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대폰을 잡고, 시작신호가 울리자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움직인다. 옆에서 지켜보는 이들도 순간 숨을 죽이며, 할 말을 잃었다. 긴장감이 채 가시기도 전에 휴대폰 문자메시지(SMS) 80자를 단 9초 만에 정확히 입력했다. 관객들의 탄성이 절로 터져 나왔다. 그야말로 ‘보이지 않는 손’이었다.
10월 어느 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괴물 같은 소년이 나타났다. 그는 바로 ‘천만원짜리 엄지 손가락’으로 불리는 배영호(18)군. 올 초 SBS '스타킹‘에 출연해, 눈을 가리고도 엄청난 속도로 문자를 입력하는 모습을 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1분에 800타…컴퓨터 자판보다 빠른 비결은
배 군의 휴대폰 타자속도를 컴퓨터 자판으로 환산하면 대략 약 800타 정도. 보통 청소년들 중 최고수준은 약 600타 안팎. 이러한 고수들보다 무려 200타 이상 빠르다. 웬만한 일반인들의 컴퓨터 자판속도보다 빠른 배 군의 휴대폰 자판 타자속도는 '고수중의 고수'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배군은 사실, 지난해 모바일월드컵(휴대폰 문자메시지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보내는 최고의 '엄지족'을 선발하는 대회) 우승자이다. 배 군도 일반적으로 처음 대하는 문장을 10초도 안 되는 시간에 정확히 입력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한다. 그럼, 어떻게 이렇게 빨리 휴대폰 자판을 칠 수 있을까. 보통 정해진 문장이 순서없이 나오는 경우에는 거의 모든 문장을 외워버린다. 그 다음 외운 문장을 수십 번 반복해서 입력하는 연습을 하고, 여러 번 반복해서 도전하면 예상보다 빠른 속도가 나온다고 한다. 청소년들이 랩을 부단히 듣고, 외워서 자연스럽게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탁월한 엄지족이 되기 위해서는 부단한 연습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
실제로 배군의 개인기록은 최고 기록은 6초대를 치닫고 있다. 행사관계자는 “이번 모바일월드컵 예선에 참가한 이들 중에는 이 기록들에 필적하는 기록의 보유자들이 양산되고 있어 벌써부터 결승전의 박빙승부가 예견된다.”고 전망할 정도로 뜨거운 경합이 벌어지고 있다.
◆어린이와 어르신 중 누가 더 빠를까
올해 'LG모바일월드컵 2009'는 지난 5일 시작으로 29일까지 누적 참가자수 130만명을 기록했다. 또한 본인이 마음에 드는 기록이 나올 때까지 중복참여가 가능한 이번 대회에는 참가자 1인이 최대 1,700번까지 도전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모바일 엄지족의 최고봉을 향한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다양한 참가자들이 몰려드고 있는 이 행사에 눈길을 끄는 대목은 중장년층의 활약이 돋보인다는 점. 45세 이상 참가자 중 최고기록 보유자는 15.86초의 기록을 달성, 10~20대 못지않은 실력을 과시하여 화제를 모았다. 또한 10세 이하와 45세 이상의 참가자 기록을 비교해봤을 때 10세 이하 평균기록이 79.98초인데 반해 45세 이상 평균기록이 36.40초로 훨씬 빠른 기록을 보였다. 나이가 어릴수록 더 빠른 속도로 문자를 보낼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깬 것이다.
◆올 최고의 엄지족은 누구?
제2의 '배성호'는 누구일까. ‘휴대폰으로 나누는 즐거움’을 주제로 열리고 있는 이번 행사는 삼성동 COEX 모바일 월드컵 행사부스를 비롯, 이동식 키오스크가 신촌, 명동, 여의도 등 서울 주요 지역을 돌며 올해의 모바일 엄지족 왕좌에 도전할 결승전 참가자 찾고있다.
모바일월드컵 국내대회 예선은 오는 11월 1일까지 홈페이지(kr.lgmobileworldcup.com), 같은 달 8일 능동 어린이 대공원 돔 아트홀에서 개최될 ‘LG 모바일 월드컵 2009’ 대망의 결승전에서는 예선전을 통해 최종 선발된 200명의 결승 진출자가 ‘국내 최고 문자지존’의 자리와 2,000만원의 상금, 12월 미국에서 개최될 월드챔피언십 한국대표 참가 기회를 놓고 진검승부를 펼칠 예정이다.
월드챔피언십 최종 우승자에게는 자그마치 10만 달러의 상금과 함께 기네스북 ‘최고 엄지족’으로 이름을 올리는 영광을 얻게 된다.
안신길 기자 ejourna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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