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적 의미의 지하도시가 발달한 곳은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를 꼽을 수 있다. 냉전시대 세계대전 발발시 핵미사일이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떨어질 가능성이 커 발달했다는 설도 있으나 그보다는 이 지방의 지질적 여건 및 기후와 연관이 있다. 긴 겨울의 혹독한 추위가 그들을 지하로 숨어들게 만든 것이다. 지하상가와 도로망이 잘 발달한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서울시가 지하도시 건설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2020년까지 체계적이고 연계된 지하도시 조성을 위해 내년 8월 시범구역 2곳을 선정키로 했다. 지하도로망 계획과도 연계된 지하 토지의 효율적 이용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제2의 롯데월드가 들어서는 잠실 네거리 지하 개발을 예로 들어보자. 현재도 교통체증이 심각하지만 112층짜리 초고층 복합건물이 들어서면 교통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고가차도는 도시미관상 부적합하고 지하차도 건설은 지하철이 지나고 있어 어렵다. 좀더 앞날을 내다보는 치밀함이 있었더라면 지하철로 높낮이를 조절했을 것이다. 빌딩의 지하층이 깊어지는 것도 지하도로 등 공익개발의 걸림돌이다. 그런 만큼 지하공간 개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은 필요하다.
복층구조 지하도시를 만든 파리 라데팡스나 대규모 지하상가인 오사카 나가호리 같은 성공사례도 있다. 그러나 가이드라인에서 더 나아가 직접 개발은 대규모 프로젝트인 만큼 위험이 만만찮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관심 끌기’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치밀하게 준비해야 하겠다.
임국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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