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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활엽수의 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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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12-24 19:44:34 수정 : 2009-12-24 19:4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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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개구리가 1973년 호주 우림지대에서 발견됐다. 암컷이 수정란을 삼켜 뱃속에서 올챙이를 부화시킨 뒤 입 안에서 새끼를 기르는 번식 행태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급조된 이름은 ‘위주머니보란개구리(Gastric Brooding Frog)’였다.

연구진이 몰려들었다. 생물학계만이 아니다. 의학계 이목도 집중됐다. 위산 가득한 소화기관이 아기방으로 쓰인다니 그 얼마나 놀라운가. 위장장애 치료에 전기가 마련될 것이란 기대감까지 고취됐다.

연구는 흐지부지됐다. 문제의 개구리가 79년 같은 여울에 살던 낮개구리(Day Frog) 떼와 함께 사라졌기 때문이다. 낮도깨비 같았다. 비슷한 종류가 5년 후 발견되긴 했지만 역시 성과는 없었다. 이놈은 학명 외에는 변변한 이름도 얻지 못했다. 몇 달 새에 자취를 감춘 탓이다.

지구온난화를 경고하는 진영은 모두 멸종한 것으로 여겨지는 이들 개구리를 기후변화 위험성을 알리는 본보기로 간주한다. 과학저술가 빌 브라이슨이 “당분간 이보다 더 중요하거나 좋은 책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평한 ‘기후창조자’의 팀 플레너리도 마찬가지다. 그는 “(멸종의) 직접적 원인이 무엇이든 그 이면에는 기후 패턴의 변화가 버티고 있다”고 단정했다.

후박나무를 위시한 난대성 상록활엽수의 북방한계선이 서해 백령도, 충남 청양, 전북 정읍, 경북 포항, 동해 울릉도를 잇는 선까지 북상했다고 한다. 그제 발표된 국립생물자원관의 연구 내용이다. 1941년의 북방한계선과 견주면 북상 폭이 최고 74㎞나 된다. 한반도가 더워진 것이다.

지구온난화 관점으론 이는 분명히 불안한 전조다. 남반구의 양서류 운명이야 어찌 되든 상관없다는 ‘우물 안 개구리’파라도 한반도 상황을 일깨우는 최신 자료 앞에서는 다소나마 정색할 법하다. 때마침 북반구 육상 생태계가 해마다 420m씩 북상한다는 미국 연구진의 보고서도 나왔다.

지레 겁먹고 움츠릴 일만은 아니다. 일단은 삭풍보다 훈풍이 낫지 않은가. 지구온난화 진영과 논쟁하는 ‘회의적 환경주의자’ 관점에선 난방비도 줄일 수 있다. 한파 피해도 던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다. 호들갑을 떨 게 아니라 차분히 훈풍의 편익을 누리면서 슬기롭게 대책을 강구하는 지혜가 요청된다.

이승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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