독 신연식)도 그 아련한 떨림과 불안, 상처를 담은 경쾌한 로맨스다. 그런데 조금은 특별한 사랑이다. 50대 남자와 20대 여자의 첫사랑 얘기다. 사랑은 국경도, 나이도 초월한다 하니 ‘겹 띠동갑’쯤이 무슨 상관이랴. 그런데 ‘친구 딸’과 ‘아빠 친구’ 간 사랑이다. 굳건한 믿음과 최소한의 성의, 끝없는 인내 이외에 곱지 않은 주변 시선과 ‘맞짱’ 뜰 수 있는 배포도 갖춰야하는 사랑인 셈이다.

오십이 넘도록 결혼은커녕 연애 한 번 못해본 카메라 수리 전문가 형만(안성기). 그는 몇년 전 자신의 전 재산을 떼먹고 종적을 감췄던 사기꾼 친구로부터 “딸을 돌봐달라”는 유언을 듣는다. 한참 망설이다가 찾아간 죽은 친구의 집. 여대생으로 훌쩍 자란 친구 딸 남은(이하나)은 형만에 대한 기억과 느낌을 하나둘씩 끄집어내며 이성의 감정을 고백해온다. 뒤늦게 찾아온 사랑이 당혹스럽기만 한 형만은 결국 ‘남한테 피해주는 것도 아닌데’라며 남은이 내민 손목을 살포시 부여잡는다.

형만은 어린 ‘여친’에게서 ‘오빠’라는 호칭을 독점하고 싶기에 “무슨 딸 키우는 것도 아니고”라고 투덜대면서도 평소 보기 민망했던 생일 이벤트를 준비하고 “미안해, 내가 더 잘할게”라고 매달려보기도 한다. 느지막이 찾아온 사랑에 쩔쩔매는 형만의 모습이 앙증맞을 정도로 귀엽다면 남은의 사랑법은 도발적이고 거침이 없다. “아저씨, 예뻐요”라는 말로 50대 노총각의 마음을 헤집어놓더니 “이제 그만 괴롭힐게요”라고 애간장을 녹일 줄도 안다. 여기에 사랑조차 지난 삶처럼 거기서 거기일 것 같아 불안한 형만과 미숙하지 않은 남자도 시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남은의 고민이 더해진다.

‘페어 러브’는 사랑이란 연인의 나이차나 각자의 성격, 환경과는 하등 상관없다는 점을 새삼 일깨우는 영화다. 둘 사이 교차하는 불꽃과 초조, 상처는 10대의 로맨스와 별반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달콤하고 또 시큰하다. ‘사랑 안에서는 나이도, 배움도, 가진 것도 모든 게 공정하다’는 뜻의 제목처럼 서른 살 가까운 나이차는 결코 이뤄질 수 없는 관계가 아니라 여느 남녀의 그것처럼 조금 다른 조건일 뿐이고, 그러기에 더 각별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고 영화는 유쾌하게 일러준다.

보는 내내 웃음이 멈추질 않는데 그 8할 정도는 두 주연 배우의 힘이다. “안성기의 귀여운 연기만으로도 모든 것을 보상한다”는 부산국제영화제 이상용 프로그래머의 말대로 안성기는 늦깎이 사랑에 한없이 유치해지고 애달는 50대 남자의 당혹스러운 떨림을 절묘하게 끄집어낸다. 사랑에 있어 한없이 맹랑한 남은은 이하나가 아니었다면 가능했을까 싶을 정도로 사랑스럽다. 위트, 재치가 넘치는 대사와 살가운 주변 인물들, 수동 카메라와 LP 음반이 즐비한 형만의 작업실 등은 두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데 가감이 없다.

별다른 사건과 자극적인 장면 없이 생기 넘치는 에피소드와 배우들의 차진 연기만으로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페어 러브’는 신연식 감독의 두 번째 장편이다. 신 감독은 한참 어린 아내와의 연애담을 토대로 만든 이번 영화를 통해 데뷔작 ‘좋은 배우’(2005)에 이어 두 번째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진출해 호평을 받았다. 그는 “사랑이 필요 없는 상태에서만 머물려고 했던 한 남자의 성장담”이라며 “삶의 공평함 혹은 구원이 어떻게 도래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12세 이상 관람가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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