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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를 덮어 공원을 만드는 건 최상의 도시공간 확보방안”

입력 : 2009-12-14 16:57:37 수정 : 2009-12-14 16:5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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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땅 한뙤기 찾기 힘든 서울 도심 한복판에 큰 녹지공간을 만들고 차·매연· 소음·분진을 줄일 수 있는 1석 4조의 획기적인 방안입니다. 선진국에선 이미 성공 사례가 일반화된 도시 공간 확보 방안인데도 우리만 왜 안 되는지 모르겠어요.”

 박성중 서울 서초구청장(51)의 집무실에는 온통 ‘덮개공원’ 조감도와 서초 청사진, 주민들이 낸 민원 서류들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그는 ‘풀뿌리 행정’이라는 쉽지 않은 명제 앞에 진지하지만 행정을 펼치는 주변 여건은 만만찮다. 고위 공직자라는 선입견과 달리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은 파워, 에너지, 터보 엔진 같은 사람이었다. 그는 서울에서도 부자동네로 소문난 서초구의 구청장직은 다른 지자체장들이 부러워하는 자리이지만 이런 것들을 즐길 때가 아니라는 신념이 강하다. 인터뷰 내내 몰입하듯이 덮개공원 건설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기자의 동의를 구했다. 덮개공원이란 경부고속도로 서초1교~반포IC 사이 440m 구간을 지붕으로 덮어 그 위에 5만 143㎡(1만 5200평) 규모의 ‘도로 위 공원’을 만드는 대규모 사업.

 “처음에는 공사비를 서울시와 서초구가 반반씩 부담하자고 했다가 서울시가 돈 들어가는 사업은 곤란하다고 해서 서초구가 사업비를 모두 댈 테니 승인해 해달라고 요청해 겨우 암묵적 동의를 받았죠. 한동안 잘 진행되다가 올 초부터 여기저기서 제동을 거는 바람에 또다시 진척을 보지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법적, 기술적으로 큰 문제는 없다는 것을 서울시간부들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박 구청장은 덮개공원을 만들면 서초·반포동 지역에 부족한 녹지공간과 복지시설을 대형으로 만들 수 있고, 고속도로로 단절된 지역 생활권을 연결할 수 있는 데다 묵은 도시 문제 증후군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고속도로 시설물에 관한 허가 권한이 있는 국토해양부와 경부고속도로 한남~양재IC 구간 관리권이 있는 서울시의 입장이 맞서 지지부진 상태다. 이 사업이 겉돌면서 주민들 사이에선 복지시설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국토부는 반포IC 주변의 차량정체를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 터널 안에서 차로 변경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서울방향으로 버스전용차로를 달려온 버스들이 터널을 빠져나오자마자 100여m 떨어진 반포IC로 나가기 위해 잇따라 차선을 바꿔야 하고 사고도 우려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특히 터널 안에서 차로 변경을 할 수 없다는 도로교통법 규정 때문에 허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구청장은 “상행 차로를 1개 차로 더 확보해 반포IC 진출 전용차로를 만들면 혼잡없이 교통량을 처리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독일 뮌헨의 페투엘 공원, 스웨덴의 스톡홀름 지하터널처럼 덮개공원 밑의 터널에서 차선 변경을 허용하면 아무런 문제될 게 없다는 점을 제시했다. 특히 일본·스웨덴 등은 터널 위에 건물을 세우고 녹지공간이나 공공건물을 세우는 게 일반화돼 있다. 

“우리나라만 구식 규정에 묶여 지역 민원을 저해하고 있으니 답답한 상황이다”는 그는 “예컨대 일본 도쿄에서도 가장 유명한 쇼핑가인 록뽕기의 모리 빌딩 주변 도로는 터널로 덮어 소음과 분진 매연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구청장은 “종래 도로 건설 등으로 교통난이나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는 지났다. 혁신적인 마인드로 새 도시 공간을 확보하고 창안하는 게 요즘 대세”라고 했다.

 청계천 복원으로 재미를 봤던 서울시는 그나마 ‘조건부 찬성’이다. 국토부가 지적한 문제에 대해 서초구가 해결책을 내놓으면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매연 배기구나 분진 발생 우려에 대해서도 서초구는 주민갈등의 소지가 있는 배기구 대신 터널 내부에 집진장치와 필터기를 설치하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덮개공원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전액 자체 해결한다는 게 그의 복안이다. “총 공사비 1200억원을 조성하기 위해 ‘명달공원’에 공공시설과 일부 상업시설(30% 이내)을 유치하면 비용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애초 덮개공원을 구상하게 된 이유는 공공시설을 위한 용지가 서초구내에서는 거의 마련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맞벌이 부부를 위한 어린이시설이나 노인 복지 시설을 건립하려해도 마땅한 용지가 없는 게 현실이다. 최소 1000여평의 용지와 수천억원의 예산이 필요한데 서초 같은 금싸라기 땅에서 땅을 구하기란 불가능하다.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사유지를 사들이기란 빠듯한 예산으론 더더욱 어렵다. 생각다못해 고속도로를 덮어 대규모 용지를 만들고 아울러 고속도로변 주민들의 숙원인 분진 소음 공해를 없앨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된 것. 공사비는 복지시설비 건립보다 적게들지만 효과는 그 백배 이상이라는 게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다.

 박 구청장은 우선 1단계로 서초1교~반포IC 구간을 덮어 공원화한 뒤, 점차 고속도로 도심 구간 3.8km를 덮개공원화해 10만여 평의 숲과 개울물로 이뤄진 녹지와 공공시설물 공간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미국·유럽 일본의 대도시에선 주민 호응 속에 덮개공원이 속속 탄생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최초로 명품 덮개공원을 만들 자신이 있습니다. 그런데 국토해양부가 케케묵은 옛날 규정을 들고 선진국의 추세도 모른 체 반대만 하고 있으니 답답합니다. 서초 주민 10만여명이 서명해 서울시 등에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중앙 정부는 요지부동입니다.”

 당초 덮개공원을 처음 공개했을 때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으나 이제는 주민 대부분이 대찬성이다. 세금이 들어가지 않고도 멋진 공원과 복지 시설을 만들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다.

 박 구청장의 독특한 인사 스타일에 관해서도 여기저기서 입소문이 나돌고 있다. “직원 인사는 대부분 국장 혹은 과장이 필요한 인물을 뽑아가도록 인사 시스템을 개방하고 있습니다. 근무 평점과 아이디어 창안, 언어능력, 홍보능력을 중점 점검 항목으로 삼고 있습니다. 공부 안 하면 승진못하죠.”

약관의 나이에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순탄한 공직생활을 거친 서울시 공무원 출신으로 남보다 비교적 빨리 출세한 편이지만 관료적 냄새는 별로 나지않는다. 부자동네이지만 외부인사 접대도 대부분 구청 식당에서 해결하는 서민적 성향을 갖고 있다. 유치원을 운영하는 부인 김미화(51)씨와의 사이에 딸 둘을 두고 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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