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결여된 ‘동아시아통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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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청중 베이징 특파원 |
안 의사의 의거는 망국의 위기에서 대한국인의 기개를 보여주고 민족혼을 일깨웠다는 점에서 두고두고 민족교육의 본보기가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30세 열혈청년의 애국적인 의거를 강조한 나머지 그가 염원하던 세계평화의 정신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의 평화사상은 미완의 저작 ‘동양평화론’의 집필 이유에 응집되어 있다. 안 의사는 일본 관할이던 뤼순(旅順)으로 압송된 뒤 이듬해인 1910년 2월12일 1심(관동도독부 지방법원)에서 사형선고를 받는다. 안 의사는 자신의 사상을 담은 동양평화론을 탈고할 때까지 사형 집행을 미루겠다는 재판장의 권유를 받아들여 항소를 포기했다. 이는 거짓이었다. 결국 의거 5개월 만인 3월26일 순국했다. 그래서 동양평화론은 서언과 전감(前鑑) 부분만 남아 있다. 그의 동양평화사상의 핵심은 1910년 2월17일 당시 일본인 고등법원장과 3시간 동안 나눈 대화에서 잘 나타나 있다. 안 의사는 대화에서 ▲한중일 공동군단 건립 후 서구 열강의 침략에 공동 대응 ▲한중일 3국 대표로 구성된 ‘동양평화회의’ 건립 ▲한중일 은행 설립과 3국 공용화폐 발행 ▲인도, 태국, 베트남의 동양평화회의 가입을 주장했다. 1957년 현 유럽연합(EU)의 모태인 유럽경제공동체(EEC)가 출범하기 거의 반세기 앞서 동아시아 통합을 지향하는 혁명적이자 구체적인 안을 내놓은 것이다.
안 의사 의거 100년을 맞은 요즘 다시 동아시아 통합론이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가 자신의 ‘동아시아공동체’ 구상을 적극 추동하면서부터다. 내용이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정치철학인 ‘우애(友愛)’를 통해 국가 간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서로 돕고 사이좋게 지내는 하나의 공동체를 지향하자는 것이다. 지난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동아시아공동체 구상이 장기적인 목표로 채택됐다. 24일 태국 후아힌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담에선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장기적인 측면에서 아세안+3 자유무역지대를 건설하자”며 동아시아 통합 촉진을 주장했다. 동아시아에서 새로운 통합의 기운이 감돌고 있는 것이다.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논의도 비슷한 성격이다.
그러나 기대 못지않게 회의도 만만찮은 게 현실이다. 리위촨(李玉川) 칭화(淸華)대 국제커뮤니케이션연구중심 연구원은 “동아시아와 유럽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며 동아시아공동체를 위해서는 ▲역사의 관문 ▲영토의 관문 ▲정치체제 및 사회제도 차이의 관문이라는 세 가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아시아 침략 역사를 부정·미화하는 등의 역사문제, 한일 간 독도와 중일 간 댜오위다오(釣魚島)와 같은 영토 문제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런데 이 같은 문제는 한일, 중일뿐만 아니라 한중 간에도 있다. 동북공정이나 간도(間島), 이어도 문제 등도 넘어야 할 역사, 영토의 ‘관문’이다.
그래서 동아시아 통합을 주장하는 지도자들에게 안 의사의 동양평화론을 다시 꼼꼼히 음미해볼 것을 권유한다. 동양평화론에는 몇 가지 전제가 있기 때문이다. 안 의사는 동양평화를 위해 일본이 이웃나라를 침략하는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일 전쟁 승리로 획득한 뤼순항도 중국에 돌려주라고 했다. 강대국의 모범과 통큰 양보를 요구한 것이다. 유럽 통합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두 번의 세계전쟁에서 폐허로 변한 유럽에 평화와 번영을 가져오기 위해 적대국이었던 독일과 프랑스가 먼저 손을 잡았다. 대국(大國)의 패권 행사에 휘말릴 것을 우려한 소국(小國)을 상대적으로 배려한 유럽 대국들의 결단도 있었다. ‘대동아공영권’처럼 대국들이 주변국을 침탈하고 자국의 이익만 극대화하려 했다면 유럽 통합도 한낱 꿈에 불과했을 것이다. 결국 동아시아 통합을 주장하는 아시아 대국의 지도자들은 이런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그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을 것이다. “귀국은 얼마나 양보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김청중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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