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폭력성 섬뜩하게 그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독립영화 ‘사람을 찾습니다’(감독 이서)는 불편함을 넘어 섬뜩할 정도로 인간 본성과 권력 관계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스릴러다. 서울의 한적한 동네에서 발생하는 개·사람의 연쇄 실종 사건을 통해 부조리한 현대사회에서 생길 수 있는 인간관계의 폭력성을 적나라하게 펼쳐놓는다.

원영은 가욋일로 하는 실종된 애완견 찾기 전단지 붙이는 일을 규남에게 맡겼다. 거머리들과, 제 딸은 내팽개친 채 애완견 돌보는 데만 여념이 없는 인애, 이젠 싫다는데도 자꾸 들러붙는 ‘고삐리’, 손님 다 뺏어가는 옆 부동산 ‘영감탱이’ 등 때문에 쌓이는 스트레스를 규남에 대한 린치로 풀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그에게 규남은 개목걸이를 차고 “멍멍” 짖는 ‘개새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게 돼버렸다.
원영이 규남에게 개사슬을 채우고 ‘멍멍’ 짖게 하는 첫 장면부터 시작해 영화는 시종 관객을 불편하게 만든다. “야생 치타의 눈빛”을 한 ‘개새끼’가 돼라는 주인의 명령에 따라 규남은 함께 사는 개와 먹이, 거처, 심지어 사랑까지 나눈다. 개와 사람을 납치 혹은 살해한 범인의 실체는 중반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낸다.
하지만 영화는 원영과 규남의 캐릭터 변화와 그들 관계의 비틀기를 통해 극적 충격과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한다. 돈과 권력, 섹스 등 현대인의 욕망을 충실하게 대변하며 일말의 선도 허하지 않을 듯한 원영은 인애, 다예를 통해 간혹 “사슴처럼 촉촉한” 눈빛을 보이고, 철저하게 주인의 이해에 따라 기계처럼 움직이던 규남은 막판 “주인이 흔들리면 안되지”라는 섬뜩한 일성을 내뱉는다.
출연 배우들의 연기는 소름이 돋을 정도다. 실제 지적장애인이 아닐까 착각을 할 정도의 김규남이나 다소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도 있었던 인애를 다채로운 무늬로 표현해낸 연극배우 김기연, 무엇보다 동명의 연극에서도 원영 역을 맡은 최명수의 눈빛과 말투, 몸짓은 매우 자연스럽고 적확하다.
전주영화제 심사위원장은 “견고한 배우의 연기와 독창적인 비주얼을 바탕으로 한 감독의 관점과 창의성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이서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사람을 찾습니다’는 3500만원의 제작비로 15일간 촬영한 것이다. 17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