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관람료 인상 등 악재속 성과 뜻 깊어
![]() |
◇최근 3주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굿모닝 프레지던트’ |
최근 영화진흥위원회가 내놓은 ‘2009년 1∼10월 한국영화산업통계’에 따르면 한국영화는 ‘해운대’와 ‘국가대표’의 쌍끌이 대박과 ‘애자’ 등 중급 규모 영화들의 가세로 각각 67.0%, 67.5%를 기록한 8월, 9월에 이어 10월에도 점유율 62.6%를 기록했다. ‘내 사랑 내 곁에’와 ‘불꽃처럼 나비처럼’ 그리고 ‘굿모닝 프레지던트’가 관객 동원에서 ‘써로게이트’ ‘디스트릭트9’ ‘게이머’ 등을 앞세운 외화들을 크게 앞질렀다.
여름방학과 휴가철이 지난 10월은 극장가에서 전통적인 비수기. 특히 올해는 짧은 추석 연휴로 인해 예년에 비해 큰 폭의 관객과 매출 감소가 예상됐지만 결과는 달랐다. 9월 말 함께 개봉한 ‘내 사랑 내 곁에’와 ‘불꽃처럼 나비처럼’이 10월 한 달간 각각 128만명(누적관객 211만6000명)과 107만명(누적관객 165만7600명)을 불러모았고, 9월 초 개봉한 ‘애자’(누적관객 약 186만명)와 10월 말 개봉한 ‘굿모닝 프레지던트’(10월 관객 144만6000명)가 가세하면서 극장가의 한국영화 붐을 이어갔다.
지난달에는 관객수와 매출액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가 나왔다. 지난 한 달 581만여명의 관객을 추가한 한국영화는 1∼10월 누적관객 6633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2008년 한 해 동안 한국영화 관객수 6354만명보다 많은 것이다. 늘어난 관객과 인상된 관람료로 1∼10월 극장 매출도 지난해 1∼12월 매출액 4126억원을 가뿐히 넘어선 4585억원을 올렸다.
무엇보다 지난 석달간 한국영화의 성적표는 멀티플렉스의 잇단 관람료 인상 등 여러 악재 속에서 거둔 성과라 더욱 뜻깊다. 영진위 관계자는 “지난 7월 이후 관람료 인상으로 관객의 저항이 예상됐음에도 한국영화가 꾸준히 시장을 주도하고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는 것은 콘텐츠와 배급망에 있어 시장으로부터 인정을 받았다는 의미”라면서 “또 평균 관람료 상승이 한국영화 투자 수익성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 내년 한국영화 제작 상황에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 영화 흥행작 면면을 살펴보면 서울과 지역 관객의 성향은 큰 차이를 보였다. 지난달 한국영화 흥행 순위에서 9위를 차지한 ‘정승필 실종사건’은 서울 기준 집계에서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으며, 전국 기준 흥행 11위인 ‘호우시절’은 서울에선 8위에 올랐다. 영진위는 “서울 관객은 외화나 예술성이 가미된 다양성 영화 선호 현상이 지역보다 뚜렷하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한때 전국 관객의 절반까지 차지했던 전체 상영 시장에서의 서울 관객 비중은 지난해 32%에 그쳤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