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종로구 정도의 크기로 홍콩으로부터 배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마카오는 파란만장한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442년 동안 포르투갈 식민지로 있다가 1999년 중국에 반환됐다. 수백년 동안 서양의 발달된 문물이나 과학기술이 중국으로 흘러드는 통로 역할을 했고 기독교 동방 선교의 전초기지이기도 했다. 임진왜란 때 위력을 발휘한 일본군의 조총도 이곳을 통해 일본에 전해졌다고 한다. 도시 곳곳은 ‘중국 속 유럽’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포르투갈풍 건물이 줄지어 서 있다. 이국적인 매력이 넘친다.
20일은 중국이 포르투갈로부터 마카오 주권을 반환받은 지 딱 10년이 되는 날이다. 마카오는 주권 회복과 동시에 홍콩에 이어 두 번째로 중국의 특별행정구가 됐다. 중국의 일국양제 정책에 따라 마카오는 펄럭이는 중국 국기 아래 자본주의 그 자체인 카지노사업으로 돈을 끌어모으고 있다. 일견 모순 같지만 사회주의 국가의 카지노 도시 마카오는 반환 이후 눈부시게 성장했다. 연평균 성장률이 14%에 이르고 관광객 수도 3배 이상 늘었다.
사막의 한가운데 라스베이거스를 세운 미국인의 상상력과 개척정신, 그 에너지를 마카오에서 느낀다. 마카오는 중국적 정체성을 생각하게 하는 사회다. 중국이야말로 미국 못지않은 대표적인 다국적·다인종·다문물 사회다. 실용주의 정신과 문화적 포용정책이 없으면 유지가 불가능한 사회다. 중국이 마카오를 다루는 자세에서 이런 특징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중국정부의 마카오 실험은 진행 중이다. 종국적으로 어떤 결말을 맺을지 인내를 갖고 지켜볼 일이다.
전천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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