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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연기론은 진화론과 ‘通’한다”

입력 : 2009-11-24 22:14:40 수정 : 2009-11-24 22: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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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붓다와 다윈의 만남’ 국제 학술대회
다윈의 진화론과 불교의 연기론은 통한다. 이미 불교 사상은 뇌과학이나 양자역학, 우주론 등 현대과학과 적극적인 소통을 하고 있다. 세상을 창조한 신을 상정하지 않고 있는 불교에선 과학과 빚어지는 마찰이 적은 게 사실이다. 여기에 모든 현상들이 원인과 결과로 연결된다는 확대 재생산 구조를 지닌 불교의 핵심 사상인 연기론은 모든 종들을 ‘생명의 나무’로 연결된 존재로 보는 진화론과 유사하다.

◇다윈
진화론과 연기론이 재조명된다. 다윈 탄생 200주년이자 그의 저서 ‘종의 기원’ 출간 150주년을 맞은 ‘다윈의 해’를 기념해 불교 언론 미디어붓다·불교문화에선 ‘붓다와 다윈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27일 서울 마포 다보빌딩 법당에서 개최한다. 진화론과 연기론의 연관성과 유사성, 차이를 조명하는 이번 작업은 ‘과학’과 ‘종교’의 관계를 되짚어볼 수 있는 기회다. 이한구(성균관대 철학과), 안성두(서울대 철학과), 홍성욱(서울대 생명과학부), 최재천 교수(이화여대 에코과학부)가 참석해 주제발표와 토론에 나선다.

이들이 펼쳐낼 진화론과 연기론의 관계는 대립하고 있는 과학과 종교를 하나의 장으로 이끌어내 논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논의는 한걸음 더 나아가 지구라는 생태계 전체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지금 이 시점에서 과학과 종교의 역할을 고찰한다.

이한구 교수는 ‘진화론의 철학’이라는 발표에서 존재론과 인식론, 윤리학의 영역에서 진화론이 어떻게 논의될 수 있는지를 밝히고, 진화론의 철학이 불교와 어떤 유사성을 갖는지를 짚어낸다. 이 교수는 “진화 존재론은 반본질주의, 비결정론, 무목적론을 기본 특성으로 하는 것으로, 불교와 유사한 논리체계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모든 현상이 연결된다는 불교의 핵심 사상인 연기론은 생명이 여러 외부적인 원인으로 인해 점차 진화되어 간다는 진화론과 유사한 사상체계를 갖고 있다.
안성두 교수는 ‘진화론의 불교적 함의’라는 발표문에서 “불교도는 물론 많은 과학자 역시 불교적 사유가 과학과 병존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하면서 “불교의 핵심교리인 연기설 등은 과학정신이 요구하는 인과적인 설명과 상합될 소지가 많으며, 적어도 상충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한다. 진화론 역시 유사점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안 교수는 특히 “‘진화’라는 개념은 ‘모든 것이 무상하다’는 불교의 무상관과 통하고, 모든 것을 끊임없는 흐름 속에서 관찰하는 불교의 핵심적인 정신적 태도와 상통한다고 적극적으로 말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홍성욱 교수는 ‘진화론과 기독교, 그리고 그 관계가 불교에 말하는 것’이라는 발표문에서 “모든 종이 변하고 또 과거에 존재했던 종이 현재에는 존재하지 않으며 지금 존재하는 인간이 미래에는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진화론의 원칙이 불교의 ‘제행무상(諸行無常)’과 유사하다”며 “투쟁과 고통의 진화 과정은 인생 모든 것이 고통이라는 ‘일체개고(一切皆苦)’의 원리를, 인간이 동물에서 진화해 침팬지와 98%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다는 건 인간에게만 고유한 영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제법무아(諸法無我)’의 원리를 웅변한다”고 소개한다.

과학사 전공인 홍 교수는 “달라이 라마 역시 진화론과 불교의 생명론이 비슷하지만 ‘업의 인과율’, ‘동정심, 자비에 관한 관심’이라는 두 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며 “진화론과 불교의 대화가 가능하려면 21세기에 종교의 역할이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대한 고통스러운 대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최재천 교수는 ‘불교와 다위니즘-그 흥미로운 수렴’이라는 발표문에서 불교와 진화론의 차이는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둘 사이의 통섭 가능성을 제기한다. 불교의 교설과 다윈주의의 유사성은 엄청나게 많이 끌어낼 수 있지만, 그런 유사성은 모두 표상적인 수준이며 실제로 둘 사이에는 넘기 어려운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주장한다. 최 교수는 “하지만 과학과 종교는 하나로 융합할 수는 없어도 충분히 통섭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면서 “유전자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생명은 언뜻 섬뜩하고 허무해 보이지만 그를 통해 스스로가 철저하게 겸허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고, 자연의 일부로 거듭나게 되든데, 이것이 바로 불교의 기본 교설이 말하는 무상함과 공(空)의 개념에 도달하는 길이 아닐까”라고 밑바탕에 깔린 유사성을 되묻는다.

윤성정 기자 ys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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