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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Wish)'… 아련한 고교시절 향수 불러일으켜

입력 : 2009-11-26 21:21:28 수정 : 2009-11-26 21: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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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고교생 무용담 공감과 웃음 자아내 26일 개봉한 ‘바람(Wish)’은 12년 전쯤 부산의 한 상고를 다녔던 어느 고교생의 성장담이다. 선도부와 불량서클, 맞짱, 밀대 체벌 등 1990년대 후반 학교의 한 귀퉁이를 차지했던 옛 풍경이 잇따라 펼쳐지지만 영화 ‘친구’, ‘말죽거리 잔혹사’처럼 절박한 분위기는 아니다. 오히려 ‘바람’은 우유부단 ‘찌질남’의 강원도 정선 오딧세이를 그린 ‘낮술’의 고교생 버전에 더 가깝다. 공감과 웃음을 자아내는 고교 시절 여러 에피소드와 찌질하지만 귀엽고 순진해서 웃기는 주인공 때문에 관람 내내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이마가 튀어나와 친구들 사이에서 짱구로 통하는 정국(정우)은 모범생보다는 ‘통’(쌈짱)이 되고 싶은 광춘상고 신입생이다. 입학식 때 교내에서 한가락 하는 주먹들만 모였다는 ‘몬스터’ 소속 선배들로부터 스카우트도 받고 싶고, 반 친구들 앞에서 보란듯이 의연하게 담임교사의 매를 받아내고도 싶지만, 이는 늘 상상 속에서만 가능할 뿐이다. 하지만 인근 학교들 서클 사이에서 ‘전설’로 남아 있는 친형의 후광과 친구들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짱구는 학년말 마침내 ‘몬스터’의 ‘큰 행님’이 쏘는 자장면을 매달 맛볼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몬스터’의 중간관리직으로 맞이한 2학년 생활은 탄탄대로 그 자체다. 급우들과 후배들은 알아서 설설 기고 예쁜 여자친구(황정음)도 생겼으며, 17대 1까진 아니지만 서면시장을 일시에 얼어붙게 할 만큼 스케일이 컸던 80대 13 대전도 이끌어낸다. 그러던 어느날, 어른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고 ‘통’이 돼 지금보다 더 많은 친구와 후배를 건사하는 게 아닌, 좀더 괜찮은 사람이 되는 데 있음을 깨닫게 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바람’은 주인공이자 원작자이기도 한 정우(본명 김정국)에게 크게 기대는 영화다. 이성한 감독은 지난해 장편 데뷔작 ‘스페어’ 촬영 막바지 역시 주인공이었던 정우로부터 들었던 고교 ‘무용담’을 토대로 만든 이 영화에서 ‘친구들과 함께라면 아무것도 무서울 게 없었던 그 시절’을 따뜻하게 보듬는다. 바랐던 것과는 매번 어긋나는 현실을 재치있게 포착한 짱구의 내레이션과 대사, 그리고 자칫 어둡고 반감이 일 수 있는 장면을 즉각 폭소로 변환시키는 정우의 1000가지 표정과 몸짓 연기를 만끽하는 재미가 가득하다. 그의 풍성한 연기는 울음을 안으로 삭이다가 끝내 오열하는 영화 후반부에서도 빛을 발한다.

수업 ‘땡땡이’와 도시락 ‘까먹기’, 바지통 ‘줄이기’ 등 1997년 한 ‘꼴통학교’를 실감나게 재현된 장면은 고교 시절에 대한 관객 각자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 가야금과 북, 징 등 전통악기만을 사용한 배경음악도 인상적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 공식 초청돼 인기를 끈 작품이다. 아쉽게도 청소년 모방 가능성을 이유로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송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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