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달 9일 퇴임을 앞둔 이성택(66·사진) 원불교 교정원장이 원불교가 최근 개관한 서울 용산구의 노인 임대주택(실버타운) 하이원빌리지에서 26일 기자들을 만났다.
원불교 행정수반으로서 지난 3년간의 임기를 돌아본 그는 “한국사회 전체를 내다봐야 하는 자리라 힘들었지만 복잡한 사회적 사건들을 겪으면서 종교가 한국문화의 엑기스임을 실감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와 함께 세계 보편의 윤리를 만들어내야 하는 소명도 한국의 종교들에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원불교는 교조신앙이 아니기 때문에 기타 종교와 소통하고 상생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다고 자부했다.
“모든 종교들이 교조를 내세우면 대화가 막히는데, 원불교는 교조가 깨친 진리를 신앙할 뿐 교조를 중요시 여기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진리의 끝에 다다르면 모든 종교와 다 만나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 원장은 취임 당시부터 삼성의 휴대전화 브랜드인 애니콜을 원불교의 지향 이념으로 비유하며 원불교를 생활불교로 자리매김하는 데 힘써 왔다. 언제(Anytime), 어디서(Anywhere)나 참선을 강조하는 생활불교로서의 정체성을 이야기한 것.
“참선하는 데 시간과 장소가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처처가 다 부처요, 일마다 다 불공이죠(處處佛像 事事佛供). 이는 부처님 중 가장 권능 있는 부처님은 ‘사람 부처님’임을 깨닫는 길입니다.”
이 원장은 퇴임과 함께 학교법인 원광학원(원광대·원광보건대·원광디지털대) 새 이사장으로 선임돼 다음달 4일 자리를 옮긴다. 이성택 교정원장의 후임에는 김주원 원불교 중앙중도훈련원 원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진 기자 jisland@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