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의 역습―당신이 몰랐던 우유에 관한 거짓말 그리고 선전/티에리 수카르 지음/김성희 옮김/알마/1만5000원
우유는 현대인의 대용식이자 상비 음료이다. 심지어 아이에겐 키를 크게 하고 노인에겐 골다공증을 예방해 주는 치료약으로도 믿어진다. 언제부터 ‘소의 젖’이 ‘완전식품’이라는,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지위를 얻게 된 것일까. 프랑스 과학전문기자 티에리 수카르는 ‘우유의 역습’을 통해 우리가 당연시해온 우유의 효능에 반기를 든다. 현재 우리가 꼭 먹어야 한다고 믿는 우유에 대한 신념은 낙농업자와 유제품 가공업자, 이들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은 의사와 보건당국이 만들어낸 거짓 신화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15년간 취재를 통해 전 세계가 ‘우유 중독’에 빠진 과정, 그리고 우유와 유제품의 과도한 ‘복용’이 건강을 해칠 수 있음을 광범위한 통계조사를 동원해 경고한다. 우유 중독자들과 관련 업계에게는 식겁할 얘기지만 “우유를 안 먹으면 구멍이 숭숭 뚫린 뼈를 질질 끌며 살아야 할까봐” 전전긍긍했던 성인, 하루 우유 칼슘 섭취량에 대한 강박관념에 시달렸던 사람들에게는 구원이 될 만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우유는 현대인의 대용식이자 상비 음료이다. 심지어 아이에겐 키를 크게 하고 노인에겐 골다공증을 예방해 주는 치료약으로도 믿어진다. 언제부터 ‘소의 젖’이 ‘완전식품’이라는,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지위를 얻게 된 것일까. 프랑스 과학전문기자 티에리 수카르는 ‘우유의 역습’을 통해 우리가 당연시해온 우유의 효능에 반기를 든다. 현재 우리가 꼭 먹어야 한다고 믿는 우유에 대한 신념은 낙농업자와 유제품 가공업자, 이들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은 의사와 보건당국이 만들어낸 거짓 신화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15년간 취재를 통해 전 세계가 ‘우유 중독’에 빠진 과정, 그리고 우유와 유제품의 과도한 ‘복용’이 건강을 해칠 수 있음을 광범위한 통계조사를 동원해 경고한다. 우유 중독자들과 관련 업계에게는 식겁할 얘기지만 “우유를 안 먹으면 구멍이 숭숭 뚫린 뼈를 질질 끌며 살아야 할까봐” 전전긍긍했던 성인, 하루 우유 칼슘 섭취량에 대한 강박관념에 시달렸던 사람들에게는 구원이 될 만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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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에리 수카르 지음/김성희 옮김/알마/1만5000원 |
평생에 걸쳐 계속되는 우유 칼슘의 대량 섭취는 인류의 식생활 역사상 유례가 없는 것으로, 유전적으로 적응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심지어 지은이는 우유의 골다공증 예방효과에 대해 전혀 효능 없다는 논지를 펼친다.
골절발생률은 북미나 북유럽, 오세아니아 등 유제품과 동물성 단백질을 많이 먹는 나라에서 특히 높은 반면, 아시아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남미 등 유제품을 덜 먹거나 아예 안 먹는 나라에서 덜 발생한다는 것.
2002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러한 상황을 ‘칼슘 패러독스’라는 명칭으로 인정했다고 밝힌다. 또 “미국에서 역사적으로 높은 골다공증 발병률을 보인 세대가 우유 소비에 있어서 역사적인 기록을 세운 세대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오히려 이 책에서 우유는 골다공증을 키우는 범인의 혐의를 덮어쓴다. 골다공증은 오래된 뼈가 새로운 뼈로 대체되는 ‘뼈 리모델링’ 과정에 탈이 난 것인데 노인성 골다공증의 경우 새로운 뼈를 만드는 조골세포가 충분치 않다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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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에 빼곡히 채워진 각종 우유 제품들. 프랑스 과학전문기자 티에리 수카르는 현대인들의 ‘많이 먹어서 생기는 병’은 우유도 예외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어릴 때부터 유제품을 과잉섭취한 사람은 평생 건강이라는 마라톤에서 처음 1㎞까지는 선두로 달리지만 결승점에는 최하위로 도착하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종덕 기자 |
더 나아가 요즘 우리가 먹는 우유는 옛날농장의 우유와 같지 않다. 요즘 우유에는 옛날 우유보다 더 많은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가 들어 있다.
임신 중에도 젖을 짜내는 까닭에 암소의 과도한 여성호르몬을 섭취하게 됨으로써 인체의 호르몬 체계와 균형을 깨뜨릴 수 있음을 경고한다.
◆우유 급식으로 우유의 신화 만들기=그렇다면 우유에 대한 맹신은 언제부터 생겨났을까. 19세기 말까지 문명인이 버터나 치즈가 아닌 생우유를 그대로 마시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하지만 19세기 말 유럽에서 육류 소비의 증가는 낙농가의 성장을 부추겼고 이후 철도산업과 기술의 발전으로 우유의 보존과 운송이 가능해짐으로써 우유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다.
제1차 세계대전 중 군인들에게 제공되는 통조림식 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등하면서 우유 가공산업이 발전했고 전후 기업들의 판촉 목표는 아이 엄마들에게로 옮겨갔다.
유제품 업자와 낙농업자들은 의사들을 동원해 새삼 우유의 미덕을 찾아내기 시작했고 정부에 로비를 벌여 학교 우유급식 제도를 도입시켰다. 미래의 소비자인 어린이에게 우유 맛을 들이는 일은 시장을 키우는 방법이었고, 우유의 힘은 낙농업계가 후원하는 박람회, 학회, 콘퍼런스를 통해 전파됐다.
책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지는 독자의 자유다. 하지만 우유와 유제품을 비롯해 동물성 단백질은 최소한의 양만 먹고 칼슘과 유익한 박테리아는 과일, 채소, 발효식품과 염장식품에서 섭취하라는 조언은 낯선 것이 아니다.
100세 이상 인구 비율이 서양보다 4배나 높은 일본 오키나와의 식단에는 유제품이 없다고 강조한다.
지은이는 한때 모유보다 뛰어난 최고의 성장식으로 군림했다가 ‘소젖’이라는 비판과 함께 지위 하락한 분유와 같은 맥락에서 우유를 바라본다.
“젖은 이제 막 태어난 아기가 소화계를 충분히 발달시켜 음식에서 좋은 영양소들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게 될 때까지의 시간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 어떤 포유동물도 젖을 뗀 뒤에는 젖을 먹지 않는다. 나는 개인적으로 우유를 마시지 않으며, 유방암이나 전립선암 진단을 받은 사람에게는 우리 연구 결과에 근거해서 우유를 마시라고 권하지 않는다.”(영국 브리스톨 대학 제프 홀리 교수)
우유를 통해 현대문명의 ‘과소비’와 이를 부추기는 기업 판촉의 함정, 젖 짜듯 쥐어짜는 산업의 수레바퀴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게 한 것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김은진 기자 jis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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